‘이 시대 처세술 너만 몰랐더냐’
2004-02-27
‘친구야 같이 가자고 그렇게 부탁 했을 때 그만 따라 갈 일이지…이 시대 처세술을 왜 자네만 몰랐는가’ 라며 영결식에서 오열한 한나라당 최대표의 눈물은 그가 야당 대표로서 쏟아내는 정치 색 짙은 의도된 울먹임이 아니라 한 인간이 50년 우정을 가슴에 담고 토해내는 절규였을 것이다.설마 평생친구의 주검 앞에서까지 정치 바둑을 둘 생각이야 했겠는가.그래서 국민은 도대체 이 시대의 처세술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냐고 한나라당 최대표 에게 정중히 묻는 것이다.험한 꼴 안 당하려면험한 꼴 안 당하려면 권력이 시키는 대로 해야했던 시대는 벌써 오래 전에 마감됐다고 국민은 철석같이 믿고 있는 터다. 오히려 지난 시대 때 입이 있어도 말 할 수 없었던 온갖 비화들이 ‘이제는 말 할 수 있다’는 제하에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시대상황이다. 이런 세상에서의 옳은 처세술은 누구의 눈치를 살필 필요 없이 다들 소신과 신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주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이 나라 제 1당 대표가 친구의 처참한 죽음이 정치권력의 손짓을 외면한 까닭으로 단정지었다. 영문 모르는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것은 노 정권의 이른바 ‘올인’ 전략의 실체가 정녕 어디서 어디까지인가 하는 점이다. 이 때 까지는 그 ‘올인’ 이란 것이 신 개혁 그룹의 총선 배치 내지는 방관자들의 결집을 독려하는 집권 세력의 메시지를 지칭하는 것쯤으로 알았었다. 그런 것이 점차 돌아가는 형상이 도저히 그런 것만 같지를 않다.‘올인’의 진실게임무슨 수를 써서라도 세상을 한번 바꿔 보겠다는 생각이 투철하다보면 기반 확대를 위해 다소간 무리를 범할 수는 있을 것이다. 세상일이 꼭 자로 잰 듯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원칙을 무너뜨려 남의 땅을 무단 침입하고 빼앗으면서까지 영역을 넓히려드는 반칙까지를 국민이 용납치는 않는다. 더구나 수문장의 약점을 이용해 닫혀있는 남의 집 빗장을 풀려고 했다면 멀지 않아서 또 ‘올인’의 진실게임이 한바탕 벌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다.
옛 말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고 급하게 먹는 음식이 반드시 체하기 마련이라고들 했다. 병법이 따로 있고 진리가 꼭 정해진 것이 아닐 것이다.힘 얻은 자들 힘있을 때 겸양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치를 따르면 민심은 또 저절로 그들을 따르기 마련이다. 또한 민심이 약한 자를 편들게 된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힘의 원칙이 무너진다고 여길 때는 저항을 시작하게 되는 것 역시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지금 국민이 몹시 불안해하는 것은 민생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있는 경제 현황이 너무 힘겨운 터에 산적한 정치 현안 모두가 밀어붙이는 힘과 저항하는 힘의 충돌로 죽도 밥도 안 되는 나라꼴이 더욱 가당치 않아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