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차량 ‘이유없는 수난’

2004-04-01      
회사원 이모씨(29·제주시 이도2동)는 지난 16일 출근길부터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공영주차장에 세워둔 자신의 차량 뒷범퍼가 밤사이 파손돼 있었던 것. 누구의 소행인지도, 어떤 차량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씨는 현장에서 증거물이 될만한 것들을 찾아봤지만 헛수고. 이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출동한 경찰 또한 증거 하나없는’깨끗한’현장에 난감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음주 상태에서 멀쩡히 주차된 차량을 ‘화풀이’대상으로 삼아 기물을 파손하거나, 음주운전을 하다 주차차량을 들이받고 도주하는 등 아무 이유없이 주차차량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지난달 28일엔 술을 마시고 길가에 세워진 차량 13대의 백미러를 파손한 고등학생 송모군(17·북제주군)등 3명이 폭력혐의로 입건됐다.또 16일에는 이모씨(28·제주시 일도1동)의 차량안에 있던 옷·가방·방석까지 깨끗하게 털리는 등 밤낮을 가리지 않고 주차차량 내부 물품들을 훔쳐가는 행위도 최근들어 극성을 부리고 있다.제주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를 내고 아무런 조치없이 도주한 ‘조치 불이행’건수는 1131건으로 일주일 평균 20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조치불이행 사고는 현장 목격자나 뚜렷한 증거물이 없으면, 범인 검거가 쉽지 않아 검거율은 발생건수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조치불이행과 관련, 지난해 검거 실적은 433건에 불과해 38.3%의 검거율을 나타내고 있다. 조치불이행 사고가 빈번함에도 검거의 어려운 실정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경찰 한 관계자는 “현장에 증거물이 없는 경우에는 검거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다”며 “사고현장을 목격한 것을 비롯해 아무리 사소한 단서라도 검거에 큰 도움이 되므로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