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끝나지 않은’ 홍준표·유승민 ‘보수 적자 경쟁’ 2라운드
‘洪 추대론’ vs ‘劉 재등판론’
2017-06-02 고정현 기자
특히 ‘보수의 심장’ TK에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이대로라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간 ‘골든크로스’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두 정당 모두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한국당은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유력한 상황이고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당 대표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당내에서 유 의원의 재등판을 원하는 기류가 강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홍준표와 유승민의 ‘보수 적자 경쟁’ 2라운드가 시작됐다는 관측이다.
- “‘도로 친박당’되면 ‘골든 크로스’ 일어날 것”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간 ‘보수 적자 경쟁’은 자유한국당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대선 이후 한국당은 거의 전 지역과 계층에서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선 데 반해 바른정당은 대선 이후에도 지지율이 상승하며 한국당과의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집안싸움 영향… TK서도 5% p 차 쫓겨…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달 16~18일 성인 1천4명을 대상으로 주요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바른정당(7%)은 자유한국당(8%)을 1% p 차로 따라잡았다. 심지어 ‘보수의 심장’ TK에서도 바른정당(16%)은 자유한국당(21%)을 5% 포인트 내로 따라잡았다.
한국당이 선거 패배의 책임론에서 헤어나지 못하며 계파 갈등에 휩싸이는 사이 명분 없는 연대보다 자강론에 주력하고, 합리적인 보수를 건설하겠다는 바른정당의 모습이 기존 보수층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대로라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사이 ‘골든크로스’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자유한국당이 지역주의와 고령층에 의지하는 이상 결국 쇠락할 수밖에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들 두 정당 간 ‘보수 적자 경쟁’의 승자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와 3년 후인 다음 총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선출될 당 지도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일단 바른정당 내에선 유승민 의원의 재등판론이 불거지고 있다. 유 의원이 일선에서 물러나 의원직만 성실히 임하겠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했음에도 당내에서는 지지율을 끌어올린 유 의원이 당 대표가 돼 ‘골든크로스’를 실현시켜야 한다는 분위기다.
대선 정국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단일화를 해야 한다며 유 의원을 압박했던 바른정당 의원들이 한순간에 유 의원바라기가 된 것이다. 정치권은 바른정당 내 분위기가 한순간에 바뀐 계기로 지난 대선 과정에서의 바른정당 탈당 사태를 꼽는다.
바른정당 탈당파의 재입당… 최악의 ‘자충수’
바른정당 탈당파는 자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좀처럼 상승하지 않자 ‘두 번째 배신’을 선택했고 현재 자유한국당에 재입당한 상태다. 이 사태로 인해 유 의원은 한때 사면초가에 몰린 듯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유 의원이 동정론의 주인공이 됨과 동시에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배신자들을 다시 받아들임에 따라 60대 이상 TK지지층의 외면을 받게 되는 최악의 자충수가 되고 만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당권을 두고 계파 갈등이 첨예한 형국이다. 포문은 대선 패배 이후 미국에 체류 중인 홍준표 전 대선 후보가 열었다. 홍 전 후보는 지난달 17일 오전 페이스북에 “박근혜 팔아 국회의원 하다가 박근혜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었고, 박근혜 감옥 가고 난 뒤 슬금슬금 기어 나와 당권이나 차지해 보려고 설치기 시작하는 사람들 참 가증스럽습니다”라고 친박계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자 친박 중진으로 이번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가 유력시되는 홍문종 의원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홍 의원은 “바퀴벌레라고 하면서 페북에 썼다니, 이게 제정신인가. 그동안 선거운동하면서 목이 터져라 우리가 살고 당이 사는 일이라고 얘길 했는데, 바퀴벌레고 탄핵이고 제정신이냐. 낮술 했나.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분강개했다.
이 모습은 마치 지난해 말 친박과 비박 간의 치열한 권력 투쟁으로 분당까지 치달았던 당시의 정황과 아주 흡사하다. 지난 대선 당시 계파 패권주의를 청산하고 새로운 보수를 건설하겠다며 보수 결집을 주도했던 한국당의 다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바른정당에 추격을 허용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하나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홍준표 추대론’을 그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즉 ‘추대’를 통해 계파 갈등을 종식시키고, 폐족의 길을 걷고 있는 친박계 의원이 당 대표가 되는 것도 막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방법으로 ‘홍준표 추대론’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의 관계자들 역시 자유한국당이 ‘도로 친박당’이 된다면 바른정당 간 ‘보수 적자 경쟁’에서 ‘골든 크로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친박은 폐족 선언을 하고 적어도 20대 국회에서는 2선으로 물러나 있어야 한다”며 “60대 이상과 TK 지지층만으로는 대선에 힘들다는 게 입증됐다. 친박계가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자유한국당뿐만 아니라 보수의 몰락을 가속화시키는 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른정당 탈당파가 자유한국당에 재입당한 후 바른정당은 현재 유승민계가 주류가 됐다. 전당대회에서 유승민 의원이 출마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당 대표에 유승민계 의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이 이에 맞서 ‘보수 적자 경쟁’에서 다시 한번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추대’ 형식을 통해 당 대표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