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이 한자 자격증

2004-12-31      
일제시대에 개교된 외남초등학교는 75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이제는 본교와 신촌리에 있는 분교를 통틀어 전교생이 50명에 불과한 작은 학교다. 학생 수가 적어 전교생이 복식수업을 받는다. 이런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전국의 관심을 끄는 일을 해냈다. 전교생이 한자급수 자격증을 갖게 된 것이다. 학생들은 지난 7월 시행된 제 16회 전국한자급수검정시험에서 모두 자격증을 획득했다. 이어 지난 11월에 치러진 17회 대회에서는 전교생이 전회보다 1~2급씩 높은 자격증을 따냈다.

어려운 한자를 전교생이 공부, 자격증을 따낸 데는 이 학교 이동식 교장과 교사들의 독특한 아이디어와 교육방식이 적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 부임한 이 교장은 사교육의 혜택도 받지 못하는 벽지 어린이들에게 뭔가 희망을 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지난 3월부터 한자교육을 시작했다. “솔직히 선생님들이 피아노나 영어를 전문적으로 가르치기는어렵잖습니까’ 한자는 어렸을 때 공부하면 잘 잊히지도 않고,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열릴 동북아시대를 살아가는데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 학교 교사들은 힘을 모아 ‘즐거운 자율활동 교재’라는 한자 교육서를 자체 제작,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읽고 쓸 생각을 하니까 한자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즐거운 자율활동 교재는 한자를 게임과 놀이로 바꿨습니다.” 한자 카드를 만들어 찾기 게임을 하거나, 도전 골든벨 대회 등을 열고 1주에 한 번씩 한자를 테스트해 칭찬과 상을 준다.

이 교장은 이런 방법이 학생들에게 흥미를 갖게하고 성취감을 줘 높은 성과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했다. 이 교장과 교사들은 한자교육이 어린이들에게 폭넓은 지식을 갖게 함은 물론 궁극적으로 한글을 더 심도있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며, 좌우 두뇌가 균형있는 발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어린이들이 자격증을 획득함에 따라, 힘든 농삿일을 하면서 어렵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 특히 어쩔 수 없이 손자나 외손녀를 떠맡은 노인들에게 희망과 보람을 느끼게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남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