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창 김정민의 기부공연...작은 소망을 담아 어린이들에게 새 생명을
공연 후 현장에서 세브란스 암병원에 1억 원 쾌척
2017-05-15 경기북부 강동기 기자
이날 모인 기부금은 수익금 1억 원과 김정민 명창이 현장에서 추가기부한 500만 원, 관객들이 모금함을 통해 모은 모금액 전부다.
이는 지난해 창원문화재단·초록어린이재단 공동기획으로 진행된 모금공연에 이은 두 번째 기부공연으로, 앞서 김정민 명창은 지난 2016년 3월 26일 ‘작은 소망을 어린이들에게 새 생명을’이라는 타이틀로 소아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모금공연 무대에 오른바 있다.
또 2016년 8월 모교인 중앙대학교를 방문해 김창수 총장에게 대학발전기금 2억 원을 전달했다. 기부금 중 1억 원은 ‘100주년 기념관 및 경영경제관’ 건립기금으로, 나머지 1억 원은 전통예술학부 발전기금으로 사용될 계획이다.
모금공연에 동기를 묻자 “판소리가 하고 싶은데 여유가 되지 않아 한복도 입지 못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너무 안타까웠죠. 저도 그런 시절이 있었거든요. 제가 기부한 상금으로 아이들이 한복 지어 입는 걸 봤는데, 참 좋더라고요. 누군가는 제가 스스로의 몫을 챙기지 못하면서 살고 있다고 말하는데, 사실 전 챙길 게 없어요. 노래만 하면 행복하니까요."라고 말했다.
이어 김 명창은 “학창시절, 향사 박귀희 선생님을 통해 장학금을 받고 공부했어요. 후에 꼭 선생님처럼 후배들을 도우며 살겠다고 다짐했죠. 항상 선생님처럼 주변을 따뜻하게 살피는 국악인이 되겠다고 마음에 굳게 새겼어요, 서로 챙기고 사랑하면서 함께 사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박귀희 선생님은 전 재산을 모두 기부하고 돌아가셨어요. 저도 돈 많이 벌어서 많이 도와줄 거예요"라며 행복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김 명창은 “판소리는 모노드라마예요. 무대 위에선 남자도 여자도 되었다가 어른도 되고 아이도 될 수 있어요. 내 안의 모든 걸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매력이죠. 판소리는 랩이기도, 재즈이기도, 테크노이기도, 가요이기도 해요. ‘흥보가’ 중 휘모리장단은 랩과 같고, 자진모리장단은 테크노와 같죠. 이렇듯 판소리 안엔 모든 음악적 요소가 녹아들어 있다"고 말했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흥보가> 보유자인 명창 고(故)박송희 선생께 <흥보가>와 <적벽가>를 사사 받은 김정민 명창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판소리에 입문해 입문해 올해로 38년의 경력을 보유한 장인이다.
MBC, KBS, EBS에서 강연 ‘우리 소리 우습게 보지마라’로 국악을 알렸으며 대기업과 공공기관, 대학교, 국회 등 다양한 무대에서 우리 소리의 우수성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명창 김정민의 공연은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고 창자(唱者)와 소리, 관객이 하나 되는 오페라식 전통 판소리 공연이다. 그녀의 공연은 혼자서 일인 다역을 완벽히 소화해 내 모노드라마를 연상시킨다. 1994년 판소리를 소재로 한 영화 ‘휘모리’를 통해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했으며, 체코슬로바키아 세계연극제에서 모노드라마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녀의 <흥보가> 완창 공연은 2013년 11월 한국문화재 보호재단 풍류극장에서 시작됐다. 이후 2015년 9월에는 판소리 완창 공연 최초로 세종문화회관 중극장 M시어터에서 다섯 번째 완창 <흥보가> 공연을 했으며 609석 전석 매진의 기염을 토했다.
남자도 하기 어렵다는 3시간 이상의 판소리 완창 공연을 가녀린 여자의 몸으로 일곱 번이나 이뤄내며, 그녀 내면의 불같은 열정을 증명했다. 동편제는 전남 운봉, 구례, 남원, 곡성 등 섬진강 동쪽 지역에서 발달한 소리로 기교를 부리기보다 소리 자체를 통성으로 힘 있게 내질러 소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이날 김정민 명창은 3시간에 걸쳐 동편제 ‘홍보가’를 완창해냈다. 명창 김정민의 동편제 ‘홍보가’는 송흥록-송만갑-김정문-박록주-박송희-김정민으로 이어지는 소리제로, 김 명창은 지난 1월 별세한 고(故) 박송희 명창이 임종 직전 “난 너에게 전부 다줬다. 내 소리를 김정민 네가 반드시 세상에 널리 알려 달라”고 당부할 만큼 아꼈던 수제자다.
이는 고(故) 박송희 명창이 생전 스승인 고(故) 박녹주 명창이 작고하면서 남겼던 유언과 같았으며, 그 유언대로 고(故) 박송희 명창은 국가무형문화제 제5호 흥보가 보유자로 후진을 양성하며 동편제 소리의 맥을 이어왔다.
그 스승에 그 제자라 했던가 전통 국악의 계승과 보존을 위해 연구하며 오랜 세월 동안 전국을 순회하며 관객들이 듣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판소리 강연과 공연을 해온 김정민 명창은 작고한 스승의 뜻을 이어 앞으로도 전통 계승과 보존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