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발목 잡는 3대 함정, 대세론의 역풍 방심하던 캠프 ‘화들짝’
‘영원한 것은 없다’ 양면성 지닌 선거 전략들
2017-04-14 오두환 기자
지지세력 끌었던 적폐 청산 프레임, 이제는 ‘독’
여론조사 1위 결과만 믿고 있다간 큰코 다친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탄핵 정국의 최대 수혜자다. 적폐 청산을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촛불집회에 참여한 덕이다. 덕분에 문 후보는 이른바 진보 진영의 절대적인 지지를 이끌어 냈다. 안철수 후보가 촛불집회 참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결국 문 후보는 ‘적페 청산’ 구호로 진보 진영의 결집을 이끌어 냈다.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이라는 지지 세력을 만든 원동력이 바로 적폐 청산 프레임이었다.
적폐 청산의 한계
지지층 확장 안 돼
적폐 청산 프레임은 문 후보의 강력한 무기였다.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정권에 실망한 시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고 그 힘을 자신의 지지 세력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적폐 청산 프레임으로 시민들은 적과 아군으로 나뉘었다.
적폐 청산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문 후보의 지지자이자 아군이 됐고 적폐청산의 대상 또는 그들을 지지하던 사람들 모두가 문 후보의 적이 돼버렸다. 문 후보가 원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 시민들이 둘로 갈라지게 됐다.
자신이 만든 적폐청산 프레임에 발목을 잡힌 꼴이다. 안철수 후보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지금 문 후보 입장에서는 한 표 한 표가 중요하다. 지금은 지지 세력의 확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적폐 청산을 강조한 탓에 척결 대상으로 지목된 보수 세력이 문 후보에 대한 반감이 커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심지어 적폐 청산을 강조한 문 후보에 대한 반감으로 안 후보를 지지하는 보수 세력이 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문 후보 캠프에서는 ‘적폐청산’이라는 구호를 ‘국정농단세력’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등을 돌린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동안 문 후보는 “적폐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며 세력·정권교체를 강하게 주장해 왔다. 이제와 그 기조를 바꾼다고 등 돌린 보수세력이 돌아올까. 하지만 협치를 내세운 안 후보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이다. 문 후보에 비해 확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매머드급 인재 풀
폴리페서 양성 논란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 선거를 위해 20대 총선을 포기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열심히 준비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문 후보는 경쟁자들에 비해 다양한 정책을 매일같이 쏟아내고 있다. 문 후보 캠프 측에서는 “1일 1정책발표로 정책 중심 선거를 주도하고 있다”고 자평할 정도다.
문 후보 측이 이번 대선을 위해 철저히 준비했다는 것은 매머드급 인재 풀 구성을 봐도 알 수 있다. 정책 자문그룹 정책공간 국민성장에는 1000여명이 넘는 교수와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역대 대선 후보들과 비교해도 최고 규모다.
이 밖에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일자리위원회, 비상경제대책단, 국민아그레망, 10년의힘위원회, 더불어포럼 등도 외곽에서 문 후보의 정책 자문 등을 돕고 있다.
소위 역대급인 매머드 인재풀을 구성하다 보니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비판이 폴리페서 논란이다. 국민성장의 경우 1000명이 넘는 교수·연구자가 참여해 자연스럽게 이러한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 후보 입장에서는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인수위 없이 새 정부가 출범해야 하는 만큼 인재풀은 크면 클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캠프 참여 인사들이 새 정권 구성 시 요직을 요구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매머드급 인재 풀을 만드는 쪽보다 이런 곳을 기웃거리는 폴리페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 안 후보의 지지도가 상승하자 안 후보 캠프를 찾는 폴리페서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본연의 업무인 학문 연구보다 관직에 욕심을 내는 폴리페서가 많은 탓이다.
대세론의 역풍
방심하던 캠프 ‘화들짝’
문재인 후보의 대세론은 여론조사에 기인했다. 최근에는 안철수 후보가 문 후보를 앞서는 여론조사도 발표되고 있다. 대선 후보들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여론조사 업체들이 발표하는 결과에 대한 공정성도 도마에 올랐다. 자칫 여론조사 결과만 믿고 선거전략을 짰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MBN·매일경제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10~12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1525명에게 조사해 13일 발표한 4월2주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후보가 44.8%의 지지율로 36.5%를 기록한 2위 안 후보에 오차범위(±2.5%포인트) 밖인 8.3%포인트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8%)과 무선(72%)·유선(1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90%)와 유선전화(1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다. 1만5518명 중 1525명이 응답을 완료해 9.8%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문 후보가 15주째 1위를 이어갔다. 하지만 타 언론 및 업체들의 설문조사 결과는 이와 다른 것도 있다. 안 후보에 밀려 2위를 기록한 선거 결과가 발표될 당시 문 후보 캠프는 크게 당황했다. 선거 전략 변화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고 실제 안 후보의 상승세를 막기 위해 본격적인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지금은 문 후보와 안 후보 간 치열한 선거전이 진행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한다고 해서 좋은 것만도 아니다. 문 후보의 경우 오래도록 1위를 기록하다 보니 이에 반발해 경쟁 후보를 지지하는 현상도 생긴다.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 당시에도 같은 현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