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풀러 갔다 ‘몸서리’ 친다

2006-03-15      
도시민들의 휴식처로 각광을 받는 찜질방에서 요즘 성추행과 절도 등이 횡행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마련되지 못해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찜질방 가기가 무섭다!’

지난 4일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에 사는 유모(34·여)씨는 오랜만에 친척들과 함께 동네에 있는 D찜질방을 이용하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샤워를 마치고 찜질방 한 켠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데 아시아계 외국인 남자가 슬며시 옷 속으로 손을 넣어 몸을 더듬고 있던 것이다.방글라데시 출신 이 남자는 결국 경찰에 붙잡혔지만 그 때 불쾌하고 소름끼치던 생각에 유씨는 다시는 찜질방을 찾기가 싫어졌다.지난달 26일 인천 남구 간석동에 사는 장모(21·여)씨는 휴일을 맞아 모처럼 동네의 대형 찜질방을 찾았다가 봉변을 당했다. 찜질복을 입고 깜빡 잠이 든 사이 40대 남자가 자신의 몸을 더듬고 있었던 것이다. 이 남자는 결국 다음날 경찰에 구속됐지만 장씨는 찜질방이라면 몸서리를 칠 정도로 거부감이 생겼다.찜질방에서는 이처럼 성추행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크고 작은 절도사건이 꼬리를 문다.

지난달 23일에는 부평구 부평동 대형사우나에서 시가 76만원 상당의 휴대폰을 훔친 원모(28)씨와 황모(28)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찜질방에 갔다가 한 이용객이 휴대폰을 옆에 두고 자는 것을 보고 충동적으로 절도를 한 것이다.또 몇 개월 전에는 찜질방에서 횡행하는 절도범을 잡기 위해 찜질방에서 잠복근무를 하던 형사가 오히려 휴대폰을 도난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기도 했다.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찜질방은 이제 도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 곳은 성추행과 절도 등이 자주 일어나는 범죄의 사각지대다. 심지어 찜질방에서 술에 취한 고객이 숨지는 사고도 일어난다.게다가 성추행 같은 경우 여성들이 자신이 성추행 당한 사실이 부끄럽고 창피해 아예 피해사실을 말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추행범들이 이를 교묘히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이같은 각종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원인은 찜질방이 고객에 대한 안전관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는데 있다.

하루에도 수백∼수천 명이 이용하는 공간이지만 업주들은 CC-TV 설치 이외엔 성추행이나 절도 등 사고를 막을 별다른 안전관리 방법을 쓰지 않고 있다. 24시간 운영되는 과정에서 절도나 성추행을 예방하는 뽀족한 방법이 없는 것도 현실적인 어려움이다.인천 부평에서 찜질방을 운영하는 최모(45) 사장은 “성추행인지 애정표현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어렵다”며 “손님이 잠든 틈을 이용하기 때문에 성추행범을 찾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연인끼리 벌이는 애정행각도 심심하지 않게 목격되지만 이를 제지하면 오히려 남의 일에 신경쓰지 말라는 면박만 듣곤 한다는 것이다.경찰도 찜질방 범죄에 대해 잠복근무 등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밤샘 근무를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어서 큰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이에 대해 부평경찰서 박주진 형사과장은 “찜질방을 이용할 때는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단체로 이용하는 것이 범죄를 막는 방법”이라며 “찜질방이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이상 이용객 스스로 조심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