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보수 대결집·3자 필승론', 강한 우파 정부 집권을 표방...

安에게 간 ‘중도 보수층’ 끌어 올 수 있을까?

2017-04-07     고정현 기자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장미 대선’의 관전 포인트는 ‘프레임 대결’이다.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해 60일 만에 치러지는 대선이다. 정책과 공약보다는 ‘구도 싸움’에서 승패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 일단 출발은 ‘5자 구도’다. 그러나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후보들 간 합종연횡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양강 구도’와 ‘4자 구도’가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되는 가운데 보수 진영은 ‘4자 구도’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 진영의 표가 분산되고, 보수 진영이 결집할 수 있어 ‘진보 vs 보수’ 프레임으로 몰고 갈 수 있어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4자 필승론’을 내세우며 바른정당에 ‘러브콜’을 보내는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홍 후보의 ‘4자 필승론’은 사실상의 ‘3자 필승론’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유의미한 지지율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어 사실상 변수를 만들어 낼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훙 후보의 ‘3자 필승론’ 그 가능성을 점쳐봤다.
 
    - 좀처럼 상승하지 않는 TK 지지율… 왜?
- “홍준표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 ‘key’맨 부상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4자 구도 필승론’을 꺼내 들었다. 홍 후보는 지난 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진행된 회의에서 “이번 선거는 좌파에서 둘, 얼치기 좌파 하나, 우파 하나가 나와서 싸우는 구도”라며 “우리가 구도상으로 100% 이기게 돼 있다”고 못 박았다.

당초 홍 후보는 ‘강한 우파 정부 집권’을 표방하며 ‘반문 연대’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여기에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물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까지 폭넓게 거론됐다. 그러나 홍 후보는 경선을 통과하자마자 안 후보를 ‘얼치기 좌파’로 깎아내리면서 단일화에 선을 그었다.

오는 대선에서 유력한 프레임으로 제시되는 문재인-안철수의 ‘양강 구도’와 문재인-안철수-홍준표-심상정의 ‘4자 구도’ 중 ‘4자 구도’를 전제로 필승론을 제기한 셈이다. 문재인 후보의 지지층 중 강성 진보 지지층을 심상정 후보가, 충청권 등 중도 진보층을 안철수 후보가 흡수하고 본인이 보수층 단일 후보로 나온다면 이길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洪 ‘4자 구도 필승론’≒1987년 ‘4자 구도’

정치권은 이 같은 홍 후보의 구상이 1987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선출됐던 지난 13대 대선과 비슷한 전략이라며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당시 야권 후보들은 유리한 환경에 도취돼 ‘각자도생’을 선택, 여권의 단일 후보인 노태우 후보에게 대권을 내줬다.

또한 13대 대선 역시 사실상의 ‘3자 구도’였고 홍 후보의 ‘4자 필승론’ 역시 ‘3자 필승론’과 다름없는 점도 닮아 있다. 1987년 13대 대선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은 36.6%를 얻어, 28.0%의 통일민주당 김영삼 후보, 27.0%의 평화민주당 김대중 후보, 8.1%의 신민주공화당 김종필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즉 노태우 전 대통령의 당선은 야권의 표가 YS와 DJ ‘양김’으로 분산된 것이 결정적이었던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1987년 김종필 후보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심 후보의 지지율은 5% 미만이다. 강성 진보론자인 심 후보의 지지율은 정체돼 있다. 확장성이 없다. 강성 진보층을 제외한 진보층이 심 후보를 지지할 리 없기 때문이다. 이는 문 후보의 지지층을 심 후보가 흡수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홍 후보의 ‘4자 구도 필승론’이 결국엔 ‘3자 구도 필승론’을 의미한다는 평가다.

이뿐만 아니라 13대 대선에서 야권은 이번 대선이 ‘군사 정권의 종식’을 의미한다며 본인들이 집권해야 하는데 당위성을 부여했다. 2017년 대선 정국에서도 야권 후보들은 ‘적폐 청산’을 외치며 본인들이 집권해야 하는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대세론’의 주인공인 문재인 후보는 한술 더 떠 ‘내 편 아니면 다 적폐’라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본인이 아닌 다른 야권 후보가 집권하는 것은 ‘적폐 청산’이 아니라는 식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야권의 자만심과 오만한 태도는 87년 대선에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결집을 초래했고 이번 대선에서도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3.1절에 ‘촛불’을 꺼뜨린 ‘태극기 집회’만을 보더라도 87년과 같은 ‘보수 대결집’이 2017년에도 일어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洪, TK에 믿음 심어줄 수 있을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은 홍 지사가 본인이 주장한 ‘4자 필승론’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이번 대선을 사실상 ‘3자 구도’로 보고 중도 진보층을 문 후보와 안 후보에게 양분시키면서 보수층을 자신에게 결집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안철수 후보에게 옮겨간 중도 보수층을 되돌려 받는 것이 급선무다. 다만 안 후보에게로 이동을 마친 중도 보수층을 홍 후보가 빼앗아 오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정치권은 말한다. 안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 갈 길을 잃어버린 중도 보수 표심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세웠고 대 성공을 거두었다.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가 있던 중도 보수층까지 흡수했다. 심지어 ‘보수의 심장’ TK에서의 지지율도 상상을 초월한다.

진보 세력에 정권을 내 줄 수도 있다는 보수층이 문재인 후보의 집권만은 저지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안 후보를 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구에 거주하는 한 시민 역시 본 기자와의 대화에서 “문재인이 될 바에야 안철수가 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안철수 후보일까. ‘배신자’ 낙인이 찍힌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그렇다 쳐도 왜 ‘보수 적자’인 홍 후보를 외면한 것일까.

이 역시 문재인 집권 저지라는 절박함 때문이라고 정치권은 말한다. 즉 홍 후보의 지지율이 좀처럼 상승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한 TK 민심이 자칫 홍 후보를 계속 지지했다가는 문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게 됐고, 그 결과 울며 겨자 먹기로 그나마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TK에서는 “내가 찍어 봤자 어차피 안 될 건데 뭐...”, “될 사람을 찍어주자”, “홍준표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들린다고 한다. 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한 시민은 “나를 포함한 일부가 홍준표 지사를 찍는다 해서 홍 지사가 당선되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오히려 보수 표가 분산돼 문재인이 당선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홍준표를 찍으면 당선된다는 믿음만 있으면 당장에라도 홍 후보를 지지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홍 후보의 ‘3자 필승론’의 성공 여부는 ‘보수의 심장’ TK 주민들에게 ‘홍준표라면 문재인의 집권을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으로 자리매김했다. 본인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이들에게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