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 분양전환 마찰,대책 없나?

2007-03-03     고도현 
<임대아파트 분양전환 마찰, 대책 없나?>

경북 구미시 구평동 부영 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을 둘러싼 입주민과 업체 간 마찰을 계기로 임대주택법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부영주택은 구미시 구평동에만 7개단지에 4천600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임대아파트를 연차적으로 건설해 임대했다.

이 가운데 분양 전환시기가 되지 않은 1단지를 제외하고 2001년 입주한 2단지 33평(109㎡) 552가구가 5년 계약이 만료돼 분양전환을 앞두고 있다.

최근 부영측은 입주민들에게 분양 전환을 촉구하는 우편물을 발송했으나 2단지 입주민들은 업체가 제시한 분양가가 터무니없이 비싸다며 분양 전환에 응하지 않고 있다.

부영측은 입주민들에게 9천760만원을 제시하고 있으나 주민들은 공인감정평가를 거쳐 8천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구당 1천760만원의 가격차가 발생해 전체 가구수를 감안할 경우 97억원의 차이가 생긴다.

입주민들은 5년 전 건설원가가 6천500만원이었고, 사측이 제시했던 분양가가 8천만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9천760만원은 지나치게 비싸다는 반응이다.

임대 계약이 지난 9월 끝났음에도 사전에 분양가와 관련해 언급이나 협상이 없었고, 부영측이 이 달 말까지 분양전환 하라고 최근 일방적으로 통보한 점도 입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단지 주민들은 입주자대표위원회를 구성한 뒤 고분양가에 항의하는 플래카드와 깃발을 내걸며 본격적인 고분양가 반대 움직임에 들어간 상태다.

2단지를 시작으로 6개월 간격으로 8단지까지 분양 전환이 예정돼 있어 다른 입주민들도 2단지 분양전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같이 임대아파트가 분양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입주민과 업체간 마찰을 빚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이 마찰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업체가 임대아파트를 분양아파트로 전환할 경우 해당 자치단체에 분양전환 신청서만 제출하면 분양이 가능하다.

분양전환 신청서는 사실상 업체 측의 일방적 통보에 해당돼 이번 구평동 부영 임대아파트의 경우처럼 분쟁이 발생했을 때 자치단체가 조정력을 전혀 발휘할 수 없다.

지자체가 분양가격 분쟁조정위를 구성할 수 있지만 업체 측이 거부하면 강제조치 권한이나 처벌근거가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시설 교체나 보수에 필요한 특별수선충당금 적립제도 역시 허점 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별수선충당금은 업체가 일정 요율에 따라 납부해서 지방자치단체가 위탁 관리토록 돼 있으나 부영측은 단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수차례 공문을 통해 충당금을 낼 것을 요구했으나 업체가 유보해달라며 차일피일 미뤄왔다고 밝혔다.

이 부분은 경북도의 감사에서도 지적됐으나 지키지 않을 경우 강제조치 권한이 없어 시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수가 필요 없다면 특별수선충당금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으나 임대아파트 업체가 도산하면 입주민들이 모든 비용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커질 수 있다.

부영 측은 분양전환을 앞두고 뒤늦게 지난 28일 구평동 2단지의 특별수선충당금을 냈으나 법을 지키지 않은 데 따른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업체에 대한 처벌 규정이 마련돼 있는 주택법과 달리 분양전환이나 특별수선충담금 등에 있어 임대주택법이 허술하게 구성돼 있어 건설업체가 악용할 우려가 많다는 것이 건설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특히 임대아파트 건설업체가 국민주택기금을 저리로 지원 받고, 입주자들로부터 보증금을 받아 비교적 쉽게 아파트를 건설하는 점을 감안하면 임대아파트 업체에 대한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법령이 개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시 관계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어 관계 부처에 임대주택법을 개정해 줄 것을 수 차례 요구했으나 나아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2006.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