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시청사 60대 민원인 자살 이유(?)

2007-03-03     고도현 
<내 담장 철거했는데 이웃은 이행 안해...죽음부른 국유지 침범 다툼>

한 시골마을에서 집과 집 사이 도로인 국유지를 서로 침범한 것을 두고 이웃사촌이자 친척끼리 다퉈오다가, 화를 삼키지 못한 60대가 행정기관을 찾아와 농약을 마시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랫동안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부대끼며 살아온 이들은 이웃사촌이라는 말을 무색케 할뿐만 아니라, 더욱이 친척 지간으로 알려져 각박한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 2일 오전 11시30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대잠동 포항시청사 12층 건설과 사무실에서 정모(68·포항시 북구)씨가 농약을 마신 후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으나 하루 뒤인 3일 오후 1시께 숨졌다.

정씨는 사고가 발생한 2일 오전 11시께 시청 건설과를 찾아와 “옆집 편 모(72)씨가 국유지에 화장실을 설치했는데 왜 시가 강제 철거 조치를 하지 않느냐.”며 격렬히 항의한 뒤 복도로 나와 휴대해 온 농약을 꺼내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포항시에 따르면 숨진 정씨와 이웃 편씨는 지난 2003년부터 서로의 집 사이 국유지에 각각 담장과 화장실을 설치한 뒤, 이를 두고 서로 침범했다며 다투다가 포항시로부터 동시 철거명령을 받았다.

이후 정씨는 담장을 철거했지만 편씨가 아직까지 화장실을 철거하지 않았고, 이에 불만을 품은 정씨는 포항시에 ‘강제철거’조치를 요구하다가 여의치 않자 이 같은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 건설과 측은 “정씨의 민원에 따라 지난 2003년 편씨에게 벌금을 부과한데 이어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상태”라며 “남도 아닌데 약 2평에 불과한 화장실 자리 문제 때문에 음독이라니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민원처리 절차가 부당했다거나 음독을 할 만한 결정적 계기가 없어 더욱 안타깝다”며 “그냥 이웃도 사촌처럼 여긴다는데 하물며 친척간이라니, 정을 나누던 미풍양속이 이제 시골에서조차 사라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2007.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