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N 여행 이야기] 영혼의 통로를 걷다, 이집트…두 번째 여정
2017-03-29 프리랜서 이곤 기자
순 우리말인 얼굴이라는 단어는 영혼이라는 ‘얼’과 통로라는 ‘굴’이 합쳐진 결과이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얼굴은 ‘영혼의 통로’라는 뜻이다. 영혼의 통로는 이 푸른 별 지구의 모든 인류가 지나가고 싶어 하는 영원의 길이다. 이집트에게 영혼의 통로를 지나갈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이집트는 답을 했다. 지금 당신은 그 얼굴 앞에 서 있다고.
세상에서 가장 큰 수수께끼, 피라미드
4500여 년 전, 높이 147미터와 각 밑변의 길이 230미터 그리고 평균 2.5톤의 석회암과 화강암 230만 개로 쌓아올린 지구상 가장 위대한 건축물. 카이로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13km의 거리. 우리는 그저 이 정도만 알고 있으면 된다.
그리고 피라미드를 세계 7대 불가사의에 포함시키는 것은 이 절정의 영험한 건축물에 대한 대단한 실례일지도 모른다는 것도. 이것은 그 어느 것과도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피라미드는 그 자체, 무엇과도 같은 선에 나란히 설 수 없는 오직 단 하나, 바로 그것이다.
피라미드는 건축물이 아니다. 이것은 하나의 종교이며 높디높은 하늘이고 광활한 우주임과 동시에 우러러보고 믿으며 의지하는 전지전능한 당신이다. 지구상에 이런 건축물은 없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나타나지 않을 것이며 물론 그래서도 안 된다.
불가능과 기적 그리고 완벽한 실제와 영원한 환상의 집합체, 피라미드. 피라미드를 바로 앞에서 본다는 것. 이제 당신은 진짜 영혼의 통로 앞에 서 있는 것. 이집트의 모든 파라오들은 이곳에서 잠들고 영생의 삶을 얻은 후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됐다.
불멸, 스핑크스에 새겨진 이름
어떤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모자란 역사상 가장 아름다우며 오래된 듀엣. 스핑크스는 기자 피라미드 세개 중 가운데에 위치한 카프레왕의 피라미드 남쪽 방향에 위치하고 있다. 이 절대적인 권력이자 상징인 피라미드 앞에 스스로 영원히 머물기를 바랐던 것일까, 스핑크스는 피라 미드 앞에서 70m의 길이와 높이 20m의 모습으로 스스로 박제가 돼버린 채 오랜 세월을 기꺼이 피라미드와 함께하고 있다.
무수한 풍화에 깎인 얼굴은 정확하게 가늠되지 않을 정도로 본 모습을 잃어가고 있으나 오랜 시간동안 그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 얼굴은 극도로 무표정하되, 자신의 허락 없이는 피라미드에 더 이상 가까이 갈 수 없다는 엄숙한 결의마저 풍긴다.
언젠가 피라미드 속에 잠들고 있는 파라오가 부활해 세상에 나타난다면 그제야 자신은 조용히 뒤로 물러날 뿐이라고 스핑크스는 굳게 다문 입술로 이야기한다. 영원히 남아 사라지지 않을 스핑크스. 불멸이란 이런 것이다.
최초의 피라미드, 사카라
사카라 피라미드는 기자 피라미드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정도를 달려, 한편에는 허허한 사막 벌판과 그 반대편엔 무성한 야자수로 숲을 이룬 오아시스 사이에 나타난다.
빛과 소리의 쇼, 피라미드 야경
어둠이 내린 가운데 차 소리도 잦아들고 사방이 온통 고요해진 밤에 다시 피라미드를 찾았다. 어쩔 수 없이 마치 피라미드에서부터 거대한 끌림이 작용하는 듯 사람들의 동선은 밤의 피라미드로 향한다. 빛과 소리의 쇼라고 불리는 피라미드의 야간 공연. 사람들은 낮 시간에 피라미드에서 보았던 인파에서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북적이지 않는 곳에서 피라미드를 감상한다는 것. 세팅은 완벽해졌다.
8시, 쇼가 시작되고 이후 약 30분. 멀리 세 개의 피라미드가 스핑크스를 앞에 두고 갖가지 화려한 색의 조명을 받은 채 음악을 덧붙이고 또 이야기를 칠해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나일강의 물은 풍요롭게 넘쳤다가 다시 말랐고 사막에는 가녀린 초승달이 떴다 구름 속으로 다시 잠겼다.
피라미드를 낮에만 본 사람은 분명 인생에서 하나의 실수 또는 후회를 할 것이다. 또 다른 피라미드 하나를 완전히 놓치고 가는 것이니 말이다. 피라미드 2부작 중 마지막 편을 못 본 셈. 그것은 피라미드에 대한 감상의 완성이 아니다.
카이로를 수식하는 표현은 많다. 아랍어로는 ‘승리의 도시‘라고 불리며 아프리카에서 가장 크고 또 가장 오래된 도시라는 이름도 있다. ‘천 개의 미나렛-첨탑을 가진 도시’라고도 불릴 정 도로 크고 작은 모스크가 산재해 있는 카이로는 수백 년간 다양한 이름을 얻으며 발전해 이집트를 넘어 항상 이슬람의 리더 역할을 해왔다.
1860년대에 카이로 중심부에 위치한 압딘 궁전으로 정부가 이전되기까지 오랫동안 이집트 행정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시타델은 30미터 높이의 견고한 외부 성벽으로 오랫동안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시타델의 정문인 아자브 게이트를 통해 들어서면 먼저 알 나세르 모하메드 이븐 콸라운 모스크가 보인다.
카이로에 있는 모든 모스크들 중 가장 아름다운 모스크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모하메드 알리 모스크는 시타델을 찾는 가장 중요한 이유. 카이로 시내 어디에서도 보인다는 모하메드 알리 모스크는 비교적 현세인 19세기 초에 세워졌다.
전체적인 모습은 19세기에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를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내부는 곳곳에 켜진 샹들리에 전등과 바닥에 깔린 붉은색의 카펫과 조화를 이루어 웅장하고 경건하다. 이슬람 특유의 화려한 색감과 계속해서 이어지는 돔 천장은 확실히 아야 소피아를 연상시킨다. 이 방대한 공간을 고작 몇 개의 기둥으로 떠받치고 있다는 것이 우선 믿기지 않는다.
카이로 시네마, 카이로 타워
카이로 타워는 나일강이 흐르는 강 가운데 있는 게지라섬에 위치하고 있다. 타흐리르 광장에서 도보로 15분. 187m의 높이로 타워로는 세계에서 4번째로 높으며 기자의 피라미드보다 45m나 더 위에 있어 카이로 시내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여겨진다.
지중해와 홍해 그 사이 수에즈
수에즈는 무엇보다 홍해 바다를 볼 수 있고 대규모 운하인 수에즈 운하와 인접하며 척박하고 황량한 북아프리카의 사막지대를 지날 수 있어 카이로에서 한나절 코스로 적당한 곳이다. 수에즈는 이집트에서 여섯째 큰 도시로 카이로의 작은 버전처럼 카이로를 축소해 놓은 느낌을 준다.
수에즈에서 시작되는 운하 물길 192킬로미터를 따라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이 손을 잡았고 또 유럽 대륙으로 연결되어 온 것이다. 막상 마주한 홍해는 분명 이집트의 모래가 섞여 바다가 붉은 색을 띨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완전히 반대의 풍경을 펼쳐 주었다. 쏟아지는 햇빛에 반사된 홍해는 때때로 은빛이거나 가끔 금빛처럼도 보였고 지중해보다 더 파랬다.
<사진=여행매거진 GO-O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