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반장선거 정치판 뺨치네

2007-03-08     고도현 
<초등생 선거강좌 문전성시, 음식제공,선물공세 선거법위반(?) 아니냐 우스개까지도>

<학생·학부모간 폭력사태에“대입때 특혜·가산점 준다” 고등학생도 관심>

새 학년을 맞아 학교들 마다 반장선거 열기가 뜨겁다.

특히 최근 들어 ‘반장되는 비법’을 강의하는 학원이나 문화센터 등이 문전성시를 이루는가 하면 초등학생 반장선거가 부모들의 대리전으로 번져 폭력이 오가는 등‘성인정치’를 방불케 하고 있다.

고등학교의 경우는 대학진학시 이점 때문에 너도 나도 반장을 하겠다고 야단이다. 심지어 선거전에 선물 돌리기, 음식 제공은 물론 사전에 전화를 걸어 표를 당부하기도 하기도 해 기성 정치권에 빗대 선거법위반이 아니냐는 우스개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의 한 백화점 문화센터는 최근‘초등생 반장선거 대비강좌’를 열고 학생들에게 연설문을 외우게 하고 미리 제스처까지 준비하게 하는 등 반장만들기 프로젝트가 인기를 얻었다.

학생들은 출마 동기와 공약 등을 적은 연설문을 외우고 다른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는 실전 연습을 하거나 자세나 말투, 억양 교정까지 ‘반장되기 비법’ 익히기가 수업내용이다.

서울에서는 몇 해 전부터 백화점 문화센터들마다 초등학교 반장선거 대비연설법과 공약제시법을 기초로 ‘신학기 반장 선거 대비 강좌’를 선보이고 있다.

이 같은 바람을 타고 최근 대구·경북지역 백화점, 할인점 문화센터, 사설 학원 등에서도 초등생부터 중·고교생 위주의‘전교 학생회장 대비반’까지 앞 다퉈 열리고 있다.

경북 포항의 한 학원관계자는 “고등학생의 경우는 각 대학에서 신입생 선발 시 간부경력이 있으면 특혜와 가산점을 주면서 주로 공부 잘 하는 학생이 반장에 나섰던 과거와는 달리 가정환경이 좋은 학생이 나서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포항의 모 초등학교 전교 어린이회장 선거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선거가 과열되면서 출마한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 폭력이 오가고 고소·고발까지 이어질 뻔 해 학교 관계자들이 홍역을 치루기도 했다.

같은 해 광주에서도 초등학교 반장 선거결과를 두고 말다툼 끝에 폭력까지 행사한 학부모 2명이 경찰에 입건되는 등‘반장 만들기’로 인한 상처가 만만치 않다.

초등학생을 둔 한 학부모는“초등학생 반장이 되기 위해 아이를 학원까지 보내는 세태가 안타까울 따름”이라며“친구들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인 반장이 언제부터인가 부모들의 대리만족과 입시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