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실종,성폭행 불안증후군 확산

2007-03-23     고도현 
<휴대전화 판매 늘고 위치추적 서비스도 특수>

“등교 시간 학교 앞이나 하교시간 주택가 앞에 나가보면 아이를 배웅하거나 마중 나온 부모들로 북적이거든요. 워낙 험한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세상이다 보니 아이들 혼자 내버려두고는 안심이 안돼요.”

초등학교 2학년 여자 아이를 뒀다는 주부 신모(35·포항시 남구 상대동)씨는 평소 혼자서도 학교에 잘 다니던 아이의 등하교길을 최근 이처럼 하루도 빠짐없이 바래다주고 마중 나가고 있다.
신씨는 5학년 정도 올라가면 사줄 생각이던 휴대전화를 갓 2학년에 올라간 아이에게 사줘야 할지 남편과 의논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근 어린이 유괴, 실종에 이어 지역에서 성폭행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등 이른 봄과 함께 범죄 심리도 고개를 들면서 언론매체를 통해 험한 사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어린아이를 둔 학부모를 포함해 귀가가 늦은 여성들, 가출청소년의 부모들이 이 같은 불안감을 느끼면서 휴대전화의 판매량이 늘고, 지상파 위치추적서비스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는 등 신종특수도 생겨났다.

22일 휴대전화 판매업계에 따르면 인천 송도동 어린이 납치살해 사건 이후 실종 등 유사사건이 전국적으로 잇따르면서 휴대전화 판매량이 심상치 않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포항 도심 육거리 부근 한 통신업계 대리점 주인은 “초등학생들을 데리고 휴대전화를 사러 오는 학부모들이 부쩍 늘었다”며 “세상이 험해 불안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손님이 많다”고 전했다.

대리점보다 더욱 특수를 누리는 곳은 이동통신업계. SK텔레콤은 ‘안심존 이탈알림’ 등 안전관련 서비스가 7~8 종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이동통신업체도 ‘애인안심’, ‘안심귀가’ 등의 서비스명으로 안전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유사시 긴급버튼을 누르면 휴대전화에 지정된 주변인 서너 명에게 동시에 ‘위험신호’를 전송하는 서비스도 있다.

통신업계의 이 같은 안전서비스는 그동안에도 꾸준히 이용자가 늘어왔지만,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업계가‘불안특수’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포항남부소방서 상황실에 따르면 최근 접수되는 위치추적 의뢰 중 이처럼 이동통신 업체의 안전알림 서비스에 따른 부모나 주변인의 신고가 90% 이상이며, 오인신고도 상당수지만 불안한 부모의 마음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

상황실 관계자는 “흉흉한 사건이 많을수록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지 않겠느냐”면서 “뜻밖의 특수를 누리는 곳은 다행이겠지만, 시민안전을 지켜야 하는 소방관은 책임이 더욱 무거워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