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학생증 바코드 불법 복사 기승
2007-04-09 고도현
수십 억원을 들인 대학 도서관의 최첨단 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학생증 바코드 복사라는 간단한 방법만으로 본인이 아닌 누구나 도서관을 이용하는 신종불법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학생증 바코드 복사가 일반 복사기로도 가능한데다 현재 시스템은 바코드 형식만 읽을 뿐 불법 복사 구분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이 열람실 좌석 배정 혼란과 대리좌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스마트카드 좌석발급시스템’이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선착순으로 학생증을 스캔해 인증 받도록 하고, 빈 좌석을 확인한 후 원하는 좌석을 선택해 배정한다.
배정받은 좌석은 4시간동안 사용할 수 있으며, 1인 1좌석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친구들의 학생증 바코드를 여러 개 복사하고 다니면서, 대리좌석을 쉽게 잡고 있다.
예전 같으면 열람실 좌석에 가방과 책을 올려놓아야 했지만, 오히려 새 시스템 덕분(?)에 바코드 인식만으로 간단하게 대리좌석을 잡을 수 있게 된 것.
이로 인해 좌석을 배정받기 위해 일찍 등교하는 다른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복사된 학생증 바코드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책 대출은 물론 도서관출입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졸업생들이 도서관 이용을 할 수 있도록 만든 ‘특별회원증’ 불법 복사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 일부 학생들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거나, 학생증 바코드 복사를 종용해 불법을 부추기고 있다.
또 하나의 큰 문제는 불법 복사된 학생증 바코드가 단순히 대리좌석 등에만 이용되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
학생증 바코드는 학교내에서는 자신임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악용될 소지가 있다.
영남대학교 학생인 박모(26)씨는“언제부터 학교내에 불법 복사된 학생증 바코드가 늘고 있다”면서“내 학생증도 누군가에 복사된 것 같아서 기분이 찜찜하다.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책방안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관련 영남대는 지난 2일‘학생증 부정사용 단속’이라는 대자보를 붙였다.
학교측은 최근 학생증 부정사용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선의의 피해자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대학은 만약 단속될 경우 복사된 학생증 바코드 주인 모두에게 15일간 열람좌석배정을 중지하는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