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라이브 뮤직 렛츠락페스티벌’ 체험기
한강·잔디밭·락음악의 기운이 노래·점프·춤으로!
2011-10-04 이창환 기자
국내 36개 밴드가 참여한 ‘대한민국 라이브 뮤직 렛츠락페스티벌’(이하 렛츠락페스티벌)이 지난달 24일~25일에 걸쳐 막을 내렸다. 2007년 도심 속 락페스티벌의 활성을 목표로 시작된 ‘렛츠락페스티벌’은 정성을 쏟는 라인업으로 점차 명성을 얻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난지 한강공원’에서 개최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이어졌다. ‘렛츠락페스티벌은’ 해외파 헤드라이너의 부재를 빼고는 ‘지산밸리 락페스티벌’,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 오히려 락페스티벌의 최적기는 한여름이 아닌 ‘가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지난달 24일 오후 1시30분, 한강공원과 근접한 마포구청역에 도착했다. 한강공원을 둘러보고 싶은 마음에 셔틀버스를 뒤로한 채 홍제천을 따라 걸었다. 행사장인 중앙잔디마당까지의 거리는 1.3㎞였다. 자전거 도로가 이어졌고 넓은 잔디밭이 펼쳐졌다. 난지 한강공원은 접근성이 다른 한강공원에 비해 떨어지지만 전체적인 풍경과 규모는 외국이 연상될 만큼 좋았다.
도착했을 때는 ‘어반 자카파’가 막바지 공연을 하고 있었다. ‘어반 자카파’는 도시풍의 감성적인 멜로디가 장점이다. 지난 5월 발매된 ‘<01>’앨범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무대 아래는 가까이서 뮤지션을 보기위한 관객들로 빼곡했고 나머지 관객들은 잔디 곳곳에 돗자리를 펴놓고 음악을 감상하거나 먹거리를 즐기고 대화를 나눴다. 얼굴을 가린 채 낮잠을 자는 관객들도 눈의 띄었다.
3시경 공연을 시작한 ‘옥상달빛’은 순수한 느낌의 멜로디와 공감 가는 가사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옥상달빛’은 방방 뛸 수 없는 장르적 한계를 유머로 대처하기도 했다. “앉아서 기타치고 노래한다고 어디 아픈 건 아니예요”, “저희와 관객을 일어서게 하는 곡을 꼭 만들거예요”라는 말로 웃음을 줬다.
내리쬐는 해가 조금씩 서쪽으로 기울던 오후 4시30분에는 ‘칵스’(The Koxx)가 관객들의 ‘락 스프릿’을 깨웠다. 지난 6월 발매된 칵스의 ‘Access Ok’는 평론가들로부터 “밴드뮤직의 전성기가 도래하나”, “앙팡테리블의 출현을 축복하라”등의 극찬을 받았다. 관객 또한 공연에 열광하면서 기타 사운드에 자신들의 에너지를 내던졌다.
1993년부터 한국 헤비메탈을 떠받친 ‘크래쉬’는 자리에 앉아 고개와 어깨만 들썩이던 관객들을 앞으로 끌어 모으는 힘을 발휘했다. ‘크래쉬’ 리더 안흥찬은 “우리가 추구했던 음악을 여러분은 모를 것이며, 우리와도 다르다”고 말했지만 팬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 듯했다. ‘크래쉬’의 무대가 정점에 치닫는 순간에는 20대 여성까지도 거칠고 원초적인 기타 리프를 흥얼거리며 열심히 점프했다. 토요일 밤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파격적인 퍼포먼스와 독특한 ‘뿅뿅사운드’로 열성팬들을 거느린 ‘고고스타’, 2000년대 초반을 주름잡았던 ‘트랜스픽션’의 공연이 끝나고 나니 어느새 오후 8시를 향하고 있었다. 이제 첫째 날의 하이라이트인 ‘015B', ‘국카스텐’, ‘YB’만이 남아 있었다.
원조 엄친아 밴드 ‘015B’의 노래를 듣는 것은 ‘렛츠락페스티벌’이 주는 소득이었다. 015B는 관객들을 90년대 향수에 젖어들게 하면서 녹슬지 않는 열정으로 이름값을 해냈다. 많은 히트곡을 뒤로 한 채 락페스티벌에 어울리는 곡을 선택했고, 젊은 세대와 교감했다.
한국 록씬의 미래로 평가받는 ‘국카스텐’은 ‘라이브의 본좌’라는 소문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국카스텐은 ‘2010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신인상’과 ‘최우수 록노래상’을 수상해 존재감을 각인시킨 바 있다. 이들의 음악을 듣다보면 락 음악의 안목과 이해가 넓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공연 중 국카스텐은 “김밥천국만 가다가 돈을 많이 벌다보니 와인삼겹살도 먹는다”며 “돈 쓸데가 없어서 로고 티셔츠를 준비해왔다”며 팬들의 환호성을 받았다.
첫날 대미를 장식한 밴드는 ‘YB’였다. MBC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로 인기를 되살린 윤도현을 필두로 YB는 수천 번의 라이브 공연에 걸맞는 실력을 보여줬다.
YB의 압권은 윤도현의 폭발적인 성량과 깜짝 놀랄만한 연주 실력이었다. 윤도현은 두 번의 기타 솔로 파트로 잔디마당을 고요하게 만들었다. 새 앨범 작업에 관한 고충을 진솔하게 털어놓는 순간에는 뮤지션에 대한 존경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올해 ‘렛츠락 페스티벌’이 ‘지산락페’, ‘펜타포트’수준의 라인업, ‘떼창’, ‘슬램(Slam)’을 보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달리 말하면 락 마니아 외의 대중들이 많이 참여했다는 얘기가 되지 않을까. 이번 페스티벌은 조기 매진을 자랑했는데 여성 비율이 7:3이상을 차지한 것 같았다. 하나의 무대에서 공연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는 둘 중하나를 버려야되는 고민을 덜어주는 장점이 됐다. ‘지산락페’의 경우 80개 밴드가 4개의 무대에서 공연되기 때문에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이 겹칠수도 있다. 일부 관람객들은 “휴가철 ‘대형락페’의 쓰레기에 비하면 이곳은 양호하다”라고 만족했다.
[이창환 기자]hojj@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