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키·가난·무대공포증 날려 버린 ‘달인’ 김병만…김병만 시대

감탄! 그리고 감동

2011-09-27     이창환 기자

KBS 개그콘서트 ‘달인’을 4년 9개월 넘게 이끈 김병만(37)이 폭넓은 활동으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달인으로 스타 개그맨 반열에 오른 김병만은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리얼 버라이어티쇼 고정 출연, 일본 진출과 가수 데뷔 등으로 ‘달인’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김병만은 이미 ‘달인’에서 다른 개그맨이 범접할 수 없는 다재다능함과 도전의식을 보였다. 최근 자서전(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을 출간한 김병만은 성공 속에 감춰졌던 자신의 아픔과 개인사를 공개하면서 웃음 이상의 감동을 선사했다. 결혼발표, CF 계약 등 경사를 누리고 있는 김병만의 발자취와 계획을 살펴봤다.

김병만은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시치미로 ‘달인’의 웃음 포인트를 짚어낸다. 이와 같은 패턴은 ‘김병만식 개그’로 대표됨과 동시에 ‘달인’을 장수하게 만드는 힘이 되고 있다.

그런데 김병만이 올해부터 ‘김병만식 개그’의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크게 상승한 인기와 다재다능함을 활용해 다양하게 자신을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에는 개그맨으로서는 전무하다시피 한 스포츠브랜드(K-SWISS) CF 계약을 성사시켰고, CF에서 프로선수 못지않은 운동신경을 선보였다.

지난 5월에는 SBS ‘김연아의 키스 & 크라이’에 참가해 피겨 스케이팅으로 팬들을 놀라게 하는가 하면 다음달에는 SBS ‘정글의 법칙’, 연말쯤에는 ‘달인’ 일본 진출을 앞두고 있다.

시청자들은 김병만의 리얼 버라이어티 진출을 반기고 있다. 꽁트 개그 때와는 또 다른 재미를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김병만은 리얼 버라이어티쇼 ‘정글의 법칙’에 큰 의욕을 보이고 있다. 김병만은 “어린 시절 ‘톰 소여의 모험’을 읽으며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정글 탐험을 꿈꿨다”고 말했다.

김병만을 비롯한 출연진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아프리카 정글에서 물, 식량, 침낭 없이 살아남는 과정을 전달한다.

개그맨의 새로운 경지를 열고 있는 김병만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적인 면모와 성공 비결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김병만은 지난 18일 방영된 ‘SBS스페셜-나는 산다. 웃기는 놈’을 통해 진정한 달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SBS스페셜’ 김병만 편, 오후 11시 방영 불구 14% 시청률

남다른 끼와 활발함을 가지고 있던 김병만은 학창시절 때부터 개그맨을 꿈꿨다. 집안 형편때문에 고등학생 시절부터 돈을 벌었지만 개그맨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

21살의 김병만은 부모님의 걱정과 만류를 무릅쓰고 개그맨이 되기 위해 30만 원을 들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다.

하지만 젊은 시절의 모험은 그에게 많은 좌절을 안겼다. 가난과 작은 키, 무대공포증까지 있던 김병만은 빛을 보기 힘든 지망생이었다. 개그맨 공채 시험을 7번 낙방 했으며, 방송연예학과 실기시험에 아홉 차례나 떨어졌다. 무대공포증 또한 그를 지속적으로 따라다녀 혹독한 무명시절을 겪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

치열한 노력으로 단점을 고쳐나갔지만 작은 키는 그의 앞길을 가로막는 높은 장애물이었다. 운동이 좋아 해병대를 지원했지만 키 때문에 면제됐고 연기 학원에서는 ‘실력은 되지만 키가 너무 작다’라는 아픔을 겪었다.

김병만은 당시를 회상하며 “여러 번 떨어져서 난 될 수 없나보다 하는 순간 엄청 울었다. 정말 겁났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통해 “연습을 믿는다. 입버릇처럼 이야기하지만 연습은 배신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독한 연습벌레였던 덕분에 현재의 위치에 도달했다는 것.

이제는 ‘개그콘서트’의 간판 개그맨 자리를 꿰차고 있지만 마음 한 곳에서는 털어 버리기 힘든 고민도 있었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 이었다.

김병만은 “무명시절 아버지와 이야기를 많이 안했다. 아버지가 ‘빚이 많이 쌓인다. 해볼 만큼 해봤으니 집에 내려와서 돈 벌어라’고 하셨다”고 밝혔다.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린 점은 자신에게 짐으로 남겨져 있었다.

김병만은 “경제적으로 이루어졌을 때 아버지는 치매에 걸리셨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어 “어머니에게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김병만의 노력과 개인사가 묻어났던 이날 방송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다.

‘SBS스페셜’은 여태껏 방송에서 자주 비춰지지 않았던 김병만의 연습 장면을 조명하기도 했다.

김명만은 ‘키스 & 크라이’때 갈고닦은 실력으로 ‘피겨 스케이팅 1급 자격증’에 도전하는가 하면 ‘달인’을 위해 어렵고 위험한 종목을 밤낮 가리지 않고 연습했다.

‘달인’을 처음 기획했던 김석윤 PD는 “저 정도로 하려면 얼마나 연습했을까. 그의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글썽인 적도 있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병만의 차기 행보 역시 팬들에게 힘을 주고 있다.

김병만은 친분이 있는 가수 박상민과 함께 듀엣곡 ‘툭툭 털어’를 발표했다. 싱글 앨범 ‘툭툭 털어’는 9월 말경 발매될 예정이다.

물론 좋은 추억이자,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경험일 뿐 가수로서의 방송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곡은 가수 이승철, 바비킴의 앨범에 참여한 홍진영이 작사 작곡해 눈길을 끌었다.

더욱 뜻 깊은 일은 내년 초 결혼 소식이다. 지난 16일 김병만의 소속사는 “소개로 만난 일반인 여성과 1년가량 교제를 해왔다”며 “2012년 초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품절남 대열 합류가 머지않은 김병만. 아내의 내조를 바탕으로 깜짝 놀래킬 만한 개그를 보여주길 바란다.

[이창환 기자]hojj@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