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헬스걸’ 시청자들에게 건강한 다이어트 법 전수
살이 빠질수록 존재감도 쑥쑥
2011-08-01 이창환 기자
[이창환 기자]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헬스걸’이 개그콘서트에 새로운 인기 코너로 자리 잡고 있다. 개그맨 이승윤, 이종훈, 이희경, 권미진이 출연하고 있는 ‘헬스걸’은 뚱뚱한 여자 개그맨들의 ‘다이어트 도전기’가 주된 내용이다. ‘헬스걸’을 통해 이희경과 권미진은 2주 만에 각각 86Kg에서 76Kg으로, 102Kg에서 85Kg으로 감량했다. 물론 체계적인 운동과 식단 조절을 통해서다. ‘헬스걸’에 나오는 개그와 운동법은 모두 다이어트 과정에서 비롯된 아이디어다. 때문에 다이어트 경험자들의 공감대를 사고 있다. 다이어트도 웃음도 포기할 수 없다는 이들을 인터뷰해봤다. (이승윤=이하 ‘승’, 이종훈=이하 ‘종’, 이희경=이하 ‘희’, 권미진=이하 ‘미’)
-‘헬스걸’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 종: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것은 지난 4월이다. 여름을 맞아 다이어트와 관련된 코너를 생각하고 있었다. 개콘에는 뚱뚱한 개그맨이 많은데 남자 버전은 과거 ‘헬스보이’에서 시도된 적이 있다. 그래서 여자 개그맨으로 관심을 돌렸다. 승윤이형이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해 희경이와 미진이로 결정했다.
- 개콘 PD의 반응은.
▶ 승: 종훈이가 아이디어를 내는 시점과 비슷하게 PD 님역시 다이어트와 관련된 코너를 제안했다. PD님이 생각하는 코너의 취지는 ‘다이어트를 매번 실패하는 사람들에게 의욕과 용기를 주는 것’이었다. 재미 또한 있어야 했다.
▶ 종: PD님 역시 네 명이서 함께 ‘헬스걸’을 시작하는데 동의하기는 했지만 안타까운 마음을 보이기도 했다. 수십 킬로그램을 빼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헬스걸’이 모습을 갖추게 된 이후부터는 이전보다 열심히 운동했다.
- 개콘의 유일한 개그 건강 프로그램이다.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운동법을 매주 알려 주고 있는데 어떻게 선정하나.
▶ 승: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수시로 고민한다. 알고 있는 운동법이 많은데 모두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코너의 시간이 한정돼 있으므로 그 중 몇 가지만 잠깐 소개해주고 있다.
- 이희경씨와 권미진씨도 ‘헬스걸’에서 소개하는 운동을 하고 있나.
▶ 승: ‘헬스걸’ 2회 때 보여줬던 계단을 오르내리는 운동 등을 실제로 하고 있다. 앞으로 소개하는 다른 동작들도 희경이와 미진이의 운동 과정 속에 들어 있는 것들이다.
- 개그 포인트를 포착해 내기가 어려워 보인다. 코너가 지루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종: 개그가 많이 강하지 않은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는 ‘리얼’ 개그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아이디어도 희경이와 미진이의 다이어트 과정을 관찰하면서 짜야한다. 살을 빼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일들이 발생할 텐데 그에 따라 유동적으로 개그를 만들 것이다. 살을 빼는 어려움을 재미있게 풀어낼 만한 개그 소재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헬스걸’을 보면 ‘44사이즈’라는 말이 나오던데, 44 사이즈로의 변신이 가능할까.
▶ 승: 분명하게 정한 목표는 각각 30Kg 감량이다. ‘헬스걸’ 2회 때 시청자들에게 30Kg을 감량시키지 못하면 개콘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방송에서 말한 55Kg은 우리 네 명이 바라보는 꿈이다. 현재는 목표치에 최대한 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계획적으로 운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주에 몇 킬로씩 빼야한다’는 계획표도 있나.
▶ 승,종: 그렇지 않다. 어떤 주에는 더 찐 상태로 나올 수도 있고 컨디션에 따라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 다이어트 도전자들이 흔히 겪는 정체기가 올수도 있다. 우리는 이 같은 과정이 다이어트 도전자들을 위한 정보라고 생각한다. ‘헬스걸’은 아까도 말했듯이 ‘리얼’ 개그 코너다.
- 닭가슴살이 주 메뉴던데 나중에는 다른 메뉴로 대처할 것인가.
▶ 승,종: 먹는 메뉴는 앞으로도 동일할 것 같다. 다이어트 중이기 때문에 이 정도만 먹어도 충분하다. 하지만 운동 방법이 바뀐다. 다이어트 운동은 신체 능력에 따라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체력이 좋아져 몸에 익숙해질 때부터 같은 강도로 해서는 살이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 끼니 때마다 야채를 섭취하던데 무엇을 먹나.
▶ 승, 종, 희: 양배추, 방울토마토, 오이, 당근, 미역, 양파 등 다양하다. 종합비타민제도 같이 섭취하고 있다.
- 이희경씨와 권미진씨는 몸매를 소재로 개그를 만들었을 텐데, 조금은 ‘뚱뚱한 캐릭터’가 아쉽지 않나.
▶ 미: 여태까지는 뚱뚱한 캐릭터로 활동 했지만 다이어트 성공 후에는 또 다른 캐릭터를 생길 것이라 믿는다.
▶ 종: 희경이와 미진이는 ‘뚱뚱한 개그맨’에서 ‘한 때 뚱뚱했던 개그맨’으로 불릴 것이다. ‘뚱뚱했던 개그맨’이라는 이미지 안에서도 새로운 개그 소재는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다.
▶ 승: 나 또한 다이어트 이후 새로운 캐릭터가 생겨 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몸매와 몸무게를 방송에 공개했는데 부끄럽다거나 네티즌들의 악플이 걱정되지 않았나.
▶ 미: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별로 부끄럽지 않았다. 어차피 뺄 살들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스무 살 이후 계속해서 살이 쪄 뱃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반바지나 치마를 피하지 않았다. 사람마다 개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 희: 부끄러움이나 악플 보다는 방송을 보고 계실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 물론 부끄럽기도 했다. 중학생 때부터 노출에 민감했다. 굵은 팔과 다리, 허벅지가 신경 쓰여 한여름에도 긴바지를 입었고 나시티는 엄두도 못 냈다. 자신 없는 몸매를 가리고 다녔던 것은 개그맨이 돼도 마찬가지였다.
- 권미진씨는 2주 만에 17Kg을 감량 했는데 특별히 느낀 기분이 있었나.
▶ 미: 다이어트 전에는 추위를 모르고 살았다. 비가 온다고 옷을 껴입는 여자들을 이해 안됐고 내숭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근 비가 많이 왔을 때 추위를 느꼈다. 신기했다. 또 하나, 생각지도 못한 쇄골 뼈 라인이 보이기 시작할 때 나도 이런 게 있었구나 하고 좋아했다. 하지만 나는 30Kg을 빼도 70Kg이다. 그보다 훨씬 많이 빼고 싶다.
- 이희경씨는 수십 가지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했다고 들었다.
▶ 희: 다이어트에 도전 할 때마다 10Kg 감량까지는 성공했다. 빨리 빼고 싶은 욕심에 원푸드 다이어트, 무작정 굶기 등의 방법을 선택했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중단하는 순간 뺐던 무게 이상으로 살이 쪘다. 단기간의 절제를 통한 다이어트는 조금만 방심하면 실패로 돌아가는 것 같다.
- 여러번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헬스걸’ 도전이 쉽지 않았을 텐데.
▶ 희: 과거에는 이런 방법으로 살을 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식단 조절과 운동을 통한 다이어트가 얼마나 힘들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도 몰랐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무조건 빼야한다, 빼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 몇몇 사람들은 매주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걱정하더라.
▶ 희: 스트레스는 양날의 검 이라고 생각한다.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 때도 많지만 이 악물고 운동할 수 에너지로 전환하려고 한다. 뚱뚱한 사람들이 날씬해질 때까지 다이어트를 한다는 것은 역시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독한 근성으로 버텨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느끼고 있다.
‘헬스걸’의 리더 이승윤씨는 “‘헬스걸’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웃음뿐만 아니라 어떤 자극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통해 의지력 부족으로 다이어트에 실패한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이희경씨와 권미진씨는 일부의 오해처럼 개그코너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다이어트를 하는 게 아니다. 두 사람 모두 살을 빼고 싶은 마음이 컸고 과도한 몸무게 때문에 건강상 문제점을 고백하기도 했다.
권미진씨는 “몸이 무거워 걷기 힘들 때도 있었고 화장실이 가고 싶어도 계단이 많으면 가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또한 권미진씨는 “남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여자는 못생긴 여자가 아니라 뚱뚱한 여자라고 들었다”는 말로 다이어트 동기를 밝혔다.
이왕 빼는 거 평생 날씬한 몸매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싶다는 이희경씨와 권미진씨. 이승윤씨가 운동과 이종격투기 훈련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하자 그녀들은 “승윤 오빠가 또다시 이종격투기 대회에 출전한다면 라운드 걸은 우리가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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