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 장수

2011-07-19      기자
깊은 산중에 어떤 부부가 살고 있었다.
남편은 화전을 일구러 산중으로 가고 아낙 혼자있는데 산길을 잘못들어 헤메던 굴비장수가 찾아들었다.
굴비 살돈이 없는 아낙은 구경만 하는데 그걸 보던 굴비 장수는 집 떠난지 오래 되었고 삼삼한 아낙인데다 남편도 안 보여 수작을 걸었다.
자기와 정분을 나누면 제일 크고 토실토실한 굴비 한마리를 주겠노라고 아낙을 꼬드겼다.
굴비 말만 들었지 산중에서 먹어 보기는 커녕 처음 구경해 본 아낙. 마음이 동해 일을 치루고 큰 굴비 한마리를 얻었다.
저녁 밥상에 난생 처음 본 굴비가 있는지라 신기해 물으니 자초지종을 아낙은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이미 굴비 맛을 본 남편은 웃을 수도 화낼 수도 없는 터라

“앞으로는 절대 하지마!!”

라고 소리 지르고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러고서 몇달이 지난 어느날 잠. 이번에는 굴비가 두마리나 밥상에 올라왔다.
눈이 휘둥그레진 남편이 소리쳤다.

“아니!! 이번에는 두마리씩이나!”
그러자 의기양양한 아낙, 침을 튀기며 하는 말.

“지난번에 당신이 앞으로는 절대 하지 말라고 해서 뒤로 했더니 두마리나 주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