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민심 최악이었다”

2003-09-18     김은숙 
“추석 민심은 최악이었다. 여기저기서 정치권을 원망하는 소리가 들려온다.”(민주당 구당파 한 의원)“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정도까지 민심이 흉흉한지는 몰랐다.”(민주당 신당파 한 의원)“대통령 잘못 뽑은 거 아니냐는 말들이 들려온다. 차라리 의원배지를 내놓으라는 말까지 들었다.”(한나라당 영남권 한 의원)추석민심을 묻는 물음에 국회의원들은 한결같이 혀를 내두른다. 말 그대로 민심이 흉흉하다는 게다. 그래서 명절 때 지역구를 다녀 온 국회의원들은 이런 분위기로는 차기 총선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걱정이 앞선다고 말한다, 차라리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구당파 의원들은 고민이 덜 하다.

노무현당이라는 인식이 강한 신당파 의원들은 이러한 흉흉한 민심에 걱정이 상당하다. 민심악화가 노대통령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대통령 잘못 뽑은 것 아니냐’라는 말도 이러한 민심을 반증해주는 대목이다. 흉흉한 민심은 노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가장 큰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화난 민심의 화살이 노대통령에게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당은 자칫 그 화살을 같이 맞을 수밖에 없는 처지. 신당행을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는 수도권 소속 한 소장파 의원은 “명절이라서 지역구민들을 많이 만나고 다녔는데 다들 살기가 어려운 모양인지 정치권 원망, 대통령 원망만 하더라”며 “이러다간 무슨 일 날 것 같아 어떤 정치적 판단을 해야 하는지 나조차도 헷갈린다”고 전했다.

잣은 비와 태풍이 휩쓸고간 농총민심은 그야말로 폭동 직전 상태. 농촌지역을 지역구로 갖고 있는 한나라당 소속 한 의원은 “자칫하다간 폭동이라도 날 분위기다. 흉작은 불 보듯 뻔하고, WTO다 뭐다 해서 농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를 듯하더라”며 “그러다보니 국회의원인 날 잡고 하소연하는 지역유권자들이 엄청 많아졌다”며 지역구 민심을 전했다. 경기도 광명에 거주하는 김지명(38세)씨는 “경제가 이렇게 어려우니 살기가 힘들다”며 “요즘 주변사람들과 술마시면 노대통령을 원망하는 사람이 많아 대통령이 안주가 되는 분위기다”며 속타는 심정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