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고소한 작곡가 상대로 맞고소 준비하는 김기수

김기수 , “괴물 같았던 매니저 응징할 것”

2011-05-11     이창환 기자

남성 작곡가 A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던 김기수가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항소했지만 김기수측은 “형식적인 항소로 보고 있다”며?“명예회복을 위한 맞고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수가 처했던 지난 1년간의 상황을 따라가 봤다.

김기수는 지난해 4월 15일 경기도 판교 자택에서 남성 작곡가 지망생 A씨를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같이 술을 먹고 자고 있었는데 김기수가 새벽에 옷을 다 벗은 채 자신의 옷을 벗기고 성적 접촉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A씨의 고소로 성추행범이자 동성애자라는 소문이 퍼진 김기수는 방송 활동을 중단 했다. 당시 김기수는 “너무 억울하지만 성실히 조사받아 혐의를 벗겠다”고 밝혔다.

이후 6개월 동안의 공판에서 재판부는 김기수의 손을 들어줬다. 담당 판사는 지난달 20일 선고공판에서 “고소인의 진술을 도저히 수긍할 수 없고 관련자들의 진술도 김기수가 동성애적 성향이 있다고 볼 수 없다”밝혔다. 담당 판사는 또한 “고소인측이 주장한 합의금 400 만 원을 시인했다는 것도 사실로 보기 힘든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김기수 측은 1년 만에 받은 무죄판결을 받아들이면서, A씨와 매니저에 대해 맞고소를 준비했다. 검찰의 항소로 다시 법정 공방에 돌입해야 하지만 무죄를 확신하는 만큼, 명예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기수는 “재판 과정에서 그들이 거짓말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아직도 고통은 내게만 남은 것 같다”며 “그들이 그동안 어떻게 거짓말했는지 밝히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녹취는 너희만 한 게 아니야

김기수가 이번 사건으로 받은 상처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믿었던 매니저 B씨의 배신은 김기수를 더욱 힘들게 했다. A씨의 배후에 5년 동안 형제처럼 지냈던 B씨가 있었던 것이다. B씨는 돈을 뜯어내고자 김기수를 꾸준히 회유했다.

B씨는 김기수에게 “언론에 노출되면 진실은 뒷전이고 손해 보는 사람은 연예인”이라며 “사과하면 병원비만 받고 끝내겠다는 A씨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말했다.

B씨의 말을 믿은 김기수는 “미안하다. 내가 진짜 잘못했다”고 했지만 A씨는 법원에 그 부분만 발췌해서 증거로 제시했다.

이들은 이 녹취 내용을 빌미로 A씨는 김기수에게 1억2000만 원을 요구했다. 그리고 B씨는 합의금을 어떻게 지불해야 하는지 알려줬다. 김기수의 금전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B씨는 “성추행이 사실이던 아니던 간에 연예인이면 죄인이다. 형이 잃을게 많으니 우리가 원하는 걸 다 줘야 한다”고 까지 말했다.

이 때문에 김기수는 “자살까지 생각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B씨의 배신이 힘들어 돈을 준 후 조용히 끝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기수는 주변 지인들을 위해, 죄인으로 낙인찍히는 것을 막기 위해 진실을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김기수의 어머니와 누나, 가까운 지인들이 줄곧 “김기수는 성추행범도, 동성애자도 아니다”라며 안타까워했지만 밝혀낼 길이 막막했던 것이다.

무죄를 판결 받은 김기수는 이제 맞고소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맞고소 때는 김기수가 지난해 4월 21일부터 녹취해온 녹취록이 공개될 예정이다.

김기수는 “사실을 한 번에 밝히지 않고 차근차근 무죄를 밝히고 반격하고 싶었다”며 “이제 그들의 죄를 물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무죄 판결 다음날 방송 출연을 제의 받았던 김기수는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1년 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보였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은 이혼 위기에 있는 부부들에게 ‘몸을 맞댄 춤’이라는 솔루션을 제시해 화합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김기수는 이 프로그램에서 댄스 멘토를 맡게 됐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