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심형래도 미국에선 썰렁남 ‘굴욕’

라스트 갓파더 미국서 ‘최악의 영화’ 등극

2011-04-12     이창환 기자
심형래 감독의 영화 ‘라스트 갓 파더’에 대한 평가 논란이 미국에서의 흥행 실패로 재점화 됐다. 미국 개봉 이후로 라스트 갓파더에 대한 시선이 “심형래 효과의 환상일 뿐”이라는 주장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뉴욕을 비롯한 북미 12개 도시 50개 관에서 동시 개봉한 라스트 갓 파더. 소규모로 개봉한데다 관객의 외면까지 받고 있다. 미국 영화전문사이트 IMDB에서 역시 평점 10점 만점에 2.3점을 기록하고 있다. 라스트 갓 파더에 대해 현지 언론은 “단조로운 스토리가 아쉽다”, “서양에선 통하지 않는 개그다”라며 웰메이드 코미디와는 거리가 멀다고 혹평했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미국과의 정서 차이”일 것이란 주장을 폈지만 그보단 “내가 봐도 민망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나라 망신 다 시키고 있다”는 평이 많다.

‘라스트 갓파더’에 대한 심 감독의 자신감은 몇 년 전부터 이어져왔다. 영구 캐릭터는 심 감독의 자존심 이었고, 심 감독 스스로도 고전 명작 ‘대부’에 영구 캐릭터를 접목 시킨다는 발상을 마음에 들어 했기 때문이다.

대중들 역시 라스트 갓파더가 실제로 제작될 것인가에 반신반의 하면서도 관심을 나타냈다.

추억 속의 영구를 다시 보고 싶은 이유도 있었고 심 감독이 코미디 장르를 통해 작품성 논란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점도 컸기 때문이다.

그러던 라스트 갓파더가 지난해 크랭크인 됐고 심 감독 역시 “줄곧 지적 받았던 시나리오, 연기를 대폭 강화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디워’를 비난했던 이들도 ‘라스트 갓 파더’에 큰 기대를 표했고 개봉을 한 달 앞둔 시점부터 ‘라스트 갓 파더’는 줄곧 예매 순위 1위를 차지하며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개봉 이후 반응은 달랐다. 평가는 ‘부담 없이 보기 좋은 가족 영화’와 ‘기대 이하의 영구’로 나뉘었다. 매번 이슈를 만들었던 심 감독의 영화가 라스트 갓 파더에서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스트 갓 파더는 약 2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흥행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결과를 보여줬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반응은 싸늘했다. 현지 올 로케, 하비 케이텔 등의 유명 배우 고용, 현지 스탭과의 작업 등이 무위로 돌아갈 만큼 성적이 좋지 못하다. 소규모 개봉관들 마저도 조기 종영되기 직전이다.


미국에서 찍어놓고 미국에서 외면당해

심 감독이 “미국에서의 영구 활약을 기대해 달라”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미스터 빈’과 영구 중에 누가 더 웃긴지 보라”는 출사표 치고는 너무나 초라한 성적인 것이다.

심 감독 영화를 평가절하 했던 네티즌들의 평이 다시 인터넷 수면위로 오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지난해말 흥행을 주도했던 라스트 갓 파더를 비롯 2007년 최다 관객을 동원한 디워 까지 영화적 평가보다 ‘심 감독 효과’가 앞섰다고 주장했다. 두 영화 모두 미국에서 졸작 이란 평가와 상업적 참패를 겪었는데 국내에서의 반응은 정 반대 였다는 것이다.

이들은 “심 감독 영화는 애국심에 의한 민족주의로 흥행을 유발한다”, “재능 있는 신인감독이 라스트 갓 파더의 투자금을 사용했어야 했다”며 심 감독 효과 앞에서 부재한 ‘영화 자체적 평가’를 비판했다.

또 다른 한 네티즌은 “심 감독의 영화를 비난하는 이들을 매국노로 치부하는 것은 편협한 사고 방식”이라며 “이 같은 정서는 심 감독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라스트 갓 파더의 미국 흥행 실패와 심 감독 배급사의 소극적인 홍보를 두고 문화 평론가 진중권씨도 일침을 가했다. 진씨는 심 감독 영화를 디워 때부터 ‘상업용 영화로도 볼 수 없다’고 비난한 장본인이다.

진씨는 “이번에도 국내에서 번 돈을 미국에 날렸다”며 “라스트 갓 파더 때문에 제작비가 75억 원의 적자가 났는데 그중 12억 원은 국민 지원금이고, 수십억 원이 투자가들의 자금”이라고 말했다.

물론 여전히 심 감독의 영화를 옹호하고 응원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1999년 약 200억 원을 투자한 ‘용가리’ 부터 세계화를 꿈꿔온 심 감독이 매번 헐리웃 문턱에서 큰 좌절을 겪는다는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