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 2 돌풍

시청자들도 함께 울고 웃은 국민 프로그램

2010-10-26     최은서 기자

드디어 최후의 승리자를 낸 ‘슈퍼스타K 2’가 1년간의 대장정을 끝냈다. ‘슈퍼스타K 2’는 그동안 15%가 넘는 시청률로 케이블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함은 물론 동시간대 1위로 지상파를 넘어섰다. 또한 참가자들은 데뷔 전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음원차트에서 1위를 휩쓸어 가요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그동안 수많은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실패하고 무관심 속에 사라져갔기에 이러한 성공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실력 있는 참가자들이 매 회마다 발전해가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줬다. 또 참가자들의 모습이 가공되지 않은 채 전파를 타 말 그대로 ‘리얼’을 구현했다. 특히 각양각색의 개성을 가진 참가자들이 가진 사연들은 마치 ‘인생극장’과도 같았다.

‘대국민 스타 발굴 오디션’이라는 취지를 내 건 ‘슈퍼스타K 2’(이하 슈스케)는 재능 있는 가수지망생들을 발탁해 가수 데뷔의 기회를 준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옛말이 돼 버린 요즘 시대에 노래 실력만 있다면 조건이나 배경과 상관없이 동등한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슈스케가 성공한데는 무엇보다도 참여자들의 ‘극적인 사연’이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이 사연들은 시청자들과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해 프로그램에 더 몰입하게 만들었다. 또 회를 거듭할수록 성장하고 꿈에 다가가는 참여자들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대입하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참여자의 일희일비에 시청자들도 함께 웃고 울게 했던 것.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아쉽게 3위로 탈락한 장재인의 사연이 바로 그러한 예다.

자신을 ‘기타 치며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라고 소개한 장재인은 오디션 초기에 가슴 절절한 사연을 공개했다. 학창시절 왕따 경험, 고교 자퇴 경력, 불우한 가정환경이 바로 그것.


어려움 극복해온 캔디 ‘장재인’

그는 내성적인 성격인 탓에 초등학교 때 집단폭행을 당하는 등 왕따를 당했다고 고백했다. 학교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고 겉돈 외톨이였고,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후 아르바이트를 하며 독학으로 음악 공부를 해 대학에 입학했다고 밝혔다.

그는 “음악이 내 삶의 치료제”라며 음악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또 “나보다 더 많은 일을 겪은 사람들도 많겠지만 내가 그 분들을 대신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음악을 벗 삼아 어려움을 극복해온 그의 인생에서 시청자들은 만화 ‘캔디’를 떠올렸다. 꿋꿋하게 삶을 개척한 장재인의 모습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은 캔디를 발견한 것.

그는 사연이 공개되며 ‘마이너 인생’ 혹은 ‘아웃사이더’를 대표하는 음악인으로 단숨에 떠올랐다. 또 개성 넘치는 창법과 독특한 음악색깔에 시청자들은 매료됐다. 8마디 후크송이 평정한 가요계에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장재인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시각도 많다. 윤종신도 심사평에서 “누가 장재인을 잡을 수 있죠?”라며 한껏 치켜 올렸다.


강승윤 “어머니 위해 슈스케 지원”

네티즌 사이에서 ‘폭풍 간지남’으로 불리는 강승윤은 가장 극적인 순간에 탈락해 안타까움을 샀다. 잠재되어 있던 노래실력을 표출해 기대 이상의 활약을 벌여 심사위원은 물론 네티즌에게도 극찬을 받았다. 윤종신의 곡 ‘본능적으로’를 자신의 색깔로 완벽하게 소화해내 자신의 주가를 높인 것이다.

흠 잡을 곳 없이 빼어난 무대를 보여주고 탈락해 슈스케 하차 이후 인기가 급상승하는 이상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각종 음원차트에서 강승윤이 부른 ‘본능적으로’가 1위를 휩쓴 것이 그 예.

또 어두웠던 과거사와 함께 매회 성장한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강승윤 역시 오디션 당시 어두운 과거사를 털어놓으며 오디션 참가 배경을 밝혔었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다. 방황을 해 어머니 속도 많이 속상하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울리던 나쁜 친구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학교 마저 그만 두게 됐다고 밝혔다.

마음의 상처를 깊게 받고 중퇴를 하게 된 이후 밖에 나가지 않고 계속 집에만 틀어 박혀 있었다. 이 모습에 강승윤의 어머니는 속상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어머니가 우는 모습을 보고 정신을 차리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가게 장사도 잘 되지 않아 혼자 술 드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자 죄송한 마음이 너무나 컸다”며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살 길을 찾아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하며 슈스케에 지원하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존박,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 겪어

최후의 2인으로 허각과 극적인 승부를 벌였던 존박은 오디션 초기부터 화제와 이슈를 몰고 다녔다. 외국의 공개 오디션인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 9’에 출연한데다 당시 동양인 최초로 톱 20에 오른 이색경력으로 시즌 초반부터 화제의 인물로 손꼽혀왔다. 특히 10대, 20대 여성 팬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존박에 대한 대중들의 높은 관심을 증명하듯 인터넷을 통해 과거 사진이 잇따라 공개되며 ‘바람둥이’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이 사실을 안 존박은 자신은 착한 남자라며 “여자 친구들보다 남자친구들이 더 많고 학창시절에도 여자 친구들에게 인기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다”고 적극 해명했다. 또 “짝눈이 바람둥이라는 속설이 있어 내 콤플렉스는 짝눈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슈스케 TOP 8이 정신과 상담을 받는 모습이 방송을 타기도 했다. 존박은 이 상담에서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오래 살아 사람들과 보이지 않는 벽을 느껴 깊이 친해지는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존박 어머니도 한인 라디오 방송의 인터뷰를 통해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을 겪었다며 존박이 겪었던 어려움들을 이야기했다. 또 존박이 슈스케 출연 이후 ‘이 곳에서 따뜻한 어머니의 정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래가 우리 형제를 바로 잡아줬다”

허각의 쌍둥이 형 허공씨도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다. 똑 닮은 외모에 호소력 짙은 목소리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동생은 언제나 1등이라고 말하는 허공씨를 만나 허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형이 중퇴를 한 이후 허각도 어려운 가정형편과 놀고 싶은 마음에 형을 따라 중퇴를 하게 됐고 아버지는 크게 상심했다고 한다. 허각은 16살 때 우연히 거리에서 벌어진 노래자랑에 참여해 행사 가수로 무대 위에 서게 됐다. 이후 형제는 서로를 의지하며 가수의 꿈을 키워 나갔다. 이들 형제는 대형 기획사 오디션도 많이 봤지만 비주얼을 이유로 합격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는 “허각이 이번이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지원했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쌍둥이를 두고 집을 떠났고, 아버지는 직장생활 때문에 가정을 세심하게 돌볼 수 없었다고 한다. “어머니의 부재 등으로 인해 우리 형제를 끌어주고 바로 잡아줄 존재가 절실했다. 노래가 그 역할을 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동생이 슈스케에 지원한 이후 발전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보인다고 말했다. 단 한 번도 전문가에게 보컬 트레이닝을 받지 못한 동생이 좋은 기회를 맞아 성장하는 것 같아 기쁘다고.

그는 ‘하늘을 달리다’를 부른 지난 무대를 최고의 무대로 꼽았다. “팝 발라드가 전공인 동생이 비트가 빠른 곡을 소화했다는 건 어마어마한 노력을 한 것”이라며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하고, 꼭 이루려는 성격이다. 한 곡의 노래가 안 되면 포기를 하지 않고 죽어라 그 노래만 불러 반드시 소화해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동생이 마니아 층이 두터운 자기 음악적 색깔이 뚜렷한 뮤지션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