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마를 보았다’ 최민식VS이병헌 연기대결

살인마·고문기술자 엽기 컬렉션

2010-08-17     박태정 기자

인간의 내면에는 천사와 악마가 동시에 존재한다. 두 가지 존재를 어떤 식으로, 어떻게 표출하는지에 따라 때론 선이 악이 될 수도 있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는 이런 표출 방법을 여실히 보여준다. 연쇄살인마 경철(최민식)은 자신의 성욕을 위해 여성들을 탐하고 이후 잔인하게 살해한다. 수현(이병헌)의 약혼녀도 같은 식으로 잔혹하게 살해당하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악의 화신 최민식과 복수의 화신 이병헌의 연기대결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악마를 보았다’에서 최민식과 이병헌이 자존심을 내건 연기대결을 펼친다. 두 사람은 국내 연예계에서도 내노라하는 연기파 배우이다. 이들의 연기대결에 세인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민식은 연쇄살인마 경철 역을 맡아 자신의 성욕을 위해 여성들을 탐하고 이후 잔인하게 살해하는 냉혹한 연기를 보인다.

여기에 맞선 이병헌도 국정원 직원 수현 역을 맡아 약혼녀가 경철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당하면서 복수하는 연기를 선보였다.

‘선’이병헌과 ‘악’최민식의 구분은 극이 후반으로 가면서 모호해진다. ‘선’이 변하면 ‘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바로 ‘선’으로 대변되는 이병헌의 변신이다.

이병헌은 극중 소중한 사람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분노로 복수를 다짐한다. 연쇄살인범을 알아내 죽을 만큼의 고통을 가하고 놓아주기를 반복하며 처절한 응징을 가한다.

약혼녀의 복수를 위해 ‘선’이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복수의 시작은 점점 잔인하고 험악해진다. 그의 변화에 복수가 온전히 정당하게만 보여 지지는 않는다.

이병헌은 점점 ‘악’으로 변해간다. 최민식에게 GPS가 달린 캡슐을 먹이고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체크한다. 몸이 괜찮아 질 성 싶으면 상처와 고통을 계속 준다. “기억해둬. 점점 더 심해질테니까”라고 말한다.

최민식은 ‘올드보이’를 넘어서는 최상의 연기를 보여준다. 평범해 보이는 남성에서 어느 순간 돌변해 미친 연쇄살인범이 돼버린다. 그는 살 떨리는 연기를 지속한다. 북받친 감정과 분노의 표현을 드러내는 이병헌의 표정도 특기할만하다.

영화는 최민식의 눈빛 하나와 동작 하나, 이병헌의 표정과 행동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살해당한 여성의 핏물이 하수구로 흐르는 장면과 머리가 잘린 시신, 잘린 머리, 최민식이 자신이 캡슐 GPS를 먹은 것을 알게 돼 볼 일을 본 뒤 변을 파헤치며 찾는 장면, 핏물이 굳은 최민식의 옷 등에서 섬세함이 철저히 묻어난다.

연출을 맡은 김지운 감독은 “잔인하고 폭력적인 대결만을 강조하지 않았다. 두 배우의 표정연기를 따라갔다. 이를 위해 표정을 클로즈업해 카메라에 담았다. 단순한 폭력이나 잔혹성이 아닌 인간의 선과 악에 대한 고찰을 영화 속에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지운 감독은 2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으로 지루함을 느끼려는 관객들을 위해 중간 중간 코믹 요소를 가미해 재미를 배가시키는 연출을 했다.

가령 살인마와의 대결이라는 긴장감 속에서 군인들이 등장하거나 손 등에 꽂힌 드라이버를 있는 힘껏 뺐는데 드라이버의 머리 부분만 빠지는 장면 등이다. 긴장감을 풀어주는 노련미가 돋보이는 연출 테크닉이라는 평가이다.

영화의 원래 제목은 ‘아열대’였다. 사건들이 벌어지는 배경은 눈이 내리는 겨울이다. 그래서 더 스산하고 안타깝다. 피부가 따가울 정도로 잔혹하다.

잔인함과 폭력성은 근래 개봉된 영화 중 최고 수위다. 끔찍하고 잔인하며 소름 돋는 영화는 잔혹성 논란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병헌이 최민식을 괴롭히고 고통을 주기 위한 방법은 악마적 심성의 현실적 실천이다. 팔을 부러뜨리고 둔기로 머리를 내려치며 볼을 드라이버로 뚫고, 오른쪽 다리의 아킬레스건을 잘라낸다. 이 같은 잔인함과 폭력성 때문에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두 차례 제한상영가 등급으로 판정을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청소년관람불가로 개봉하게 됐다.

[박태정 기자] tjp79@dailypot.co.kr
[사진=맹철영 기자] photo@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