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경영, “내 공약 모두 표절한다” 정치권에 일갈
“내가 후보 등록하면 대선 끝…모두 제친다”
2017-02-10 권녕찬 기자
저출산·노인 빈곤 문제, ‘혁명공약 33’으로 해결 주장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나라에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도둑놈이 많아서 그렇다.”
허경영(67) 전 민주공화당 총재는 나라에 예산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부패 때문이라고 과거에 밝힌 바 있다. ‘최순실 사태’로 각종 비리와 의혹이 터져 나오는 현 상황에서 그의 발언은 시사점을 주기도 한다.
여기에 결혼수당 1억, 출산수당 3000만 원 등 그의 각종 ‘황당 공약’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또 공중부양발차기, 축지법, IQ 430 등 그의 ‘기행’도 여러 모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허경영 전 총재는 2007년 17대 대선에 이어 이번 19대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각종 기행과 황당 공약, 기성 정치인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주목을 받았던 그가 다시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을까. 일요서울은 허 전 총재를 지난 6일 서울의 한 커피숍에서 만나 대선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허 전 총재는 자신의 대선 출마가 국가 혁명 수준의 폭발력을 지닐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내가) 나가는 것이 폭발력이다. 허경영이 대통령 후보로 등록했다는 그 자체가 혁명이다. 대선 끝”이라며 “앞선 모든 후보를 제쳐버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탄핵 사태가 마무리됐을 때 광화문 이순신 동상이나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공식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 문제 ‘비상’ 인식
파격 발언 쏟아내
“우리 청년들의 신세가 비참해졌다. 청년들은 눈물 젖은 빵을 먹고 있다.”
허 전 총재는 우리 사회 여러 문제 가운데 청년 문제에 대해 이 같이 밝히며,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는 “군대 간 젊은이들은 10만 원대의 월급을 주고, 국회의원들은 별 일 없이 한 달에 몇 천 만원씩 받고 후원금도 받고. 도둑놈 소굴이다. 이런 국회의원들이 있는 한 젊은이들은 걸배이(거지의 경상도 사투리) 된다. 젊은이들이 사회에 진출해 결혼하고 애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게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의원들이 이합집산으로 몰려 있어 이들을 몽땅 잡아 국가지도자 정신교육대에 집어넣어야 한다”며 “(내가) 공약을 대대적으로 밀어붙여야 한다”고 거칠게 주장했다.
그간 주장해온 그의 각종 공약들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07년 대선 당시 ‘황당 공약’으로 평가받았던 그 공약이 정치권 등에서 점차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병제, 노인수당, 결혼수당, 청년 중소기업 입사 지원금, 국회의원 100명으로 축소 등이 대표적이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모병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국회의원 100명으로 축소 공약을 주장한 바 있으며, 정부에서 금액과 방식 등은 다르지만 유사한 복지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가 10년 전 내세웠던 공약들이 더 이상 허황된 것이 아니라는 세간의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허 전 총재는 “저출산 세계 1위, 노인의 빈곤 세계에서 가장 심한데 이걸 미리 내다보고 수십 년 전에 대책을 세운 것이 나의 공약”이라며 “모두 나의 공약을 표절한다. 33가지(자신의 공약 브랜드인 ‘혁명공약 33’)는 일종의 메카니즘인데 일부만 표절하면 (나라가)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게 국가가 100만 원 쿠폰 지급, 한 직장에 5년 있으면 3억 원의 창업자금 지원 등 ‘청년취업 국가책임제’를 주장했다. 이어 ‘결혼하면 1억, 주택자금 무이자로 2억, 출산하면 3000만 원, 국민배당금 150만 원 부부 합산 매월 300만 원’ 등 파격적인 공약을 쏟아냈다.
그는 “국회의원을 100명으로 줄여 무보수 명예직, 보좌진들 3000여명 다 없애고, 지자체의 선심성 예산과 선거를 없애버린 뒤 단체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면 국가 예산 50%(약 200조)를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피선거권 제한’ 걸림돌
음반·저서 계획 밝혀
하지만 허 전 총재는 ‘피선거권 제한’이라는 현실적 문제에 직면해 있어 ‘대선 링’에 오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는 2008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과의 결혼설 등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상 실형 선고를 받은 정치인은 10년간 선거에 나설 수 없다. 이 때문에 그는 2018년까지 국내 선거에 출마할 수 없는 상태다.
하지만 허 전 총재는 “(허위사실 유포 사건에 대해) 재심 청구를 해놓은 상태”라며 “최순실 씨가 유죄 선고를 받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면 (자신은) 자동 무죄가 돼 대선에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본인이) 정치 재판의 희생양이 됐다”며 “두 사람의 범죄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재심 결과와 상관없이 자신은 ‘복권’된다”고 했다.
한편, 허 전 총재는 정치인인 동시에 가수라는 직업도 가진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2009년에 첫 번째 디지털 싱글 ‘Call Me’와 ‘허본좌 허경영’을 발표해 화제를 낳은 그는 오는 2~3월 중으로 새 앨범 ‘좋은 세상’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그는 저서도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10권가량 썼으며, 이 중 4권이 이달 중으로 나올 것이라고 했다. 책 제목은 ‘허경영의 세계 통일, 허경영의 공부 잘하는 법, 허경영의 국민 배당금, 허경영의 공중 부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선 출마로 인지도를 높혀 음반·저술·강연 등의 활동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인기를 끌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것”이라며 “웃음의 아이콘으로서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허토피아’가 되기 위함이다”라고 했다.
한편, 그의 옷차림은 항상 빨강 넥타이에 정장 차림이다. 그 이유에 대해 허 전 총재는 “나는 태극기 컨셉”이라며 “넥타이는 태극기의 빨간 부분, 양복(감색)은 파랑 부분, 와이셔츠는 흰 바탕이다. 산에 갈 때도 양복 입고 (축지법으로) 올라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