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대선주자 검증 시리즈Ⅵ - 안희정 편, 대연정·사드배치론…지지도 돌풍이 태풍으로
‘핵폭탄’급 화두 던진 안희정의 승부수…선거공학적 전략인가, 원칙적 신념인가?
2017-02-10 장휘경 기자
탄핵이 인용될 것을 감안하면 제19대 대선은 약 90일도 남지 않은 상황. 이런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독주가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대연정론’을 펼치며 중도 확장론에 불을 지피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약진하고 있다.
지난 2월 2일 안 지사는 “원내 다수파와 대연정을 꾸리는 게 노무현 정부의 헌법 실천 방안으로, 그 미완의 역사를 이어가겠다”고 피력했다.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한 이후 12년 만에 재점화된 화두다.
‘원조 친노’가 ‘대연정’ 외치는 이유는?
현재로서는 더민주의 경선에서 문 전 대표가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안 지사의 ‘대연정’ 발언 이후로 상승세에 탄력이 붙고 있어 예측 불허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차차기 이미지’나 문 전 대표의 ‘페이스메이커’라는 기존 전망이 뜻밖의 다크호스로 변화하고 있는 것.
문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조기 하차 뒤 오히려 더 큰 악재를 만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문 전 대표에게는 그만큼 전략적 환경이 불확실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안 지사의 약진 이유는 무엇이고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안희정 충남지사는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원조 친노’다.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1989년 당시 통일민주당 김덕룡 의원의 비서로 정치권에 연을 맺은 이후 2001년 노무현 의원 보좌관 생활을 하면서 노무현의 남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그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더불어 ‘좌희정 우광재’로 불릴 만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불려오기도 했다.
2002년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1등 공신이기도 한 그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연루되어 곤욕을 치른 바 있지만 2010년 다시 정계로 돌아와 충남지사에 당선하고 2014년에는 재선에 성공하며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원조 친노’인사답게 안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기를 잃었던 시절에도 자신이 친노 인사임을 숨기지 않는 의리를 보여 기존 진보 진영의 지지를 이끌었다. 성공적인 도정으로 중도와 보수 지지층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새누리당까지도 염두에 둔 ‘대연정’을 외치는 이유가 뭘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문재인의 대세론에 맞서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는다.
보수 세력에게도 ‘말 통하는 상대’로 어필
지난 2월 6일 연합뉴스와 KBS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한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으로 29.8%가 지지한 문재인 전 대표의 뒤를 이어 안 지사가 14.2%의 지지도를 보이며 2위로 올라섰다.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 뒤 일정 부분 반 총장의 표를 흡수하며 여권의 황교안 권한대행과 2위권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기간 다른 여론조사 업체의 조사에서는 15%를 넘어선 결과도 나타났다. 일각의 의견처럼 안 지사가 보수 세력에게도 ‘말 통하는 상대’로 어필하고 있다는 점이 사실로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대신 누구를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36.6%가 황 권한대행을, 10.6%가 안 지사를 선택해 안 지사의 중도 및 보수로의 확장성을 실증하고 있다. ‘대연정’ 제안은 이러한 확장성을 가속화하려는 의지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연정’ 뿐만 아니다. 안 지사는 한·미 간 사드 합의에 대해 섣불리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며 기존 진보노선과는 다른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전통적인 진보층의 지지를 받던 안 지사가 ‘우클릭’을 통해 전략적으로 확장성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 수긍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특히 문재인 대세론이 지지율 30%의 벽에 갇혀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안 지사의 ‘대연정론’으로 중도 및 보수의 표를 일정 부분 끌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전체 야권에게 나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야권의 주자들은 안 지사의 ‘대연정론’ 등 ‘우클릭’ 행보에 하나같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물론, 당내 2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도 “청산 대상과 주체 간 이종교배는 안 된다”고 거칠게 비판했다.
또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새누리당과의 연정 발언은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냈고 정의당 대선주자로 나선 심상정 대표 역시 “대연정은 박근혜 대통령과 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부정적인 자세를 보였다. ‘적폐청산’을 외치는 촛불 민심을 정면으로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경선 넘어서면 본선 경쟁력 충분
이에 대해 안 지사 측은 “공통의 국가과제와 개혁과제에 대한 합의라는 전제가 있다”며 “기존의 진영논리를 뛰어넘는 새로운 정치라는 개념이 기존 정치의 언어로 받아들여지다 보니 그 진심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것 같다”는 반응과 함께 안 지사의 진정성을 믿어달라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안 지사의 우클릭 행보 전략은 성공할까? 아니면 역풍을 맞을까?
정치권 안팎에선 외연 확장을 통한 안 지사의 ‘바람’이 ‘문재인 대세론’에는 여전히 역부족인 ‘미풍’이라는 의견과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태풍’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미풍’이라는 시각의 요인으로는 대선까지의 짧은 시간과 민주당 경선을 꼽는다.
안 지사의 지지율이 대폭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문재인 전 대표 지지율과는 2배 이상 벌어져 있다. 특히 당내 경선이 완전국민경선이긴 하지만 당원들의 당심은 전폭적으로 문 전 대표에게 향해 있어 안 지사가 역전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것. 또한 중도성향 및 보수층이 국민경선에 다수 참여해야 안 지사에게 유리한데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게 설득력을 얻고 있기도 하다. ‘문재인 대세론’을 넘어서려면 우선 1차적으로 야권 지지층에서 일정한 지지율을 확보해야 한다는 숙제가 있는 셈이다.
안 지사의 우클릭 행보의 성공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이들은 본선 경쟁력에 방점을 찍는다. 30~35%의 박스 지지율에 갇혀 있는 문 전 대표로는 필패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한 대안은 중도·보수로의 확장성이 큰 안 지사뿐이라는 논리다.
대연정 제안에 대해서도 안 지사의 진정성을 믿는 시각이 우세하다. 차기 정부의 경우 누가 이끌든 국회와 협치를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실용적 명분론에 기반을 둔 것이다. 더불어 논란이 커질수록 ‘내가 노무현의 적자’라는 점을 각인시키는 역설적 효과로 인해 문 전 대표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없지 않다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어쨌든 안 지사의 ‘대연정’제안과 우클릭 행보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민주당 경선을 통해 1차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대권 판세를 흔들고 있는 그의 행보가 선거공학적 전략에서 기인한 것이든, 원칙론에 입각한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든 판단은 철저히 유권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