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의 함정’ 역대 여론조사·대선 결과 살펴보니
대통령선거 백발백중…총선·지방선거에선 ‘무용’
2017-02-10 신현호 기자
올해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복수의 여론조사 기관이 지지율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9일 발표한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어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9%로 뒤를 이었고, 아직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1%를 얻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8%,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는 7%다.
안 지사의 지지율이 9%포인트 급증해 눈에 띈다. 반기문 전 총장이 선거판에서 퇴장한 뒤 가장 수혜를 입은 게 안 지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문 전 대표의 경우 3%포인트 하락했다.
주로 문 전 대표를 지지하던 세력이 안 지사로 이동한 민주당 지지층 내의 변화라는 분석이다.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40%, 새누리당 13%, 국민의당 12%, 바른정당 7% 등 순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매일같이 쏟아지면서 정치권 안팎에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여론조사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둘째 치고, 현재로서는 지지율을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 많다. 정확히 언제 대선이 치러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인 데다 아직 후보 등록도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보 층에 큰 변화가 없을 경우 지지율 순위도 변동 없이 이어질 가능성도 전혀 없진 않다.
실제 선거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노태우 후보가 36.6%의 득표로 대통령에 당선됐고 28.0%로 김영삼 후보가 2위를 기록했다.
김영삼 후보는 14대 대통령에 오른다. 이 때도 김 전 대통령은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기록했다. 선거 두 달 전부터 계속된 각 여론조사에서 당시 김대중 후보와 접전을 벌였지만 1위를 놓치진 않았다. 선거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후보는 대선에서 각각 42.0%, 33.8%의 득표를 얻어 김영삼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
이후 15~18대 대선 결과도 여론조사와 궤를 같이 했다. 각 대선 전 여론조사 결과와 대선 결과는 100% 일치했다. 특히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대선 한 달 전까지 이회창 후보와 정몽준 후보에 밀려 있었지만, 대선을 20여 일을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더니 이는 대선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한 여론조사 기관 관계자는 “그동안 여론조사와 선거 결과는 대부분 일치했기 때문에 여론조사를 무시할 수는 없다”면서 “특히 당선자 예측의 경우 선거 직전 큰 변수가 없는 한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대선이 아닌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는 빗나간 사례도 있지만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10년에 있었던 6.2지방선거나 지난 2012년 4.11총선, 지난해 4.13총선 등에선 직전 여론조사와 결과 간 거리가 있었다.
지난해 4·13총선의 경우 직전 여론조사 당시 총선 3일 전까지 새누리 157∼175석, 더불어민주당 83∼100석, 국민의당 28∼32석 등 대부분이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측했다. 투표 마감 직후 지상파 방송 3사의 공동 출구조사에서도 새누리와 민주당이 접전 중인 가운데 새누리당이 근소하게 우세하다고 예상됐다.
앞서 기관 관계자는 “중앙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선거 여론조사 최소 인원은 500명”이라면서 “표본의 수가 커지면 정확도가 높아지지만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 방식에서도 차이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유선전화로 이뤄지고 있다. 무선전화는 20~30대의 젊은 층 여론이 많이 반영되기 때문에 유선이나 무선 중 한가지로만 조사를 하는 건 잘 맞지 않는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같은 질문도 표본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여론조사만 믿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선거에서 여론을 알고 싶으면 지역 곳곳을 다니며 민심을 들여다보는 게 가장 좋다”면서 “여론조사 결과를 절대적으로 믿거나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선거 전략은 지지율에 맞게 펼치는 게 일반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