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말한다 [2] 인디밴드 ‘마루(maroo)’ 편
“인디밴드 발전은 대중음악 선택 폭 넓힌다”
2010-06-15 전성무 기자
서울 홍익대학교 앞은 한국 인디(independence) 신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음악 꽤나 들었다는 이들에게 이름대면 알만한 굵직한 팀 들이 대부분 이곳 출신이다.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록 음악의 메카는 홍대가 아닌 인천과 부산이었다. 이곳에서 기타 좀 쳤다는 ‘줄쟁이’들이 홍대로 대거 북상했다. ‘줄쟁이’들의 북상과 함께 서울 압구정동 ‘오렌지족’ 문화의 유입으로 홍대만의 트랜디한 신이 형성됐다. 사정이 이러하니 때깔 고운 숨은 고수들이 홍대 무림을 얼마나 많이 활보 했을까.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홍대 인디 신은 펑크(punk), 얼터너티브, 하드코어, 모던락, 일렉트로닉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공유했다. 밴드 ‘마루(maroo)’는 지난 12년 동안 홍대를 지킨 인디밴드 1세대로 통한다. ‘마루’의 보컬리스트 ‘오후’를 통해 그들의 음악세계를 들어봤다.
“TV에 나오는 상업적 음악이 획일적이고 포장됐다면 인디는 다양한 장르로 선택 폭을 넓혀 줄 수 있다.”
밴드 ‘마루’의 보컬 ‘오후’는 인디음악을 이렇게 소개했다. ‘마루’는 1998년 1집 앨범 ‘내가 배운게’를 발표하고 홍대 인디 신에 첫 신고식을 치렀다. 2집 ‘Holic’에 이어 최근 3집 ‘Remember’를 발매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밴드 ‘마루’. 인디 1세대로, 지난 12년 동안 수 천회에 이르는 공연을 통해 라이브 실력을 인정받았다. 보컬 ‘오후’, 기타리스트 ‘넌’이 주축이 돼 드라마 ‘파스타’ OST에 참여했던 베이시스트 ‘해든’, 밴드 ‘아이스베리’ 출신 드러머 ‘노권일’을 영입해 지금의 라인업이 완성됐다. ‘마루’는 영화 ‘공동경비구역(JSA)’, 게임 ‘FIFA K-League’에도 소개되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하지만 실력 있는 인디밴드에게도 찾아오는 딜레마가 있는 법. 돈 이다. 돈 때문에 음악을 포기 하거나 추구하는 음악 성향을 바꾸는 일이 다반사다. 소위 일부 ‘잘 나가는 밴드’는 클럽에서 일정 부분 공연 페이를 지급하지만 보통은 무보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음악을 계속해서 발전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오후’가 말했다. 밴드가 돈과 상관없이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는 “1집 보다 나은 음악을 만들고 싶고 2집보다 발전적인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실제 그들의 음악은 진보를 추구한다. 1집은 오버드라이브가 잔뜩 걸린 하드록적 성향을 가진 거친 사운드였다. 반면 2집은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가 감미롭게 조화된 브릿팝의 향수가 베어 나온다. 3집은 지난 앨범보다 밝은 록큰롤 정신으로 귀환했다. ‘마루’는 앞으로도 록 음악을 고집할 생각이다. ‘오후’는 앞으로의 음악적 방향에 대해 “팀 내에서도 고민 중인데 록이 기본이 될 것”이라며 “록큰롤 사운드에 어쿠스틱 기타를 가미해 좀 더 감성적이고 세련된 록 사운드를 유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후’는 또 한국 인디음악의 미래에 대해서는 “예전보다 다양한 인디 신이 자리를 잡았고 괜찮은 음악 들려주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면서 “다만 언론이나 방송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많은 사람이 참여 한다면 우리나라 음악이 더욱 풍부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