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망신당한 사연
소송 상대방 최수종-하희라 부부 국세청 홍보대사로 임명
2010-06-08 기자
“소송 상대방을 홍보대사로 기용할 정도로 그릇이 큰 국가기관이 있다고요?”
지난 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이광범)는 탤런트 최수종씨와 하희라씨가 “소속사로부터 받은 전속계약금을 사업소득으로 봐 종합소득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반포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종합소득세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속계약금도 사업성이 인정되는 한 사업소득으로 봐야 한다”며 “최씨 부부가 소속사로부터 받은 계약금은 수익을 올릴 목적으로 이뤄진 사업활동으로 볼 수 있어 사업소득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최수종·하희라 부부는 2006년 연예기획사 A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각각 2억 원과 2억6000만 원을 전속계약금으로 받았다. 이후 이들은 전속계약금이 기타소득에 해당한다고 보고 종합소득세 확정신고했다.
그러나 반포세무서는 이들의 전속계약금을 사업소득으로 취급해 종합소득세를 고쳐서 고지했고 이에 최수종·하희라 부부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식을 접한 세정가 관계자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들이 웃음을 참지 못한 것은 국세청을 상대로 패소한 최수종·하희라 부부가 지난달 31일 국세청 명예홍보위원 겸 대한민국 세미래(稅美來) 캠페인 홍보대사로 위촉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당시 국세청은 최수종·하희라 부부를 위촉한 이유로 ‘성실납세를 실천한 부부라는 점’과 ‘사회적 나눔을 실천한 부부라는 점’을 꼽았다.
실제로 최수종·하희라 부부는 체납세액도 없고 성실하게 세금을 내 온 ‘모범 납세자’들이다. 그러므로 최수종·하희라 부부는 홍보대사로서 결격사유가 없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국세청이 굳이 소송 상대방으로서 사실 관계를 다투고 있는 인물들을 홍보대사로 임명해야 했는지는 의문스럽다.
최수종·하희라 부부 관련 판결이 알려지자 국세청은 그제야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늑장대처는 홍보대사 임명 전에 국세청 내부에서 인물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어쨌든 홍보대사로 임명된 최수종·하희라 부부는 앞으로 2년간 홍보 포스터 모델 출연, 영상물 출연, 가두 캠페인, 세금신고 안내 도우미 활동 등을 통해 국세청 홍보를 맡는다.
이들 부부가 스스로 홍보대사직에서 물러나지 않는 한 국세청은 이들을 교체하거나 그대로 기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미 진퇴양난에 처하고 말았다. 최수종·하희라 부부를 교체하면 국세청은 부서 간 내부 소통 부재 탓에 공연히 잘 나가던 연예인 부부 이미지를 망친 셈이 된다.
반대로 국세청이 이들을 그대로 홍보대사로 기용하더라도 시민들은 이들 부부가 등장한 광고나 간행물을 볼 때마다 부서 간 내부 소통 부재 속에 국세청이 빚었던 촌극을 떠올리게 된다. 동시에 국세청은 이들 부부가 혹시라도 제기할지 모르는 ‘행정소송 상고’ 때문에 촌극 재현을 우려해야 한다.
[뉴시스=박대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