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회 칸영화제..한국영화 저력 보였다
'시'처럼 투명한 '하하하' 웃음 보여줬다
2010-05-31 박태정 기자
지난 5월 23일 막을 내린 ‘제 63회 칸 영화제’는 한국영화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영화 ‘시’와 ‘하녀’가 공식 경쟁부문에 올라 세계 15개국 17편의 영화와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다.
특히나, ‘시’는 공식 상영 이후 외신의 호평을 받으며 황금종려상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안타깝게 황금종려상 수상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이창동 감독은 각본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이 감독은 2007년 ‘밀양’으로 전도연(37)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이후 3년 만에 각본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가 경쟁부분에 수상한 것은 지난 2002년 임권택(76) 감독이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이래 ‘올드보이’(2004, 박찬욱 심사위원대상), ‘밀양’(2007, 전도연 여우주연상), ‘박쥐’(2009, 박찬욱 심사위원상)에 이은 5번째이다.
‘시’ 성폭행, 자살 등 사회문제 다뤄
83년 소설‘진리’로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소설가 출신인 이 감독은 1993년 박광수(55) 감독의 영화 ‘그 섬에 가고 싶다’의 시나리오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97년 감독 데뷔작인 ‘초록물고기’로 그해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청룡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초록물고기’로 밴쿠버국제영화제 용호상을 받으며 국제영화제에서 이름을 알렸다.
칸과의 인연은 지난 2000년에 시작됐다. 당시 그가 연출한 영화 ‘박하사탕’이 ‘감독주간’에 초청 받으며 인연을 키웠다. 이어 ‘오아이스’(2002)와 ‘밀양’(2008)으로 칸의 부름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심사위원 자격으로 칸에 갔다. 참여정부 때는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이번 영화 ‘시’를 통해서도 청소년 집단 성폭행과 자살, 노인 성문제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가 앓고 있는 사회적 병폐를 ‘시’처럼 담백한 카메라에 담아냈던 것이 칸을 유혹했던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여주인공 윤정희(66)도 탁월한 연기력으로 한국 여배우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윤정희는 여우주연상을 받은 프랑스의 줄리엣 비노슈(46)와 함께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는 등 한국 여배우의 위상을 드높였다.
홍상수(50) 감독의 ‘하하하’는 비경쟁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 상’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칸영화제에 6번 초청을 받은 홍 감독이 수상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8년 ‘강원도의 힘’을 비롯해 ‘오! 수정’,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극장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등을 잇따라 칸영화제에 진출시킨 바 있다.
홍상수, 여섯 번 만에 칸 등극
한국 영화의 ‘주목할 만한 시선상’ 수상은 1984년 이두용(69)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이후 26년만의 첫 기록이다.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임상수(48) 감독의 ‘하녀’도 칸을 달궜다. 전도연과 이정재(37), 윤여정(63)은 임 감독의 코드를 잘 소화해 현지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공식·비공식 경쟁부문을 떠나 장편 데뷔감독에게 주어지는 황금카메라상 후보로 거론됐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장철수(36) 감독과 학생 경쟁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에 진출한 김태용(23) 감독도 수상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한국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MB, 이·홍 감독에 축전보내 격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5월 24일 칸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시’로 각본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과 영화 ‘하하하’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은 홍상수 감독에게 축전을 보내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이 감독에게 “세계 영화계 최고 무대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것은 이 감독의 탁월한 예술적 창의력이 인정받은 결과”라며 “우리 영화예술의 높은 수준과 예술적 성취를 세계에 알린 쾌거”라고 치하했다.
또 홍 감독에게도 “그간 고유한 작품 세계를 통해 우리 영화의 예술성을 높여 온 홍 감독이 이룬, 또 한 번의 큰 성과”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이들 두 감독에게 한국영화의 독창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우수한 작품들을 더 많이 만들어줄 것을 당부했다.
황금종려상 ‘엉클 분미’ 차지
한편, 제63회 칸영화제의 최고영예인 황금종려상은 태국의 아핏차퐁 위라세타쿤(40) 감독의 ‘엉클 분미’가 차지했다. 심사위원 대상은 프랑스 배우 겸 감독 자비에 보부아(43) 감독의 ‘신과 인간’, 심사위원상은 차드 출신의 마하마트 살레 하룬(49) 감독의 ‘절규하는 남성’이 수상했다.
남우주연상은 멕시코 영화 ‘뷰티풀’의 하비에르 바르뎀(41)과 이탈리아 영화 ‘우리의 인생’의 엘리오 제르마노(30)가 공동 수상, 여우주연상은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70) 감독이 연출한 ‘서티파이드 카피’의 줄리엣 비노슈(46)가 차지했다.
[박태정 기자] tjp79@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