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급등 “샤이 박근혜” 거울효과
반기문 불출마 순풍-60세 이상?TK 결집도 원인
2017-02-03 엄경영 대표
침묵의 나선 이론(The spiral of silence theory)은 독일의 사회학자 엘리자베스 노엘레-노이만이 제시한 주장이다. 다수 여론이 형성됐을 때 소수 의견은 더욱 침묵하게 된다는 ‘침묵의 나선’은 곳곳에서 발견될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국회 통과 이전 국정수행 지지도는 4% 수준에 머물렀다. 2,30대와 호남에서는 아예 지지가 없는 0%를 기록하기도 했다. 심지어 박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경북에서도 평균 이하인 3.0%를 기록하기도 해 충격을 던져주었다.
박 대통령 국정지지도 4%는 실제보다 과소(寡少) 평가됐을 가능성이 크다. 탄핵정국에도 새누리당 지지율은 꾸준히 10-15%를 오르내리고 있다. 탄핵 반대 여론도 새누리당 지지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것이라는 대한 기대도 10-1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설 연휴를 전후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대선 지지도 역시 10% 수준까지 올랐다. 이러한 지표는 탄핵 정국에서 박 대통령 지지를 쉽게 밝히지 못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샤이 박근혜”가 여전히 다수 존재한다는 근거들이다. 박 대통령 지지층이 공개적으로 지지를 밝히기보다는 촛불민심 때문에 침묵하고 있다. 침묵의 나선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황교안 10% 돌파,
반기문 불출마로 가속도 붙을까
황교안 대선 지지도는 상당히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1월 24일 문화일보와 엠브레인의 여론조사에서 황교안은 7.9%를 기록하여 이재명 성남시장(10.7%)에 이은 4위를 기록했다. 지난 2월 1일 세계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는 8.3%까지 올랐다. 반기문(13.1%)에 더욱 다가선 것이다.
반기문이 지난 1일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황교안은 10%를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 2월 2일 발표된 YTN과 엠브레인 여론조사에서 황교안은 11.8%를 얻었다. 문재인(33.1%), 안희정(12.3%)에 이은 3위다. 범여권 대선 주자로는 1위에 올랐다. 황교안은 반기문이 불출마를 선언한 지 하루 만에 범여권 대표성을 확보한 것이다.
황교안이 범여권 대선주자로 선두에 오른 이유는 대구·경북과 60세 이상의 결집 때문이다. 지난 1월 24일 문화일보 여론조사에서 대구·경북과 60세 이상은 각각 9.9%, 18.8%를 기록했다. 반기문 불출마 직후 실시된 YTN 여론조사에서 대구·경북과 60세 이상은 각각 18.5%, 25.1%로 높아졌다. 반기문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전통적인 보수층이 황교안 중심으로 결집하게 된 것이다.
‘샤이 박근혜’가 드러난 것,
지속성에는 의문
황교안이 대선에 출마하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 황교안이 사퇴하게 되면 대행의 대행을 임명해야 한다. 다른 대선 주자의 반발은 물론 따가운 여론이 뒤따르게 된다. 황교안은 ‘박근혜 아바타’로 인식되어 왔다. 대선출마를 강행한다고 해도 보수 대표는 될지 모르겠지만 최종 승자기 되기는 어렵다.
반기문 조기 낙마에서 알 수 있듯이 황교안도 정치인은 아니다. 숱한 검증을 통과한다는 보장도 없다. 황교안의 지지도는 주로 대구·경북, 60세 이상,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뒷받침되고 있다. 그만큼 확장성이 떨어진다.
왜 황교안의 지지도가 상승하고 있는가. 아마도 ‘샤이 박근혜’의 ‘거울효과’ 때문이다. 박 대통령 지지층은 성난 민심 때문에 드러내놓고 지지를 밝히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은 박 대통령에 대한 애정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황교안이 멋있게 나타난 것이다. 황교안은 법조인 경력이나 외모나 박 대통령과 관계로 볼 때 보수층을 대표할 만하다.
이러한 이미지를 가진 황교안이 국정을 무난하게 이끌자, 마치 박 대통령을 보호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박 대통령 지지층에게 황교안은 자신들의 역할을 대신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황교안은 박 대통령 지지층의 ‘거울’인 셈이다.
황교안의 지지도는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아마도 박 대통령 탄핵심판이 끝나는 시기일 것이다. 만약 탄핵안이 인용되어 대통령에서 물러난다면 박 대통령 지지층도 더 이상 거울이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황교안이 대선 출마를 결행할지 어떨지 알 수 없지만 그의 지지도는 이중적이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황교안의 지지도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탄핵심판이 끝나면 황교안의 지지도는 길을 잃게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