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대선주자 검증 시리즈 Ⅴ 손학규 편 - 안철수 꺾고 대선후보 노리나
잦은 정계은퇴 번복과 ‘철새’ 이미지가 약점으로 작용
2017-02-03 장휘경 기자
손학규 의장은 용모와 말투 등 전반적인 외적 이미지가 매우 단정한 정치인에 속한다. 민주당 대표 시절, 당내 소통에 활발히 임했고 상대적으로 갈등이 적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보수진영에서도 거부감이 적은 리더였다. 대통령이 되면 여야를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일 것이란 의견도 지배적이었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정치적 강점, 그러나
정치학을 전공한 학자의 길을 걷기도 했던 손 의장은 1970년대 김근태 전 민주당 대표와 더불어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운동권’출신이라는 이력이 있다. 정치 이론과 실무를 겸비해 온 그에게 풍기는 귀공자풍의 단아함은, 그의 정치여정에 큰 장점으로 작용해왔던 게 사실이다.
그가 걸어 온 정치인으로서의 길은,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혹은 구태 정치인들의 이전투구에 질려있는 대다수 국민들을 일정 부분 다시 정치의 자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인력(引力)으로 작용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1993년,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자당에 입당하면서 정치에 발을 들이게 된 손 의장은 이후 시대의 흐름에 조응하는 건전한 보수가 돼야 한다는 모토 아래 원희룡, 고진화 의원과 함께 당내 개혁을 주도하기도 했다.
같은 해 보궐선거로 14대 국회에 입성하고 15대, 16대에 연거푸 국회에 입성하면서 내리 3선을 기록한 손 의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2002년에는 민선 경기도지사에도 당선함으로써 정치적 역량과 행정의 실무를 익힌 우리 시대의 진정한 지도자 반열에 오르기도 할 만큼 정치행로가 탄탄했다.
지지율 정체 이유는?
그러나 이후 손 의장의 정치적 행보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유권자들이 손 의장에게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 3월 한나라당을 탈당했을 때부터였다.
이후 손 의장은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탈락, 대표로 이끈 제18대 총선에서의 통합민주당 패배와 대표직 사임, 2012년 제18대 대선 민주당 경선 패배, 2014년 수원병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정계은퇴를 선언하는 등 몰락의 길을 걸었다.
2010년 민주당 대표로 선출되었고 또 2011년 4·27보궐선거에서는 보수당의 텃밭이었던 분당에서 당선되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논란으로 그의 정치력은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그렇지만 여느 대권주자에 비해 비교적 평탄한 길을 걸어온 손 의장에게 가장 큰 고민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이다. 그만큼 정치인으로서 존재감이 없다는 사실. 누구도 부럽지 않은 외형적 스펙을 지닌 그의 존재감은, ‘벚꽃대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극히 미미하기만하다.
세계일보가 창간 28주년을 맞아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월 30일 전국 성인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대선주자 지지도를 설문조사한 결과 손 의장은 0.7%의 지지율을 얻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32.8%), 반기문 전 총장(13.1%), 이재명 성남시장(10.5%), 안희정 충남지사(9.1%),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8.3%),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7.6%), 유승민 의원(2.8%), 남경필 경기지사(1.6%)의 뒤를 이어 9위를 기록했다. 사실상 대권 경쟁에 큰 의미를 둘 수 없는 지지율인 셈이다.
이에 손 의장은 판세를 흔들 새판을 짜기 위한 카드를 집어 들었다. 바로 ‘개헌’을 매개로 한 ‘합종연횡’이 바로 그것.
여기에는 국민의당 합류와 제3지대론, 독자세력화 등 다양한 방식의 연대가 고려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국민의당과 국민주권개혁회의가 2월 중 통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손 의장의 지지율이 정체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정치인으로서 유권자들에게 강한 신뢰감을 심어주지 못했다는 점이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라는 게 중론이다.
2007년 한나라당 탈당에서부터 2008년과 2014년 두 차례 정계은퇴 선언 후 명분을 잃은 정계복귀를 시도했고, 2016년 정계복귀를 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는 등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당적을 변경하는 ‘철새 정치인’의 행태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것.
더욱이 정계은퇴 선언 후 강원도와 전남 강진에 칩거하면서 보여준, 정치판세에 따라 눈치만 보는 ‘소심형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그의 지지율을 정체시키고 있다. 여기에다 핵심 지지층이 없어 확고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이 그의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손 의장은 특히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와중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무소속의 박원순 후보와의 경선에서 패배하자 대표직을 내려놓았다가 민주당 의원들의 간곡한 만류로 하루 만에 대표직 사퇴를 철회하는 등 신중하지 못한 행보를 보였다. 이는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을 일으키며 리더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기도 했다.
그의 선택지는 ‘제3지대론’과 ‘개헌론’?
이와 함께 독일식 내각제를 선호하며 개헌론에 불을 지피고 있는 손 의장이 지난해 거국중립내각 국면에서 총리직 물망에 오른 일도 대통령보다는 총리에 적합하다는 인식에 힘을 더해 지지율 정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손 의장의 존재감이 드러나려면 개헌론이 제대로 부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다. 특히 손 의장이 강조하는 ‘2~3월 정치권 빅뱅’이 현실화되고 개헌을 고리로 제3지대 정계개편이 힘을 받을 경우 지지율 반등의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게 정가의 시각이다. 손 의장 역시 “탄핵이 인용되면 개헌세력이 집결되며 민주당은 분열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 국면에서 그대로 대선이 치러지게 되면 손 의장의 존재감은 사실상 미풍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인지 최근 손 의장은 굳건한 지지율로 대세론을 이어가는 문재인 전 대표에 맞서 “제2의 박근혜를 우려한다”며 ‘문재인 불가론’을 외치고 있다. 개헌과 함께 현 판세의 지각변동을 다양한 방식으로 모색하는 그의 행보가 이해되는 부분이다.
연초 한 언론매체와의 신년인터뷰에서 “제왕적 대통령제가 ‘최순실 게이트’를 만들었다. 대통령 한 사람만 바꾸는 건 혁명이 아니다.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며 개헌에 대한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던 손 의장.
그러나 대선 전 개헌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는 현실에 비쳐봤을 때 손 의장의 고민은 깊어갈 듯 보인다. 더불어 그의 선택지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손 의장이 국민의당과의 연대를 공식화함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의 양강구도가 ‘문재인―안철수’가 아닌 ‘문재인―손학규’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