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장관 발언에 영화계 발끈
“말 많은 대종상영화제 지원 끊어라”
2009-11-17 박태정 기자
“대종상, 계속 말 많으면 지원 끊어라”
12일 영화진흥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유인촌 장관은 공정성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대종상영화제와 관련,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유 장관은 “대종상영화제 말이 많다. 계속 말이 많으면 지원하지 마라”고 지적한 뒤 “심사위원 구성, 심사 기준, 지원 금액, 다른 데 쓰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점검하라”고 말했다.
이어 유 장관은 “돈을 주면서도 계속 말 많은 대종상영화제는 집중적인 평가를 통해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민간에서 돈을 끌어다 하든 말든 계속 시끄러운 영화제에 지원할 필요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대종상영화제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역사와 규모를 지닌 영화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영화계와 일반인들의 공감을 얻는 것에 미흡하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영화제 운영에 관한 문제를 논의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종상 영화제에 대한 유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영화계는 발끈하고 나섰다.
영화인 K씨는 “문화정책을 담당하는 책임 있는 장관으로서 해야 할 말은 아니다”라면서 “영화제에 공정성 논란이 있었던 것에 대해선 영화인 입장에서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제를 없애서는 안 된다. 경제상황도 안좋은데 정부의 지원이 끊기면 자금문제 때문에 영화제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문화나 역사는 좋은 것, 나쁜 것을 고치고 시정해가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유 장관은 영진위의 지원책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다양성 영화에 돈을 주는 영진위의 역할에 원칙과 신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 장관은 독립영화 지원을 담당하는 실무진에게 “위원회에서 독립영화를 지원하는 게 맞나. 그렇게 지원해서 독립영화 시장이 좋아졌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실무진은 “제작 지원 관련 수요가 많다. 독립영화 제작이 완성된 후에도 개봉할 수 있게끔 요청하는 수요가 많다.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영진위의 지원으로 독립영화 시장이 썩 좋아졌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된다”고 답변했다.
실무진의 답변을 들은 유장관은 곧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책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지적을 하고 나섰다.
유 장관은 “지원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고 독립영화란 이름을 붙은 이유가 있지 않느냐. 무엇으로부터의 독립인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제도로부터의 독립이다. 독립영화를 가령 CJ가 투자한다면 독립영화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며 “상업영화가 건드릴 수 없는 소재나, 상업영화의 눈으로 봤을 때 저 소재를 왜 영화로 찍을까 싶을 만한 소재를 담은 게 독립영화라고 본다. 특히 예술가의 눈으로 봤을 때 이 사회에 밑바닥 부조리한 부분, 상업적으로 들여다볼 수 없는 부분을 독립영화로 건드리는 것이 진정한 독립영화이다”고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유 장관은 또 “독립영화 정신이라는 게 있는데 일반 상업영화가 걸리는 대형 멀티플렉스 수 백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게 바람직한가. 정신이 훼손되는 것 아닌가 싶다”라며 “지원해 달라며 손을 벌린다고 돈을 나눠주는 게 능사는 아니다. 상업이든, 독립이든 어떤 사고를 갖고 대한민국 영화를 진흥할 것인가 원칙적인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 독립영화 예술영화는 자존심 때문에 하는 것이다. 돈 주고도 준 지 모를 정도로 하든가 여러 가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립영화업계에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지원에 힘입었던 독립영화 <워낭소리> <똥파리> 등이 해외에서 한국영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국위를 선양했다. 이러한 독립영화 성과에 대해선 무시한 체 지원문제를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