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팬덤 현상 ‘독약론’

팬心 지나치면 劍 돼 돌아온다 

2017-01-13     오두환 기자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귀국과 함께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가 시작됐다. 아직 헌법재판소의 탄핵재판이 끝나지 않았지만 정치권은 이미 대권 경쟁을 시작한 모양새다. 현재 지지도 기준으로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다.

특히 문 전 대표는 탄탄한 인맥, 조직, 팬덤을 보유하고 있어 여러 대권 후보보다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최근 문제가 됐던 ‘개헌 저지 보고서’ 등의 사건을 거치며 문 전 대표의 장점이라고 여겨졌던 지지층 일명 ‘팬덤’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일요서울에서는 ‘독약론’까지 대두된 문 전 대표의 팬덤 부작용과 함께 이을 막기 위해 제시한 ‘원팀 전략’에 대해 알아봤다.  

국민들의 정치 참여 활성화, 부작용도 생겨나
욕설 섞인 문자까지 받다 보면 감정 상하기도

올 초 민주연구원에서 발간한 개헌검토프로젝트 보고서 ‘개헌논의 배경과 전략적 스탠스 & 더불어민주당의 선택’ 유출로 정치권이 술렁였다. 정치권 내에서 개헌에 대한 논의가 한창인 상황에 ‘개헌 저지’를 위한 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되자 문재인 전 대표를 둘러싸고 여야, 개헌 찬성파·반대파 할 것 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에 대한 정치인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팬들이 대응에 나섰다. 문자, SNS 등과 함께 ‘18원 후원’으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개헌 저지 보고서로
촉발된 문자 테러 

문재인 전 대표를 비판하다 팬들에게 ‘문자 폭탄’을 받은 정치인들은 국민의당, 새누리당, 바른정당 의원과 비문계 의원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팬들 일부가 벌이는 이러한 행동은 오히려 ‘독약’이 될 확률이 높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작은 실수와 문젯거리 하나가 큰 후폭풍을 몰고 오기 때문이다. 하나가 돼도 부족한 판에 같은 당 내에서 조차 상대방을 공격한다면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새누리당의 전철을 따를 수도 있다. 

친문과 비문의 갈등, 개헌 찬성파와 반대파의 갈등 모두는 대통령을 꿈꾸는 문재인 전 대표에게 마이너스 요소일 뿐이다. 문 전 대표의 팬들도 이러한 상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일부 열성 팬들에 의한 도가 지나친 공격은 결국 더 큰 칼이 돼 문 전 대표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문 전 대표의 팬들로부터 비판 문자를 받은 비문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문 전 대표 측이 일부러 제지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불만 섞인 말도 나온다. 비판을 넘어 욕설이 섞인 문자까지 받다 보니 갈등의 골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개헌을 찬성하는 한 의원은 ‘개헌 저지 보고서’를 비판하고 나서 하루 새 항의 문자를 3천통이나 받았다고 고백했다. 정치인으로서 개인의 의견을 피력한 것인데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문자폭탄’을 받았다. 결국 이 의원은 핸드폰 번호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무조건 반대
또 다른 공격 낳아

문재인 전 대표 열성 팬들의 공격은 ‘문자 폭탄’만이 아니다. 한때 청문회서 ‘공공의 적’이 됐던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받았던 ‘18원 후원금 폭탄’도 공격 수단으로 다시 등장했다. ‘18’이라는 숫자가 가진 욕설의 의미 때문에 만들어진 공격 방법이다.

한때 후원금을 내고 영수증을 요청하면 해당 정치인이 영수증을 보내줘야 한다고 알려졌었다. 이때 드는 우편 비용이 1930원 정도여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후원 방법으로 소문이 나자 정치인을 골탕 먹이기 위해 사용된 후원 방법이다. 하지만 정치자금법 상 연간 1만 원 이하의 후원금에 대해서는 영수증을 교부할 의무가 없다.

이 밖에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방문에 댓글을 남기는 방법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댓글로 무차별적인 반대 의견을 표시하거나 쓸데없는 글을 남기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 모두 서로의 감정만 상하게 만들 뿐이다. 게다가 일반 의원들을 넘어 문 전 대표의 대선 경쟁자로 나선 다른 후보들에게 이어지는 공격은 또 다른 공격을 낳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일부 열성팬들의 행동을 문 전 대표 측도 제어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온라인 상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보니 누가 어떤 문자를 보내고 댓글을 다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누가 문자를 보냈는지 알았다고 해도 이들의 행동을 제지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막는다면 비판 여론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연구원에서 만든 보고서가 논란이 되면서 시작된 문재인 전 대표 광팬들의 상대 의원 공격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상황이 진정되지 않자 문재인 전 대표가 직접 나섰다. 그가 들고 나온 것이 바로 ‘원팀 전략’이다.   

“경쟁을 하더라도
하나 될 준비해야”

지난 6일 문 전 대표는 비문계 의원들과 일부 보수 의원들에게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이 지속되는 것을 보고 “집권을 위해서도 국정운영 성공을 위해서도 우리가 하나의 팀(One team)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며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요청했다.  

이 글의 출처는 문 전 대표의 페이스북이다. 문 전 대표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지들에게 절박한 마음으로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은 “우리의 지상목표는 정권교체입니다. 그러려면 하나가 돼야 합니다. 경쟁을 하더라도 나중엔 하나될 준비를 해야 합니다”라며 시작된다. 그러면서 “생각이 달라도 존중해야 합니다. 판단이 달라도 배려해야 합니다. SNS 일각에서의 우리끼리 과도한 비난은 옳지 않습니다. 잘못된 일입니다”라며 자제를 요청했다.

또 “동지들을 향한 언어는 격려와 성원이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새로운 역사를 시작해야 할 동지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됩니다. 우리는 저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동지들에게 간곡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드리는 저의 호소입니다”라며 ‘동지’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후 문 전 대표는 같은 날 있었던 재경전라북도민회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인터넷 공간에서 지지하는 후보들을 사랑해주고 격려해주고 지지해주는 것은 대단히 고마운 일”이라면서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의 장점과 그런 좋은 공간이 돼야지 상대후보를 비방하거나 공격하는 식의 경쟁을 단합을 어렵게 만들고 우리 당의 확장을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를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롭게 만드는 것”이라며 “인터넷 공간에서 서로 경쟁하더라도 좋은 경쟁을 해 나가자는 당부 말을 저를 지지하는 분들에게 특히 드리고 싶고, 모든 후보 지지자들에게도 똑같은 당부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친문·비문 갈등
대선에 도움 안 된다

문재인 전 대표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원팀 전략’을 들고 나온 이유는 더 큰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본격적인 대선을 앞두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경선룰 확정이다. 당 경선 후보들 사이에서는 경선룰에 대한 각자의 의견이 분분하다. 대선 후보 당락이 경선룰에 따라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논의 과정에서 친문, 비문 사이에 비판과 논쟁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그때마다 문 전 대표의 열성 팬들이 이번처럼 상대 후보들에게 문자폭탄을 돌리고 한다면 진흙탕싸움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표는 이미 지난 대선에서 친문과 반문의 갈등으로 인해 큰 피해를 봤다. 당내 전폭적인 지지가 필수였던 대선에서 친문과 비문으로 세력이 나뉘는 바람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패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과거의 아픈 기억이 이번 ‘개헌 저지 보고서’를 통해 되살아났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재빨리 ‘원팀 전략’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내 경선 후보들이 너무 많은 상황에 감정적인 공격이 시작되다보니 겉으로는 봉합된 것처럼 보여도 언젠가는 다시 곪아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미 지난해부터 팬들과 함께 ‘선플 운동’을 제안해 왔다. 지난해 9월 서산시에서 열렸던 팬클럽 ‘문팬’ 창립행사에서 “요즘 우리 SNS 보면 너무 살벌하다. SNS 공간에 기사의 댓글이라든지 이런 것을 보면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아주 적대하고 너무 분열시키는 그런 말들이 넘쳐나는 것 같다”며 악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문 전 대표는 “심지어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사람들 안에서 지지자들 간에 적대하고 분열적인 그런 말들이 넘쳐난다”며 “지난 전당대회를 보면 우리 더불어민주당 내 동지들 간에도 지지하는 후보가 다를 경우에 그 지지자들 간에 서로 적대하고 증오하고 분열을 만들어 내는 그런 말들이 넘쳐난다”고 꼬집었다.

당시 문 전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드러난 당내 갈등 의 후유증을 우려했었다. 그래서 그는 “항상 경쟁은 아름다운 경쟁이어야 한다. 그 경쟁이 끝나고 나면 다시 협력할 수 있는 그런 경쟁이 돼야 한다”며 “경쟁하는 상대를 폄하하고 적대하면 상대도 거꾸로 그런 공격에 맞서서 적대를 하고 그런 것을 지켜보는 제3자는 ‘아 이 사람들이 굉장히 폐쇄적이다’ 그렇게 생각해서 확장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가 지지하는 정치인을 키워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두고 확장을 가로막는다. 어찌 보면 ‘이적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