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권오준 …연임 의사 밝혔지만 ‘가시밭길’
같은 행보의 두 회장, 정권 말·초기 ‘눈치 보기 바쁘다’
‘연임 가능성’ 두고 업계 여러가지 해석
전 회장들과 다른 면모…연임 가능성 높여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권오준(사진 오른쪽) 포스코 회장과 황창규 KT 회장의 임기만료가 다가오고 있다. 두 회장 모두 연임 의사를 밝혔다. 앞서 두 기업은 공기업에서 출발한 기업으로 민영화 후에도 정권 때마다 회장이 교체되는 등 수난을 겪은 바 있다. 이번에도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조기 대선이 점쳐지는 가운데 정권의 전리품으로 취급받던 회장직 ‘연임’ 여부와 관련해 뒷말이 무성하다. 일요서울은 두 회장이 연임을 표명한 배경과 연임 가능성, 노조 측의 입장 등을 살펴봤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황창규 KT 회장은 오는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두 회장 모두 연임 의사를 밝혔다.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 6일 연임 의사를 공식화했다. 이에 KT의 CEO추천위원회는 황 회장의 경영성과와 향후 비전 등에 대한 자격 심사에 들어갔다. 이르면 1월 안으로 결과를 발표할 전망이다. CEO추천위에서 황 회장의 연임을 추천할 경우 오는 3월경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승인 등 절차가 진행된다. 권오준 회장 역시 연임 의사를 밝혔다. 연임 여부는 포스코 사외이사의 평가를 거쳐 2월 내 확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 농단’이 두 회장의 연임에 제동을 걸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처분결과에 따라 대통령직을 내려놓을 경우 조기 대선이 치러질 전망이다. 이는 두 회장이 연임에 성공해도 조기 대선이 치러 질 경우 올해 상반기 내 회장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두 기업의 공통점은 민영화된 공기업이라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의 입김으로 회장 인사가 이뤄진다. 정부가 두 회사의 지분 중 한 주의 지분도 갖고 있지 않지만 KT와 포스코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으로 지난 10일 기준 각각 10.62% 10.88%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KT와 포스코의 추천위는 이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임에 성공해도 두 회장이 이끌어온 경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져 회사 자체에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우 포스코 CEO 후보추천위원회 의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권 회장이 연임했는데 중도 퇴임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그 부분에 대한 위험요소(리스크)는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충분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 지원 의혹
특히 KT와 포스코는 미르·K스포츠 재단 지원 의혹을 받고 있어 연임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태다.
검찰 조사에서 KT는 청와대의 청탁을 받아 차은택의 측근을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채용하고 최순실이 실소유한 회사에 68억 원 규모의 광고를 몰아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낙하산 인사 배제 원칙’을 내세운 황창규 회장이 원칙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며 비판했다.
권오준 회장은 포스코 광고계열사였던 포레카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최순실의 측근 차은택이 개입해 지분을 강탈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또 권 회장 선임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29일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전체회의에서 “권 회장 선임 과정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개입 정황이 있다”며 특검 수사를 의뢰했다.
이 두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된 의혹이 끊이지 않아 연임 여부는 연결점 해소 여부에 달렸다고 관측된다.
상반된 포스코·KT 노조 측 입장
반면 관련 업계와 임직원들은 황창규 KT 회장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실적에서 전 회장과는 다른 면모를 보였다는 평이다. 황 회장은 지난 3년간 이석채 전 회장 체제의 적자의 KT를 흑자 전환시켜 수익기업으로 재탄생시켰다. 또 취임 첫 해 대규모 구조조정과 부실 자회사 정리를 통해 실적 개선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17조 원에 가까운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도 지난해 연간 수준인 1조2000억 원을 넘어섰다. ‘최순실 게이트’ 연관성 문제도 황 회장의 문제보다 정부의 영향을 받는 KT의 구조적 문제점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KT 노동조합 측도 연임에 힘을 싣고 있다. KT 노동조합 측은 “현 CEO 취임 후 지난 3년간 여러 가지 공과가 있었지만 어려운 가운데서도 KT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성과를 창출한 점이 분명해 현 CEO에게 한 번 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판단 한다”고 밝혔다.
역대 포스코 회장 7명 중 황경로 정명식 전 회장을 제외한 박태준 김만제 유상부 이구택 정준양 전 회장 등 5명은 모두 연임에 성공한 것을 미뤄 봤을 때 권 회장의 연임 가능성도 높다. 그는 정준양 전 회장 시절의 방만경영과 재무구조 악화 문제를 사업재편과 매각, 구조조정, 철강본업 경쟁력 강화 등으로 개선해 나갔으며, 자동차강판 등 고부가가치 강판사업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높였다. 또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1조원을 돌파한 것과 영업이익률도 14%로 높였으며 부채비율도 역대 최저수준인 70%대로 낮춤으로 포스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평가받고 있어 연임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다만 포스코 시민연대는 “우선 본인(권 회장)이 의사만 밝힌 상태다. 후보 검증을 하고 있는데 그것을 보고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일단 연임 반대 입장이다”며 “포스코 본사 정문에서 연임 반대 1인 시위를 매일 아침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연임이 이뤄져야 정부의 입김으로 생기는 낙하산 인사 문화가 사라질 거라며 연임을 찬성하는 분위기다. 반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으면 새로운 리더십으로 새 출발을 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두 회장의 거취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