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돌 맞은 ‘개그콘서트’ 1999~2009
코미디 프로그램 대명사 자리매김
2009-09-08 유상우 기자
‘엽떼요~ 네네~ 미안합니다~’, ‘내 개그는 ○○야 내가 누구게~’, ‘내 아를 낳아도’, ‘안 되겠니?’, ‘빠져봅시다 안어벙입니다. 이게 뭐니 이게’, ‘얼굴도 못생긴 것들이 잘난 척 하기는~’, ‘스타가 되고 싶으면 연락해~’, ‘난 ~할 뿐이고’….
지난 9월 6일로 방송 10주년을 맞이하는 KBS 2TV 개그 프로그램 ‘개그 콘서트’가 양산한 유행어들이다.
성공비결은 웃음의 정확한 코드 설정
연출자 김석현 PD는 ‘개그콘서트’의 성공비결로 “웃음의 정확한 코드를 집어내는 것”을 꼽았다. “억지웃음이 아닌 자연스러움을 유발시킬 수 있는 개그를 끄집어낸다”는 것이다. 장기 레이스로서 코너의 지속성과 스타 연기자가 나올 수 있는지도 꼼꼼히 따진다.
김 PD는 “특히 다른 예능프로그램에서 느낄 수 없는 개그콘서트의 색깔을 유지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쟁 구조다 보니까 새로운 개그맨이 들어오면 누군가 한 명을 어쩔 수 없이 내보내는 것”이 힘든 점이다. “시청률보다는 개그콘서트를 스쳐간 개그맨들이 성공했을 때”는 기쁘다.
‘개그콘서트’는 1999년 9월 출발했다.
대학로 연극무대에 올려 진 개그맨 백재현의 공연을 모태로 개그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그러다보니 연극적 요소가 강해 TV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어필하긴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 과도기를 겪으며 심현섭 등 걸쭉한 신인 스타가 탄생하면서, 스타 중심의 코미디로 옮겨가면서 전성기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개그콘서트’의 책임 프로듀서인 박중민 PD의 감회는 남다르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개그맨으로 심현섭을 꼽았다.
박 PD는 “심현섭이 스타가 돼준 덕분에 프로그램이 널리 알려질 수 있었다”면서 “개그콘서트의 모태는 백재현이 하던 공연이었다. 초기 프로그램의 절반 이상을 백재현이 이끌었다. 그런데 심현섭이 등장하면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기억했다.
시청자가 뽑은 BEST1 ‘대화가 필요해’
‘개그콘서트’는 10주년을 앞두고 전국 남녀 9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공개했다.
시청자가 뽑은 다시보고 싶은 코너는 김대희·장동민·신봉선의 ‘대화가 필요해’다. 베스트 캐릭터는 옥동자(정종철)가 1위, ‘안상태 기자’, ‘출산드라’(김현숙)가 뒤를 이었다.
베스트 유행어는 장동민의 “그까이꺼 뭐 대충”이 손꼽혔다.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황현희), “난~ 할 뿐이고!”(안상태)도 많이 따라했다.
최다 코너 출연자는 박성호(66개), 최다 출연자는 김병만(427회), 최장수코너는 ‘집으로’(115회)였다. ‘봉숭아 학당’의 최장기 교사는 박미선(95회), 최단기는 박성호(5회)로 조사됐다.
박준형·정종철·오지헌의 ‘사랑의 코너’는 개그콘서트 개그맨이 뽑은 다시 보고 싶은 코너로 지목됐다.
개그콘서트 10년의 명암
‘개그콘서트’는 지난 10년간 칭찬과 비난을 한 몸에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말장난식 식상한 코미디’란 지적은 수차례 제기됐다.
특히 심현섭과 강성범 등 스타들의 집단 이탈, 개그맨들의 도박, 절도, 후배 폭행 등 예상치 못한 사건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들은 오히려 팀을 단단하게 결속시켰고 프로그램이 한 뼘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10년간 평균 시청률은 19%에 이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10주년을 맞은 ‘개그콘서트’는 새로운 개편을 통해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표 코미디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