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진영의 ‘가을날의 동화’보다 아름다운 사랑
죽음보다 깊은 사랑, 결혼 통해 새로운 시작하다
2009-09-08 최수아 기자
아름다운 한 편의 시 같은 사랑이 있다. 고 장진영은 짧지만 불꽃같았던 서른일곱의 생애를 끝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와 남편 김영균 씨와의 사랑은 한편의 시보다 눈시울이 뜨겁고 영화보다 감동적이었다. 이들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이별의 이야기를 담은 순애보는 세상을 감동시켰다. 죽음을 앞둔 마지막 순간,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결혼’으로 부부의 연을 맺은 장진영· 김영균 부부의 운명 같은 만남과 결혼 그리고 안타까운 이별의 과정을 살펴봤다.
“꿈속에서나마 평생지기로 남고 싶었다. 현실에서 못 다한 사랑을 하늘에서 아름다운 결혼 생활로 누리고 싶다"
故 장진영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아름다운 사랑의 향기를 남기고 떠나 팬들의 가슴을 더욱더 아리게 하고 있다.
지난 1일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장진영의 짧지만 불꽃같았던 서른일곱의 생애는 치열했던 연기열정과 남편 김영균씨와의 사랑으로 그 어떤 작품 보다 드라마틱했다.
지난 2008년 1월23일 지인의 소개로 첫 만남을 갖은 장진영과 김영균씨. 장진영은 당시 SBS ‘로비스트’ 촬영을 막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을 때였다. 장진영은 큰 키의 편안한 인상을 가진 김씨에게 첫눈에 편안함을 느꼈고 이내 둘은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도 잠시, 같은 해 9월. 장진영은 건강검진을 받고 나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위암 판명. 장진영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통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를 놓아 주기로 결심한다. 김씨로부터 오는 전화도 받지 않았다. 일방적인 이별 통보였다.
그러나 김씨는 더 큰 아픔이 오더라도 함께 감내하고 싶다며 끝까지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장진영의 곁을 지키며 변함없는 사랑을 과시했다. 항암치료, 민간의술 등 힘든 투병과정을 함께 했다.
그들의 애틋한 사랑 앞에 병마도 힘을 잃는 듯해 보였다. 김씨의 극진한 간호 덕에 장진영은 집 앞 산책도 하고 콘서트 장을 방문할 정도로 건강을 되찾았다.
장진영은 당시 연인 김씨에 대해 “많이 지치고 힘들어 주저앉고 싶었을 때 가장 가까운 곳에서 큰 힘이 되어주면서 다시 일어 설 수 있는 용기를 심어준 사람이다. 나로 인해 그 사람이 힘들어질까 봐 이별을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만 모든 것을 감수하고 사랑으로 보듬어 준 그 사람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며 언론을 통해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장진영의 서른 일곱 번째 생일날인 2009년 6월 14일. 김씨는 장진영에게 평생 자신의 영원한 동반자가 되어 달라는 프러포즈를 한다. 장진영의 대표작인 <국화꽃 향기>의 ‘야쿠르트 프러포즈’ 장면보다 더 로맨틱한 순간이었다.
마침내 두 사람은 7월 2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작은 교회에서 그들만의 슬픈 웨딩마치를 올렸다. 김씨의 측근들 말에 따르면 미국 결혼식 사진 속 장진영은 평소보다 말라보였지만 이 세상 어느 신부보다도 아름다웠다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하얀 원피스에 빨간 장미꽃 부케를 들고 있는 신부 장진영의 미소에서 암환자라는 아픈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한 달 뒤, 8월 28일 서울 성북구청에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공식적으로 ‘법적 부부’가 됐다. 하지만 혼인신고를 한 지 4일 만에 장진영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신부전을 동반한 호흡 부전으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내가 곧 그녀였고 그녀가 곧 나였기에 아프고 힘든 길을 홀로 보내기 너무 가슴 아프다. 마지막 가는 길 힘이 되고 싶었고 가슴 속에서나마 평생지기로 남고 싶었다. 현실에서 못다한 사랑을 하늘에서 아름다운 결혼 생활로 누리고 싶다”
장진영의 영정 앞에서 남편 김영균씨의 애절한 눈물 고백. 이들의 아름다운 순애보는 우리에게 더욱 큰 울림과 감동으로 마지막 선물을 남긴 채 영원한 작별을 고했다.
[최수아 기자] xowl2000@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