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성·이주성 세아그룹 3세 사촌경영 주목받는 까닭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지난해 이태성 세아베스틸 대표(세아홀딩스 전무)와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가 각 회사의 이사진에 합류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오너 3세 경영승계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공식적으로 책임 경영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세아그룹 고(故) 이운형 회장의 장남이며, 이 전무는 현재 회장인 이순형 회장의 장남이다. 이운형 회장과 이순형 회장은 1990년대부터 각각 회장과 부회장직을 맡아 회사를 이끌었다. 2세 ‘형제경영’에서 3세엔 ‘사촌경영’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태성 대표(세아제강 최대주주)는 최근 보유하고 있던 세아제강 주식을 대거 팔아 현금 135억여 원을 마련했다. 그가 거액의 자금을 마련한 건 상속세 납부를 위해서다. 이 대표는 부친인 이운형 회장이 2013년 해외에서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계열사 주식 등을 상속받았다.
그는 지난해 12월 13~20일 세아제강 주식 11만주를 장내 매각해 101억 원을 확보했다. 이어 같은 달 23~29일 3만7003주를 더 팔아 34억6700만 원을 추가로 마련했다. 이 전무는 지난해 1월과 4월에도 세아제강 주식을 각각 4만주, 2만1000주씩 팔았다.
형제경영 이어
동갑 사촌경영
앞서 이 대표는 막대한 상속세를 한 번에 내는 게 어렵게 되자 국세청에 상속세를 나눠서 내겠다며 연부연납을 신청한 바 있다. 이 대표는 800억여 원을 내년까지 분할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특히 그룹 모태기업인 세아제강의 주식을 매각하는 이유는 세아제강이 그룹 지배구조와 큰 연관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아그룹은 세아베스틸과 세아창원특수강, 세아특수강 등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지주회사 ‘세아홀딩스’, 강관사업과 해외 자회사 관리를 맡고 있는 ‘세아제강’ 두 축으로 나뉜다. 하지만 두 회사는 서로 지분이 맞물려 있진 않다.
이 대표는 세아홀딩스 경영총괄과 세아베스틸 대표를 겸직하며 특수강사업을 맡고 있고, 이 전무는 세아제강 경영기획본부장 겸 영업본부장으로서 강관사업과 해외 자회사를 관리하고 있다.
일각에선 양 축이 계열 분리를 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회사가 같은 철강제조업체인 만큼 당장 계열 분리를 하진 않겠지만 가족 간에 계열사들의 지분은 정리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세아그룹은 세계 경기의 장기간 침체로 철강재 수요가 급감해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에서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올해부터 자동차용 특수강 생산을 본격화하는 것도 세아그룹에겐 큰 부담이다.
세아제강·베스틸
해외서 활로 모색
세아그룹은 해외진출 등 외연 확장에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세아제강은 미국 내 강관 업체 두 곳의 생산 설비를 인수했다.
세아제강은 지난해 11월 멕시코 튜베리아라구나와 러시아 OMK가 휴스턴에 보유한 유정용 강관 생산공장과 후처리 공장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금액은 1억달러(약 1170억 원) 규모다.
국내 강관업체 중 미국에 유정용 강관 제품 생산부터 후처리까지 일관생산체제를 구축한 첫 사례다. 세아제강은 그동안 강관을 만들고도 후처리 공장을 갖지 못해 고객사가 원하는 시간에 납품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세아제강의 휴스턴 설비 인수는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비한 선제 조치로 보인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 철강재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세아베스틸도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세아그룹은 올해 사업계획 수립을 앞두고 지난해 하반기에 최적의 사업구조 방안 마련을 위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컨설팅을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아베스틸의 주력제품인 특수강은 엔진, 변속기 등 자동차 핵심부품의 주요 소재로 지난 2012년까지만 해도 이 회사의 독점 구조였지만, 2014년 주요 매출처인 현대·기아차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특수강 시장에 진입한 뒤부터 세아베스틸의 매출은 감소하기 시작했다.
BCG는 경쟁력 제고 노력이 미진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해외 진출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세아베스틸이 조만간 멕시코나 동남아 등지에 제2의 거점을 마련하고, 내친김에 생산기지까지 차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해외사업은 책임경영에 나선 3세 경영인 주도하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세아그룹이 사촌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선 만큼 그룹의 해외 진출에도 두 사람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재계에서 보기 드물게 상속세 납부와 경영권 다툼 없이 승계가 마무리돼 관심이 집중되는 게 사실이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이 공정한 경쟁관계를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