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을 움직이는 사람들]여의도·마포·종로·충청팀 총망라
2017년은 대권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심리에서 인용 결정을 하면 그날로부터 60일 이내 선거가 실시된다. 이 경우 ‘바람선거’가 될 수 있지만 조직정비 등을 위해서는 발 빠르게 캠프를 꾸리고 대장정에 들어갈 토대를 갖춰야 한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사람들도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반 전 총장이 12일 귀국함에 따라 이들의 행보도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반 전 사무총장의 사람들은 크게 측근그룹과 정무그룹, 조직그룹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전·현직 의원을 비롯한 외교관 출신들로 포진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반기문 대망론’을 띄우기 위한 조직들이 너무 많다. 반 전 총장과 핫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인물이 누구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이 귀국하면 각개전투로 뛰고 있는 각 캠프가 대거 결집하며 큰 파괴력을 지닐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제 그들은 ‘반기문의 이름으로’ 최전방에 서야 한다. 반 총장이 대권으로 가는 데 가장 앞장서서 싸워줄 사람들을 살펴봤다.
- 潘, 전현직 의원·외무고시 출신으로 핫라인 구축
- 1그룹…반기문 핵심그룹 5인방 모두 외무고시 12기 출신
- 2그룹…정진석, 성일종 등 충청권 출신 전현직 의원들
반기문 사람들의 측근 참모그룹 가운데 핵심은 5인방이다. 반기문 캠프를 최전선에서 이끌고 있는 외교관그룹으로는 김원수 전 유엔사무처장, 김숙·오준·박인국 전 유엔대사,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꼽을 수 있다.
광화문·종로팀은 외교관 출신들이 주도
김 전 처장은 ‘반기문 메신저’로 불리며 반기문 전 UN사무총장과 국내 주요 인사들과의 가교 역할을 도맡아 한다. 측근들은 그를 ‘반기문 오른팔’이라고 칭한다. 실제 반 전 총장과 10년 가까이 지근거리에서 보필한 김 전 처장은 지난해 10월 일시 귀국했을 당시 정진석 전 원내대표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정 전 원내대표는 김 전 처장에게 “반 전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청년실업, 고령화, 양극화, 개헌 등 4가지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귀국해야 될 것”이라고 제안했고, 김 전 처장이 이를 반 총장에게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김 전 유엔대사는 반 전 총장에 대한 검증이 시작됐을 때 초기 언론 대응을 담당하는 등 ‘반기문 왼팔’로 알려졌고, ‘반기문 사단’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석에서 반 전 총장을 ‘형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허물없는 사이다.
또 다른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오준 전 유엔대사는 2001년 유엔총회 의장으로 활동했던 반 전 총장 밑에서 근무했다. 이후 반 총장이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부임한 2004년부터 2005년까지는 외교통상부 국제기구국장으로 재직했고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나섰을 때는 유엔 차석대사를 지냈을 정도로 반 전 총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박인국 전 대사는 반 총장의 재선 선거를 앞두고 담당실장을 맡았다.
박준우 전 대사는 반 전 총장이 외교부 장관 시절인 2005년 특별보좌관을 지냈으며 ‘반기문-박근혜 연대설’이 불거지게 한 인물이다. 앞서 언급한 ‘5인방’은 외무고시 12기 동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외에 외교관 후배인 박진 전 의원도 최근 뉴욕에서 반 전 총장을 만나고 돌아온 뒤 서울 종로에 ‘대선 예비캠프’ 성격을 지닌 사무실을 내 이른바 ‘종로팀’으로 불린다. 여기에는 외교관 출신들과 일부 보좌진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실무진들이 없어,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여의도·마포팀 충청권 전현직 의원 중심
충청권 전·현직 의원들이 2그룹으로 분류된다. 그 중심에는 최근 반 전 총장을 만났던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있다. 그는 김종필 전 총리와 반 전 총장을 연결하는 매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국내 현안을 챙기며 반 전 총장 측과 교감하고 있다.
새누리당에 남아 있는 경대수·성일종 의원 등 충청권 의원들은 반 총장과 한배를 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반 총장이 귀국 후 신당창당을 할 경우 신당에 참여해 역할을 한다는 후문이다.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도 반 전 총장과 가깝다. 정 원내대표는 당에 남아 반 전 총장을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충청권 출신인 ‘정우택-이현재’ 투톱은 인명진 발 인적쇄신을 통해 친박핵심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을 포함해 박근혜 정권을 적극 옹호했던 TK(대구·경북) 지역 이완영, 정종섭 의원 등을 탈당시켜 ‘TK 몰락’을 통한 충청권 전성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반 총장을 새누리당 대권 후보로 만들겠다는 게 그 연장선상이다.
그러나 인명진 발 인적 쇄신이 물거품으로 끝날 때에는 중대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특히 개혁보수신당에 합류한 홍문표 의원도 반 전 총장과 운명을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새누리당-개혁보수신당, 당대당 통합이 현실화돼 보수 후보로 반 전 총장을 띄울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 외에도 반 총장과 40년 가까이 인연을 맺은 임덕규 백소회(충청권 출신 명사들의 모임) 회장과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성윤환 전 의원 등은 서울 마포에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했다는 후문이다. 암암리에 이들과 함께할 인사들을 영입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역할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게 정치권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충청도 국회의원을 지낸 오장섭 전 장관도 인재 영입에 나서며 친박 핵심 의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에선 오 전 장관이 여의도에 사무실을 낸 것을 두고 ‘여의도팀’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반 전 총장을 지원하는 정책그룹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홍준 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장청수 이명박·노무현 전 대통령 통일고문이 상임공동대표를 맡은 ‘인망(人望)정책포럼’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5월부터 각계각층의 오피니언 리더 약 200명이 참여해 강연과 정책연구 등을 진행했다. 향후 외곽 싱크탱크로 정책 자문을 하거나 창당 등 정치 세력화 과정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팬클럽부터 시작해, MB사람들 潘 지원
외곽에서는 반기문 팬클럽들이 각개약진 중이다. 반 전 총장을 지지하는 조직들도 상당하다. 충청향우회 중앙회 전·현직 임원 2천여 명이 참여한 ‘글로벌국민공동체’, 반 전 총장의 팬클럽 ‘반딧불’도 교수·변호사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시민포럼’을 출범할 예정이다. 또 한용석 한국스카우트연맹 부교수가 회장직을 맡은 한국통일산악회, 반존회(반기문을 존경하는 사람들의 모임), 반사모 3040, 윤상현 의원이 회장인 충청포럼 등이 있다.
그러나 충청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반 전 총장을 지지하는 조직들은 대다수가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고 성완종 전 회장이 애착을 가졌던 ‘서산장학회’가 실질적인 조직이자 핵심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충청지역 정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성 전 회장은 서산장학회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성 전 회장은 자살하기 전 가족회의에서 “내가 성완종의 더러운 돈으로 공부했다는 것이 창피하다란 장학생들의 말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서산장학회를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이로 인해 친동생인 성일종 의원이 서산장학회에 신경을 쓰고 있다. 서산장학회 출신 인사들이 지금은 전국각지에 있으며, 그 수도 2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충청지역 현역의원들 대다수가 서산장학회 멤버이기도 하다.
‘반기문의 멘토’들이 전면에 나설지 여부도 관심사다. 지난해 5월 반 전 총장이 국내에 귀국할 당시 김종필 전 총재를 만난 데 이어 ‘반기문 멘토’들과 만나 조언을 구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외곽에서 자문 역할을 맡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노신영 전 총리를 비롯해 박수길 전 유엔대사, 한승수 전 국무총리, 금진호 전 상공부 장관, 신경식 헌정회장, 서영훈 전 적십자 총재 등이 캠프 안팎으로 지원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가 하면 MB(이명박) 사람들의 참여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이상일 전 의원과 곽승준 교수 등을 중심으로 서울 마포 인근에 사무실을 임대해 미니 캠프를 꾸렸다. 그 외에도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 유종 하 전 외교부 장관, 김봉현 전 호주대사 등이 반 전 총장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반 전 총장 주변에서는 “MB사람들까지 반 전 총장을 지원하겠다고 나섬에 따라 권력투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계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반 총장을 지지하려는 캠프 규모가 화려하다”면서도 “다만 이쪽저쪽에서 다 받다 보면 분명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정치 초보인 반 전 총장이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김도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