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개헌 전략 보고서'에 발칵, 계파 갈등 불 질러...
- 非文 “親文 속내 드러났다. 제2의 최순실 게이트 발생할 것”
- 박지원 “비열한 보고서, 문 전 대표의 뜻인가?”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3일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에서 작성한 개헌 저지 보고서 파문으로 발칵 뒤집혔다. 제3지대론을 ‘야합(野合)’으로 규정한 더불어민주당의 개헌 저지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문재인 전 대표가 최근 강조해 온 야권 연대 구상도 꼬일 것으로 전망된다. 비문(비문재인) 진영은 “개헌 논의를 뭉개려는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속내가 드러났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의 공식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개헌 논의 배경과 전략적 스탠스 & 더불어민주당의 선택’ 보고서에서 ‘제3지대 개헌연대론’에 대해 “대권을 위한 독자적인 조직이나 세력이 취약한 대권 주자 간의 야합”이라고 서술했다. 개헌 연대를 ‘좋지 못한 목적으로 서로 어울린다’는 뜻의 ‘야합’이라고 깎아내린 것이 제3지대의 한 축인 국민의당을 자극하는 결과가 됐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내 중진 등 30여 명의 의원이 참여한 ‘경제민주화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은 이날 저녁 성명서를 내고 “당 기구가 특정인을 편드는 사조직의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다.
초선 의원 20명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공식 기구에서 비문(비문재인) 연대, 비문 전선, 비문 결집 등의 표현을 쓴 것은 분열을 자초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이날 입장을 낸 민주당 의원은 일부 겹치는 초선과 중진 의원이 있어 총 40여 명이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김부겸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벌써 대선 후보가 확정된 것처럼 편향된 전략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당의 통합을 해치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손학규 전 대표 측 이찬열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 진영이 공조직을 사적 목적에 이용한 것”이라며 “이들이 국가 운영을 책임지면 제2의 최순실 게이트가 발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은 역시 민주당의 보고서에 대해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에 조사를 방해하는 세력을 심고, 고귀한 생명을 놓고도 당리당략만 좇는 죄를 저질렀던 새누리당과 다를 게 뭐냐”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박지원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개헌 보고서는 공당으로서 비열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문 전 대표의 뜻인가요?”라며 문 전 대표를 배후로 의심하기도 했다.
이번 파문이 당내 전면전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추 대표는 일부 초선 의원과의 면담 자리에서 “(보고서를 보고) 나도 놀랐다”며 급히 수습에 나섰다. 추 대표는 “당 지도부는 작성을 지시한 적이 없고, 보도가 나온 뒤에 문건 내용을 알게 됐다”며 “자기들(친문)끼리 돌려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확인됐으나 당의 단합과 신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추 대표의 수습 노력은 보고서 작성 경위는 물론이고 내용, 배포 방식 등 모든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비문 진영의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도 문 전 대표는 국회 기자실과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재래시장을 찾는 등 ‘미디어 프렌들리’ 및 민생 행보에 나서며 대권 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문 전 대표가 국회 기자실을 찾은 것은 2015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표로 취임하면서 방문한 이래 처음이다. 문 전 대표는 장위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거 때가 닥치면 정치인들이 이합집산을 한다든지 정계 개편을 한다든지 흔히 있는 일이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책임 있는 새누리당이나 떨어져 나온 ‘비박’들의 정권 연장을 돕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