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평 받는 한일합작 영화 ‘보트’
영화가 산으로 간 까닭은?
2009-05-26 윤근영 기자
영화는 영화다. 영화는 재미와 감동이 있어야 한다. 한일합작 영화‘보트’가 완성도가 미흡한 영화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이 영화는 한일 양국을 배경으로 마약 밀매와 납치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담고 있다. 얼핏 보면 액션물처럼 보이지만, 액션도 아닌 것이 멜로도 아닌 엉성한 구성과 스토리 때문에 만들다 만듯한 느낌마저 자아낸다. 볼거리라고는 ‘추격자’의 하정우와 일본배우 츠마부키 사토시의 연기대결이라는 것. ‘보트’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한·일 합작 영화가 아니다. 한일합작을 위한 영화다. 거대한 야망을 품은 ‘보트’(감독 김영남)는 사공이 많아서인지 배가 산으로 향한다.
‘추격자’로 스타덤에 오른 하정우(31),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잘 알려진 일본배우 츠마부키 사토시(29)가 투톱을 이룬다. 한일합작이란 거대한 깃발 아래 양국의 유명배우들이 자리한다. 포스터도 웅장하기만 하다.
그러나 정작 내용물은 부실하다. 마약을 다루다가 납치로 이어지더니 가족애로 마무리하는 전개다. 늘어놓은 많은 이야기를 채 줍기도 전에 영화는 끝나버린다. 스릴이나 액션은 진작에 포기하는 것이 좋다.
한일합작이라지만, 영화는 한국 중심이다. 주 배경은 일본이나 커뮤니케이션은 한국어로 이뤄진다. 발군의 한국어 실력을 선보이는 츠마부키의 모습이 그나마 관람 포인트다. 격한 감정 연기를 제외한 모든 대사들을 우리말로 소화해낸다.
‘형구’(하정우)는 보트를 타고 일본에 밀수품을 실어 나르는 심부름꾼으로 나온다. ‘보경’ 아저씨에게 김치를 배달하면서 개처럼 충성을 바친다. 하지만 그가 그동안 실어나른 것은 김치가 아니었다. 김칫독 아래 백색 가루가 담긴 마약봉지가 숨겨져 있던 것.
형구의 보트가 정착하는 곳에는 늘 ‘토오루’(츠마부키)가 있다. “안녕하세요”란 기본적인 인삿말조차 서툴러 “여보세요?”라고 안부를 전하는 어리숙한 남자다. 토오루 덕 혹은 탓에 김칫독 안에 숨은 마약의 존재가 드러난다.
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납치한 여자를 일본에 배달하라는 임무가 떨어진다. 마약을 운반했던 형구의 보트는 납치극으로 방향을 튼다. 감시자 역의 토오루까지 승선하면서 새로운 스토리가 펼쳐진다. 검정 천 속에 든 납치녀 ‘지수’(차수연)도 같은 배를 탔다.
각기 다른 목적으로 배에 오른 이들은 각자의 필요에 따라 서로를 이용한다. 돈을 위해, 가족을 위해 여행하는 청춘들의 모험담으로도 보여진다. 도망한 아버지를 찾겠다는 지수, 천애 고아 형구, 병든 조카에 치매 할머니 등 식구들을 부양해야 하는 토오루는 ‘가족의 결핍’이라는 공통점으로 엮인다.
거창할 것 같았던 액션 무비는 얼렁뚱땅 독립영화 같은 감성으로 전환된다. 한국 남자와 일본 남자가 여차저차 만나 우정을 나눈다는 버디무비적 성격을 완성한다. 그 속에서 가족의 존재를 찾아가는 보트의 결론은 애매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