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을 지지하는 사람들
빈약한 정치 세력, 외교·정치·재계 인맥으로 메워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의지가 뜨겁다. 지난해 말부터는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시작하며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이 한 몸 불사르겠다”고도 말했다. 언론 등에서는 1월 중순을 반 전 사무총장의 귀국일로 예상하고 있지만 구정 직전에 귀국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반 전 사무총장의 대선 행보가 빨라지면서 지지세력 결집을 위한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당초 빈약한 정치세력이 단점으로 지적됐지만 그동안 쌓아 온 인맥과 지지세력을 보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요서울]에서는 반 전 총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살펴봤다.
외교라인 선후배, 백소회 등 지지세력 다양
신당 창당·기존 정당 합류 등 귀국 앞두고 설왕설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인맥은 외교라인을 기본으로 정치, 재계, 학계, 지역 등에 골고루 퍼져 있다. 특히 외교라인은 외무고시 2기 출신인 반 전 총장이 평생을 바쳐 일 해온 곳인 만큼 많은 지지세력이 있다. 반 전 총장의 친화력은 그를 만나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정도다.
김숙 전 대사
소통 창구 역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을 앞두고 국내에서는 김숙 전 유엔 대사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김 전 대사는 “반 총장이 귀국할 때까지 개인적인 심부름을 하는 입장”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반 전 총장의 ‘오른팔’이라고 불릴 만큼 인연이 있다.
김 전 대사는 외무고시 12회 출신이다.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주미대사관, 북미과장, 샌프란시스코 부총영사, 토론토총영사, 북미국장 등을 거쳤다. 북미국장 재직 시 한·미 방위비 분담협상에서 한국 측 분담액을 삭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후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6자회담 수석대표, 국정원 1차장, 유엔대사 등의 보직을 거쳤다.
반 전 총장과의 인연은 북미국장으로 근무하던 2004년부터 2년간이다. 당시 반 전 총장은 외교부 장관으로 재직했다. 김 전 대사가 유엔대사로 임명된 것도 이 인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내에서는 김 전 대사가 반 전 총장을 ‘형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김 전 대사는 과거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반 전 총장의 ‘한글 파트너’라고 언급했다. 반 전 총장이 유엔에서 하루종일 영어만 하다 보니 한국말을 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때 같이 대화도 하고 운동도 하곤 했다는 것이다.
김 전 대사는 반 전 총장의 최측근인 만큼 최근에는 반 전 총장에 대한 각종 의혹의 소통 창구 역할도 맡고 있다. 12월 28일에는 시사저널에서 보도한 ‘23만 달러 수수설’에 대해 “해명할 것은 적극 해명하겠지만 음해에 대한 책임은 확실히 묻겠다”고 언명했다.
대선캠프 구성에 대해서도 “반 총장은 귀국해서 국민의 뜻과 의견을 듣는 게 우선이라고 했기 때문에 조직을 만들었다는 것은 모두 근거없는 소문”이라며 부인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제기되는 검증론에 대해서는 “10년간의 국내 공백 때문에 국민 여러분이 궁금해 할 사항이 여러 가지 있을 것이며, 이에 대해 검증을 받아야 한다면 적극적으로 받을 용의가 있고 준비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이 귀국해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시작한다면 김 전 대사는 캠프에서 중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랜 기간 반 전 총장과 함께 했고 저돌적인 스타일인 만큼 중책을 맡기에 부족함이 없다.
정태익 회장
50년지기 조언자
씽크탱크 그룹 인물로는 반기문 전 총장과 같은 외무고시 2회 출신인 한국외교협회 정태익 회장이 눈길을 끈다. 정 회장은 반 전 총장과의 인연이 50년이 넘는다. 그만큼 스스럼없이 서로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사이다.
반 전 총장과 정 회장의 인연은 19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제학생회의(ISA) 주최로 한국에서 제1회 아시아대회가 열렸는데 정 회장은 ISA 회장이었고 반 전 총장은 서울대 문리대 대표로 대회에 참석했다.
정 회장은 1993년부터 1996년까지 이집트 대사로 근무했다. 이후 주이탈리아, 주러시아 대사를 지냈다. 주러시아 대사를 지낸 정 회장은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씨를 만드는 일에도 관여했다. 당시 정 회장은 한국인 우주인을 만들기 위해 연방 우주청 등 러시아 정부 관계자를 접촉해 설득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외교관 중에서도 원로급으로 통한다. 반 전 총장처럼 친화력이 좋고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찾는 사람들도 많다. 반 전 총장의 대선 의지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후 반 전 총장 지지자들이 정 회장을 꾸준히 찾아 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 회장은 최근 뉴욕에 있는 반 전 총장을 직접 만나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맥 화수분
백소회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씽크탱크 그룹 중에는 ‘백소회’가 주목할 만하다. 1992년 ‘백제의 미소’에서 착안해 만든 모임으로 충청권 출신 명사들의 모임이다. 반 전 총장이 백소회 회원은 아니다.
백소회는 11대 국회의원 출신인 임덕규 회장이 맡고 있다. 임 회장은 월간지 ‘디플로머시’를 발행하고 있다. 임 회장은 반 전 총장에게 유엔사무총장을 권유한 인물로 알려졌다. 실제 선거전에 돌입했을 때는 외국 대사들을 만날 때마다 반 전 총장을 홍보했다고 전해진다.
백소회 회원으로는 이회창 전 총재, 강창희 전 국회의장, 강영훈 전 총리, 신경식 헌정회장, 심대평지방자치발전위원장 등을 비롯해 여야 국회의원 이인제, 홍문표, 전병훈, 오제세 등이 있다. 이 밖에 기업인, 언론인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경제, 언론 등 반 정 총장의 많은 인맥이 이곳을 통해 연결 되기도 한다.
백소회는 단순한 친목모임 이상이다. 꾸준한 조찬모임 등을 통해 다양한 국정 현안을 논의하기도 한다. 지난 10월 달 모임에서는 저성장 타개 방안,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이원화, 대북정책 등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여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국회의원들이 참여하는 것도 장점이다. 본격적인 대선이 시작되면 백소회가 반 전 총장의 인맥 화수분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