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도 힘들다…조기대선 앞둔 기업들의 과제
출국금지 총수들 집안서 ‘내부수리 중’
2017년 상반기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재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 대선이 실시되는데, 그때까진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지속돼 재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해석이다.
게다가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전망이어서 더욱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조기대선 등 국내의 불확실성은 물론 트럼프 체제의 미국과 사드(THAAD) 배치로 보복에 나선 중국 등 국외 상황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특검 수사 대상 기업들의 긴장감은 최고조 달한 상태다. 재벌 총수들이 청문회에 대거 출석한 데다 반기업 정서도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여기에 경제민주화 법안이 줄줄이 통과를 기다리고 있어 기업들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조기대선이 이뤄진다면 각 정당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난 12월 초 박영선 의원이 발의한 공익재단 출연에 대한 상속세 등의 면제 축소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방어전략 구축
내실 다지기 초점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펴보면 기업들은 내년 부채 축소, 비주력 계열사 매각 등 ‘방어전략’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지분 처분이나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현금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법인세 인상, 지배구조 개편 등 악재가 터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최순실 게이트의 수사 대상인 기업이 많고 총수마저 출국금지 대상에 올라 있다. 이 마당에 어느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설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대다수 기업들은 방어전략과 함께 자구책을 마련하는 등 대응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지주회사 전환을 공식화한 삼성과 순환출자 리스크에 놓인 현대자동차, 롯데 등은 정치적 변수가 높아진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9일부터 3일간 전략회의를 열고 국내외 중역들이 참석해 내년 부문별 사업목표와 경영전략을 수립했다.
당시 회의는 긴장감이 넘쳤다고 한다. 출국금지로 이재용 부회장 등의 발이 묶인 데다 갤럭시노트7 결함 원인도 밝혀지지 않아 향후 스마트폰 출시 전략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은 정기 사장단·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미룬 채 특검조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년 12월 초에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단행하고 이듬해 신임 임원들과 오너 인사들이 참석하는 신년하례식을 열어온 삼성은 현재 모든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조직 개편 집중할 듯
고용·투자 대책 필요
현대차는 정유년을 부진 탈출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2016년은 대내외 판매 부진으로 목표치를 크게 밑돌았다. 하지만 내년에는 그랜저IG 등 신차를 앞세워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 시점이 불명확한 만큼 지배구조 개편과 신사업 추진 방식에 큰 변화를 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신동빈 회장은 해를 넘기게 된 임원인사와 함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정책본부를 대폭 축소하고 롯데 전 계열사를 4개 부문으로 나누는 조직개편안을 최종 마무리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CJ는 오너 일가의 경영복귀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해 8월 사면받아 건강이 회복되면 경영일선에 나설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일각에선 청와대 압력으로 경영에서 물러난 이미경 부회장의 복귀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SK, GS, 한화 등은 정부의 수주외교 지원 동력이 사그라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일부 기업은 소비심리 악화에 대비해 소비재 시장보다 리스크가 덜한 기업 간 거래 ‘B2B 사업’에 집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새해에는 기업들이 안정에 중점을 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돼 고용과 투자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적절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