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지도 못하면서’ 히로인 엄지원
색깔 있는 연기로 칸 영화제 도전
2009-05-06 박태정 기자
엄지원이 스크린에 돌아왔다. 그녀가 선택한 작품은 예술 영화 찍기만을 고집하는 홍상수 감독의 신작‘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 영화는 예술 영화를 찍기만을 고집하는 영화감독이 제천국제영화제에 참석했다가 제주도로 가는 동안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가 극중 맡은 배역은 제천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공현희 팀장’이다. 영화 속 영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서 파격 연기를 선보이게 된 엄지원의 내면세계를 알아본다.
홍상수 표 영화는 색깔이 분명하다. 배우에게 연기를 시키지 않고 사실적 표현을 요구하기 때문에 배우의 연기 색깔도 분명하다. 그것이 홍상수 표 영화의 특징이다.
홍상수 표 영화‘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출연한 엄지원은 파격적 연기를 선보였다. 감히 상상을 할 수 없는 과감한 표현이다.
영화는 제천국제영화제를 배경으로 예술영화를 찍는 영화감독 구경남이 영화제 심사위원 자격으로 제천을 방문했다가 친구의 아내와 묘하게 얽히면서 도망치듯 뜨고, 얼마 후 제주도로 특강을 갔다가 선배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는 두 여행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서 엄지원은 영화제 프로그래머인 깐깐하고 새침한 ‘공현희 팀장’을 맡아 열연했다.
그녀는 자신이 연기한 공 팀장 역에 대해 “전환이 빠른 여자였으면 했다. 가식적이지 않고 솔직하면서 독특함이 있는 여자로 연기했다. 촬영은 힘들었지만 재미 있었다"고 말했다.
극중 영화제를 찾는 감독, 배우들과 함께 술자리를 갖는 장면에서 엄지원은 생애 첫 막장연기를 선보였다.
엄지원은 지난달 27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구토를 하는 장면에서 연기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에서 술을 마시면서 대화하는 중간에 토사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다. 롱테이크로 찍는 신이었는데 타이밍을 잘 맞춰야 했다. 실제로 사람이 정확히 타이밍을 맞춰 할 수 없는 일이잖나. 중간에 해야 하는 것이라 무척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홍상수표 영화 속 홍상수는 누구
이 영화에 관심은 극중 구경남이 홍상수 감독을 닮고 있다는 점이다. 홍 감독은 데뷔작에서부터 현재의 작품까지 모두 예술 영화만을 고집해 왔다. 극중 구경남도 예술영화만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
이에 대해 홍 감독은 “나이가 좀 들면서 영화의 재료가 내 현재형에 가까워지는 느낌은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거리는 유지한다"고 말한다.
홍 감독은 구경남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마치 홍 감독 자신의 경험담을 전하듯 현실감 가득한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았다.
그는 “영화에 들어가는 재료가 나와 너무 거리가 있어서 그 안에 들어가 헤맬 때 내가 뭐 하는지 모르는 상태가 되는 걸 싫어한다. 그래서 내가 가본 곳, 아는 타입의 인물들을 차용한다. 다만 너무 가까워서 모델이 되는 사람에 대해 심적인 부담을 느끼면 자유롭게 만들질 못하니 그 중간 정도로 하는 게 원칙이다"고 말했다.
다음 달 13일부터 프랑스에서 열리는 제62회 칸 국제영화제의 감독주간에 초청받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홍상수 감독이 9번째 작품으로 만들어진 저예산 HD영화. 홍 감독은 ‘강원도의 힘' ‘오! 수정'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극장전'에 이어 다섯 번째 칸영화제 진출이 확정됐다.
이 작품은 고현정 김태우, 하정우, 정유미, 공형진, 유준상 등 화려한 출연진으로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5월 1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