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더 이상 숨길 수 없다?!
2009-02-25 신혜숙프리랜서 기자
연예인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성형과 다이어트 사실, 숨기고 싶은 과거 등이 속속 공개되고 있는 것. 최근엔 비교적 과학적인 방법으로 가창력까지 평가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연예인들의 새빨간 거짓말을 밝힌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루머와 과장된 소문에 스타들이 상처를 받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 주 연예계엔 ‘MR 제거’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 때 주로 사용되는 MR(Music Recorded)은 보컬 없이 코러스와 반주로만 이뤄진 곡이다. 때문에 완성된 노래 중 MR을 지우면 가수 목소리만 남아 가창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이론이 성립하고 이를 근거로 MR 제거 영상 및 음원이 만들어진 것.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 인터넷에 떠도는 MR 제거 영상 및 음원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보컬 음역을 강조하고 다른 음역들은 깎아내는 방법이 이용됐다. MR이 100% 제거되진 않았지만 가창력을 판별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네티즌, 가창력 심판(?)
MR 제거 영상 및 음원을 근거로 가창력을 심판(?)받은 이들은 대부분 아이돌그룹이나 댄스가수. 그중 동방신기, 빅뱅, 소녀시대, 세븐, 보아 등은 “외모와 가창력 둘 다 된다”, “예상보다 훨씬 실력이 뛰어나다” 등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미국에 진출한 보아와 일본에서도 사랑받는 동방신기, 빅뱅에겐 열렬한 칭찬이 이어졌다. 반면 불안한 호흡과 부족한 가창력이 드러난 일부 가수에겐 “실망이다” “노래 연습 좀 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일부 네티즌은 “동일한 상태에서 녹음된 곡들로 MR 제거를 한 게 아닌 만큼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연예인 과거 자료 ‘인기’
MR 제거 영상 및 음원에 대한 연예 관계자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당황스럽다”는 측이 있는가 하면 “이번 일을 통해 가수들이 기본 자질인 가창력 함양에 보다 힘쓰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측도 있다. 아이돌그룹까지 탄탄한 실력을 자랑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외모만으로는 장기간의 인기 유지가 힘들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
MR 제거 영상 및 음원을 봤다는 가요계 관계자는 “MR이 상황에 따라 가수들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기도 하는데 이제 그런 기능이 힘들어질 것 같다”며 “인터넷과 네티즌의 위력에 다시 한 번 놀랐다”고 전했다.
가창력만이 아니다. 인터넷의 발달과 일명 ‘네티즌 수사대’의 눈부신 활약으로 연예인들은 더 이상 숨길 것도, 숨을 곳도 없게 됐다. 성형과 다이어트 여부는 물론 과거 행적까지 낱낱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
실제로 여러 인터넷 포털 사이트 연예 게시판과 카페, 블로그 등엔 하루가 멀다 하고 ‘연예인 엽기 혹은 진실’, ‘OOO 성형 전후’ ‘OOO의 과거’라는 제목을 단 게시물이 올라온다. 이때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사진 등의 증거자료가 첨부되기도 한다. 특히 성형과 다이어트 관련 게시물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해당 연예인의 사진을 나열하고 달라진 부위를 조목조목 설명해 전문가마저 감탄할 정도.
과거에 발목 잡혀?
이같은 게시물에 대한 네티즌의 관심은 식을 줄 모른다. 사실 여부를 두고 팬과 안티팬이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놀랍다” “충격적이다”는 반응을 보인다. 성형수술을 한 적이 없다는 스타의 성형 의혹 자료, 착해 보이는 스타의 ‘놀던’ 시절 사진이나 행동에 관한 목격담은 특히 뜨거운 인기를 자랑한다. 연예인들의 ‘새빨간 거짓말’을 밝혔다는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
인터넷 연예인 소식 관련 카페에서 활동 중인 최지영(가명)씨는 “방송에서 보여 지는 연예인의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다른 경우가 많지 않나”며 “그런 이중적인 면이 네티즌에 의해 알려지는 셈이다”고 전했다. 이어 “연예인도 완벽한 존재는 아니라는 사실에 묘한 공감대를 느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연예인 입장에선 자신에 대한 자료가 공개되는 게 반가울 수만은 없는 법. 프라이버시 침해의 불쾌함은 기본이고 자칫 나쁜 이미지가 생성돼 활동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소속사에서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현재 바른 생활을 하고 있다 해도 한때의 잘못된 행동에 발목을 잡힐 수도 있기 때문.
톱스타나 이제 막 인기를 얻기 시작한 신예 스타의 경우 파장은 더욱 크다. 일례로 모 아이돌그룹 멤버 A와 신인여가수 B는 학생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 담긴 데뷔 전 사진이 ‘막장’이란 제목으로 인터넷에 공개돼 지탄 받았다. B의 경우 소속사에서 사과를 표명하기도 했다.
인터넷에 공개되는 연예인 관련 자료의 더 큰 문제점은 각종 루머와 과장된 소문이 사실인 것처럼 꾸며져 있다는 점이다. ‘~카더라’ 통신이 ‘했다’로 변하고 없던 과거나 사건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사실? 거짓도 많아!
인터넷의 특징상 소문과 자료가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만큼 영향력도 막강하다. 때문에 이로 인해 연예인이 큰 상처를 받는 것은 물론이다.
탤런트 매니저는 “연예인이라도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지적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로 인해 지금의 성실함이나 재능까지 비난 받는 것은 안타깝다”며 “좀 더 너그러운 눈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어 “무엇보다 연예인에 관한 자료나 소문이 다 진짜는 아니란 점을 명심해줬으면 한다. 과장되고 잘못된 내용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인터넷에 올라오는 연예인들의 과거와 실력.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는 넓은 아량, 사실과 거짓을 구분할 줄 아는 지혜를 가지고 관련 자료들을 접한다면 이는 연예인을 또 다른 면에서 바라보고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