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데이트 -SBS 수목드라마 <카인과 아벨>의 한지민

“제 한계를 넘어보고 싶어요”

2009-02-24     신혜숙프리랜서 기자

사랑스러운 매력의 소유자 한지민이 치열한 수목극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 18일 첫 전파를 탄 SBS〈카인과 아벨〉의 여주인공을 맡아 MBC〈돌아온 일지매〉, KBS〈미워도 다시 한번〉과 자웅을 겨루는 것. 극중 탈북자 ‘오영지’를 연기하는 한지민은 “영지를 통해 나의 벽을 넘고 싶었다”며 눈을 빛냈다.


글래머러스한 몸매 ‘눈길’

“가뭄 끝에 내리는 이 단비처럼 우리 드라마도 좋은 결과를 얻을 것 같아요.”

청주공항에서 열린〈카인과 아벨〉제작발표회 당일, 낮은 기온에 하늘에선 빗방울까지 떨어졌다. 궂은 날씨에 기분이 쳐질 법도한데 한지민은 더없이 유쾌한 모습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화창하면 좋겠다 싶었다가 비오는 날 이사 가면 잘 산다는 말이 떠올랐다. 잘 될 것 같다”며 날씨와 드라마 성공을 연결하는 센스까지 발휘했다.

이날 한지민은 파격적인 의상으로도 주목받았다. 기존의 순수한 이미지와 달리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드러나는 튜브형 원피스 차림으로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은 것. 아쉽게도 이처럼 한껏 꾸민 한지민의 모습을〈카인과 아벨〉에선 보기 힘들다. 형제처럼 자란 초인(소지섭)과 선우(신현준)의 갈등과 복수, 화해를 그린 이 드라마에서 탈북자 ‘오영지’를 연기하기 때문. 오빠를 기다리며 중국에서 관광가이드로 일하는 영지는 우연히 만난 초인에게 사랑을 느끼고 한국으로 가 선우, 서연(채정안) 등과 함께 인연을 만들어간다.

출연작을 고를 때 가장 먼저 작품, 그 다음으로 캐릭터를 본다는 한지민은〈카인과 아벨〉의 완성도와 깊이에 끌렸다. 하지만 역할 앞에선 멈칫했다. 현대극은 물론 사극과 퓨전사극 등 다양한 장르를 경험한 그녀지지만 탈북자 역은 생소했던 것.


“이젠 북한 사투리 편해”

“영지의 기본 성격은 괜찮다 싶었는데 중국어와 북한 사람이라는 환경이 낯설었어요. 겁도 나고 걱정도 됐죠. 근데 감독님을 만나 뵙고 나서 제가 느끼는 한계, 제 스스로 느끼는 벽을 넘고 싶어서 하게 됐어요. 배우가 비슷한 역할만 할 수는 없잖아요.”

무슨 일이든 한번 결정한 뒤엔 ‘케세라세라(‘될 대로 되라’는 스페인어)’를 외치며 앞만 보고 가는 스타일답게 한지민은 캐스팅 후 고민을 접었다. 대신 영지를 완전한 자기 역할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북한말과 중국어. 촬영 수개 월 전부터 북한말은 실제 새터민에게, 중국어는 모 대학 강사에게 각각 주 3회씩 배웠다. 노력 덕분인지 예고편 등을 통해 공개된 한지민의 북한말은 제법 자연스럽다.


작품 자체가 사랑받길…

“처음엔 북한 뉴스에서 들을 수 있는 평양말을 배웠는데 새터민의 90% 이상이 함경북도 출신이라 다시 함경도 사투리를 익혔어요. 사투리를 알려주신 선생님이 현장에 상주하면서 세세한 부분까지 교정해주신 덕분에 지금은 함경도 말이 무척 편해졌어요.(웃음)”

〈경성스캔들〉과〈이산〉등 한동안 사극에만 출연했던 한지민은 “오랜만에 현대극을 하려니 힘들다”는 솔직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어려움보단 즐거움이 더 크다. 소지섭, 신현준, 채정안 등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이 워낙 좋고 호흡도 잘 맞기 때문.

한지민에 따르면 신현준은〈카인과 아벨〉에서 처음 만났음에도 예전부터 알고 지낸 것처럼 편하게 대해주고 현장 분위기도 쉴 새 없이 띄우는 ‘분위기 메이커’다. 극중 소지섭을 두고 ‘사랑의 연적’이 되는 채정안은 15년 이상 친자매처럼 지내온 사이. 덕분에 촬영장에서 생기기 쉬운 여배우간의 신경전 대신 든든함을 느끼며 연기 중이란다. 순수하고 애틋한 러브라인을 형성하게 될 소지섭에 대해선 “의외로 재미있다”는 소감을 밝혔다.


“소극적이고 낯가림이 심하다는 말을 들어서 걱정했는데 아니더라고요. 말도 많이 하고 장난도 잘 치고 스텝들도 잘 챙겨서 놀랐어요. 가끔 보면 몸개그에도 욕심이 있는 거 같고요.(웃음) 아무튼 오빠 덕분에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인터뷰 말미. “제목 때문에〈카인과 아벨〉을 종교드라마로 오해하거나 마냥 무겁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아니다”는 말과 함께 “열악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만큼 작품 자체가 사랑받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남긴 한지민. 그녀의 말처럼〈카인과 아벨〉이 MBC〈돌아온 일지매〉와 KBS〈미워도 다시 한번〉을 꺾고 ‘수목극 최강자’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