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4억 모았던 ‘청년희망재단’도 수상?
정치권 일각 “미르재단 설립 과정과 비슷하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최순실씨가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만든 미르·K스포츠재단이 전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다. 기업들이 재단에 기부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청년희망재단’이 ‘제2의 미르·K스포츠재단’으로 불리며 재조명받고 있다. 재단 자금 모집 및 출범 과정 등이 두 재단과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은 청년희망재단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분석해 봤다.
대통령 제안 후 재단 설립, 기업 모금 일사천리 진행
차은택 주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처음부터 관여해
청년희망재단은 지난해 9월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일자리펀드를 직접 제안하면서 재단 출범 준비와 함께 모금이 시작된 사업이다. 9월 15일은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대한 노사정 합의가 이뤄진 날로 박 대통령과 정부는 이를 계기로 청년들의 일자리 해결에 도움을 주는 차원에서 청년희망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재단 주요사업으로는 온라인상에서 청년 일자리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원스톱’ 정보센터 구축, 온·오프라인 멘토링 제공, 일자리·창업 관련 교육 개발 사업 등이다.
대기업 기부하자
정부, 개정 노동법 추진
박 대통령의 제안과 함께 바로 다음 날인 16일 오전 황교안 국무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어 청년희망펀드 조성방안을 확정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국무조정실장 주재 관계차관회의를 열어 기금 조성·활용, 재단 설립에 관한 세부 추진계획을 논의했다. 차관회의 참석부처는 기재부, 법무부, 미래부, 행자부, 문체부, 산업부, 고용부, 금융위, 인사처 등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이 있은 후 재단 설립과 모금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펀드 및 재단 설립 제안과 함께 16일 기부금 2000만 원과 매월 월급의 20%를 기부하기로 했다. 이후 국무총리, 국무위원, 공공기관장이 기부에 동참했다. 국내 대기업들도 적극적인 기부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10월경 이건희 삼성회장 200억 원,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150억 원, LG 70억 원, 신세계 65억 원, 롯데 50억 원 등 총 1400여 억 원이 모금됐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재단 설립 후 추가 기부를 하기도 했다.
펀드가 출시되면서부터는 국내 은행, 공기업, 자치단체장들도 줄줄이 펀드에 가입 했다. 가수 주현미, 체조선수 손연재 등도 청년희망펀드에 가입을 했다. 1400억 원이 넘는 펀드자금이 순식간에 모였다. 최순실의 미르·K스포츠재단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대기업들이 낸 기부금은 규모가 상당히 크다. 같은 시기 미르·K스포츠재단에도 비슷한 금액의 기부금을 냈다. 문제는 대기업들이 기부금을 내던 시점과 이른바 ‘노동개악법’이라 불리던 저성과자 해고 등을 기본으로 한 정부와 기업들이 추진했던 성과연봉제 도입 시기가 비슷해 청년희망재단에 대한 대기업 기부가 규제완화를 위한 대가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재단 설립 초기부터
정부인사 참여 고려
청년희망재단은 국가가 운영하는 재단이 아닌 민간재단이다. 하지만 재단 설립 과정 중 정부가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러한 사실 또한 최순실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정과 유사하다.
미르·K스포츠재단은 기업들의 기부금 모집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이 있었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런데 청년희망재단도 똑같은 정황이 드러났다. 재단 설립 전 만들어진 TF팀에 노동부 산하기관 직원들이 파견돼 일을 했다.
또 문체부는 재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일에 관여했고 재단 사업계획 역시 정부가 주도로 만들어졌다. 이 같은 사실은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이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냈다.
또 이 의원은 순수 민간재단이라고 알려진 청년희망재단이 설립 초기부터 정부 인사들의 참여를 고려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이 의원은 2015년 10월 19일 있었던 청년희망재단 제1차 이사회 보고안건 문건 ‘청년희망재단 발기 개요 및 준비상황’을 공개했다. 이 문건을 보면 “발기인들이 당연직 자격이 아닌 자연인 자격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고, 향후 재단이 활성화되면 정부 인사들의 참여 여부도 고민 필요”라고 적혀 있다. ‘정부 인사들의 참여’라는 말은 ‘낙하산 인사가 가능’하다고 오해받기에 충분하다.
문화창조융합벨트
강좌, 멘토링, 취업 관여
청년희망재단이 ‘제2의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최순실과 함께 구속된 차은택이 주도했던 문화창조융합벨트가 재단이 운영할 청년희망아카데미 속 멘토링, 취업, 인턴십을 지원하기로 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지난해 10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발표했다. 그리고 이 내용은 당시 국무조정실 기획총괄과와 고용노동부 청년고용기획과가 만들어 배포한 보도자료 안에도 포함돼 있다.
또 앞서 1차 이사회 문건을 공개한 이용득 의원에 따르면 재단 시범사업에 ‘핵심멘토 토크 콘서트 개최’와 ‘문화콘텐츠 관련 강좌’가 포함돼 있는데 이중 문화콘텐츠 관련 강좌를 문화창조융합센터와 협업해 진행하기로 돼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 의원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청년희망재단은 지난해 11월 재단 사업인 청년희망아카데미 강좌를 통해 매주 목요일 ‘문화창조강좌’를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