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상반기 뮤지컬업계 풍향계
경기불황 뚫는 창작·라이선스 뮤지컬 ‘열풍’
2009-01-29 조나단 기자
올해도 국내 창작 무비컬(영화와 뮤지컬의 합성어)의 열기가 뜨겁다.
뮤지컬 관객의 관심을 끄는 작품으로는 <주유소 습격사건>(3월12일부터 백암아트홀에서 오픈런), <마이 스케어리 걸>(3월6일~5월17일,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랙), <기발한 자살여행>(3월17일~4월19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드림걸즈>(2월27일~7월26일, 샤롯데씨어터)등.
<주유소 습격사건>은 10년 전 270만 관객을 동원했던 대박 영화가 원작이다. 시나리오에 참여했던 영화감독 박정우가 대본과 작사를 맡고, 음악을 작곡한 손무현 음악감독 등 영화 스태프들이 다시 뭉쳤다.
<주유소 습격사건>은 노마크, 딴따라, 뻬인트, 무대포 등의 ‘꼴통’ 4명이 앞뒤 가리지 않고 주유소를 습격하며 벌이는 무법과 몰상식 판치는 하룻밤 이야기다. 최재웅, 이율, 문종원, 김승필 등 젊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마이 스케어리 걸>도 2006년 흥행 영화 <달콤살벌한 연인>이 원작인 무비컬.
올해 초연작으로 지난해 7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디벨롭 공연 형식으로 공개됐다. 당시 극과 음악의 세련된 진행을 선보여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마이 스케어리 걸>은 예기치 않게 살인을 저지르는 수상한 여인 미나와 그를 사랑하는 남자 대우의 예측 불허 사랑 이야기를 톡톡 튀는 감각으로 담았다.
또한 순수 창작 뮤지컬 <기발한 자살여행>은 핀란드 작가 아르토 파실린나의 소설이 원작으로 한 집단 자살자들의 모험과 여정을 담았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연극 <보이첵> 등으로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임도완(사다리움직임연구소장) 연출가와 드라마 <겨울연가>의 메인 테마를 지은 이지수 작곡가 등의 크리에이티브팀이 3년여 동안 준비를 했다.
성기윤, 임강희, 정상훈, 양꽃님 등 뮤지컬 배우가 대거 참여했다.
2006년 개봉한 동명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제작된 한-미 합작물 <드림걸즈>도 관심을 끄는 작품. 100여억원의 제작비에다 화려한 무대와 의상, 브로드웨이 제작진 참여 등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밖에 <신(新) 행진 와이키키> <내 마음의 풍금>등도 뮤비컬로 무대에 올려 질 전망이다.
국내 배우가 공연하는 라이선스 공연 늘어
공연계에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작품은 <스프링 어웨이크닝>(6월30일∼2010년 1월10일, 두산아트센터).
지난 2007년 토니상 8개 부분 수상,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매회 매진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독일 극작가 프랑크 베데킨트의 동명 희곡이 원작으로 1891년 독일 청교도 학교가 배경이다.
막 성에 눈뜬 청소년들의 불안과 이를 억압하려는 성인들의 권위 의식이 빚는 대립을 그렸다. 팝 싱어송라이터 덩컨 시크의 비트 강한 록 음악과 극작가 스티븐 새터의 대담하면서도 시적인 가사, 빌 티 존스의 감각적 안무가 일품이다.
공개 오디션으로 주역을 거머쥔 김무열과 조정석, 그리고 신예 김유영의 연기대결이 볼만한 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뮤지컬 <돈 주앙>(2월6일~3월8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도 관심을 끄는 작품. 지난 2006년 오리지널팀 내한 공연으로 처음 소개된 뒤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으로 3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세기의 ‘옴므파탈’ 돈 주앙의 삶과 사랑, 성장 이야기다. 작곡가 펠릭스 그레이가 만든 강렬한 라틴풍 음악이 플라멩코 춤과 함께 펼쳐진다.
<돈 주앙>는 국내 배우 주지훈, 김다현 등이 출연하고,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태양의 서커스-자이아> 등에 참여한 외국 스태프들이 참여하고 있다.
공연업계의 한 관계자는 “2009년엔 해외 오리지널 공연 팀의 내한공연보다 국내 창작공연과 라이선스 공연이 러시를 이룰 전망”이라면서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영화를 원작으로 한 무비컬이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수로 VS 엄기준
연극 <밑바닥에서>연기대결
배우 김수로(39)와 엄기준(33)이 연극 <밑바닥에서>(황재헌 각색, 연출)에서 각각 도둑과 전과자로 돌아온다.
<밑바닥에서>는 러시아 극작가 막심 고리키가 1902년 발표한 작품으로 싸구려 여인숙을 배경으로 사회 밑바닥에서 살아가는 하층민의 삶을 다뤘다.
작품의 배경이 된 1890년대 러시아는 자본주의 제도의 모순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하층민이 급격하게 늘어나던 시기였다.
이 작품에서는 도둑질로 먹고사는 페펠부터 한때 지식인이었다가 사기 노름에 빠진 사틴, 남편이 있지만 페펠을 사랑하는 바실리사, 알코올 의존증에 걸려 무대에 설 수 없는 배우, 몰락한 귀족 가문의 가난한 남작, 폐병에 걸려 죽음을 앞둔 안나 등 다양한 밑바닥 인간 군상의 현실이 그려진다. 2005년에는 뮤지컬로 재해석돼 무대에 올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은 극단 유의 ‘고전의 향수 시리즈 1탄’으로 최대한 원작에 가깝게 공연될 계획이다. 연극 <택시 드리벌> 이후 9년 만에 연극무대에 선 김수로는 도둑 페펠 역을, 뮤지컬 배우이자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 출연하며 주목받은 엄기원은 사기도박 전과자 사틴 역을 맡았다.
2월 14일부터 3월 22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3만∼5만원. 02-556-5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