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직권남용’에서 ‘직권남용죄’란

2016-12-22     박정민 기자

[일요서울 | 박정민 기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4년도 민정비서관 당시 세월호 수사팀에 직접 전화를 걸어 해경 상황실 서버 압수수색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고 한겨레가 20일 보도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 전 수석의 행위는 형법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된다. 한겨레는 해경 압수수색뿐 아니라 검찰의 세월호 수사 과정에서 수시로 압력을 넣거나 간섭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승객 구조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해경 관련 문제는 언론 등에서 문제제기됐고 이후 검찰이 수사팀을 꾸려 조사하게 된다. 수사팀의 해경 본청 압수수색 당시 우 전 수석이 직접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꼭 압수수색을 해야 하느냐”는 취지로 말해 사실상 압수수색 중단을 요구했다. 수사팀이 그에 맞섰지만 우 전 수석이 다시 영장의 효력범위를 문제 삼으며 압수수색 중단을 거듭 종용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우 전 수석은 광주지검에서 인명 구조에 실패한 김경일 123정 정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려 하자 이를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는 직권남용죄에 해당될 수 있다. 직권남용죄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하는 죄를 말한다. 행위 주체는 공무원으로서, 강제력을 수반할 수 있는 공무원에 한정된다. 강제력을 수반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에는 경찰, 검찰, 마약감시원, 세관원, 교도관 등을 들 수 있다. 민정비서관이나 민정수석은 대통령의 명령을 빙자해 수사기관에 대한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이므로 이 죄에서 말하는 행위주체에 해당된다. 반면 행위의 객체는 반드시 공무원에 한정되지 않는다. 직권남용죄에 있어 중요한 쟁점이 두 가지 있는데 형사사건 전문변호사를 통해 알아봤다.

직무권한에 속한 사항일 경우 직권남용죄 성립

직권남용이란 공식적으로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한 사항에 대해 그 본래의 취지와 달리 부당한 목적이나 방법으로 실질상 위법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국정원직원이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건축주를 협박하여 돈을 받아낸 경우 강요죄나 공갈죄가 성립될 수 있지만 직권남용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민정비서관의 신분이 과연 검찰의 압수수색을 중단하게 했을 경우 그 권리행사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직무범위에 해당되는가가 문제된다. 이 점에 관해 법무법인 진솔의 강민구 형사전문변호사는 “민정비서관은 민정수석을 보좌하는 자로서 통치권자인 대통령을 보좌하고 대통령특명 사항에 대해서는 대통령을 대리해 관리부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는 자리이므로 충분히 그 직무범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령상 인정된 권리를 방해했을 때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한 직권남용만 해서는 안 되고 상대방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키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해야만 성립된다. 여기서 의무 없는 일이라 함은 법률상 의무를 가리키고 단순한 심리적 의무감 또는 도덕적 의무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예컨대 경찰서장이 부하 경찰에게 개인적인 담배 심부름을 시킨 행위는 직권남용죄에 해당되지 않지만, 부하 경찰에게 체포한 범인을 풀어주라고 시킨 행위는 직권남용죄에 해당된다. 또한 권리행사방해란 법령상 인정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 기수시점은 권리행사방해의 결과가 발생한 때 바로 성립한다. 따라서 우 전 수석이 해경에 대한 서버 압수수색을 방해해 저지한 순간 기수가 되며 설사 이후 검찰에서 다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고 해도 죄는 이미 성립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이 점에 관련해 강민구 변호사는 “직권남용죄는 추상적 위험만으로도 법익이 이미 침해된 것이며 현실적으로 국가기능의 공정성이 침해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민정비서관과 민정수석이란 지위를 이용해 검찰의 인사권을 부당하게 행사하면서 이것을 무기로 정당한 검찰권의 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것이 사실로 판명나면 직권남용죄의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의 직무 수행 상 범죄 가운데 하나이며, 이 죄를 범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