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샌 바가지 밖에서도'…미성년자 성추행한 주칠레 외교관 '국가망신'

지난달 호치민 총영사 임명에 최순실 개입 의혹도 재조명

2016-12-20     변지영 기자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현지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물의를 빚은 주칠레 대사관 박 모 참사관이 20일 소환조치로 급히 조사를 받기 위해 입국했다. 특히 이 외교관이 현지 미성년자를 성추행하는 장면이 칠레 현지의 시사고발프로그램에 폭로되며 국내외로 파문이 일고 있다. 또 칠레 현지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혐한’ 분위기에 좌불안석하고 있어 외교부의 발빠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따르면 칠레의 한 방송사가 지난 15일 예고편을 게시했다. 예고편에는 한국 외교관이 미성년자에게 성적인 표현을 하며 목을 끌어안고 입맞춤하려는 모습은 물론 원치 않는 것으로 보이는 미성년자의 손목을 잡아 강제로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장면 등이 실렸다.

사건을 인지한 외교통사부(이하 외교부)는 지난 19일 “박 참사관을 조사한 뒤 ‘무관용’ 원칙에 따라 형사 고발과 중징계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은 ‘혐한 분위기’가 조성되진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칠레 한인회는 20일 공식입장문을 발표하고 “한국인이라는 연대 책임의식으로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칠레인과 칠레 학생에게 진솔한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혹시라도 칠레 내에서 한 개인의 부정과 일탈을 다른 한국사람들과 묶어서 몰아가는 분위기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참사관의 미성년자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방송을 보는 내내 얼굴이 화끈거리고 답답한 마음을 피할 수 없었다. 오랜 친분관계를 유지해 왔던 수많은 칠레인들에게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적절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의미 없는 비난은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상황 대처를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유지은 칠레 주재 대사는 발 빠르게 사과문을 내고 “해당 외교관의 불미스러운 행위로 피해 학생과 가족들을 포함한 칠레 국민에게 큰 상처와 충격을 야기한 데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또 “현재 엄정한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법령에 따라 엄중하고도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칠레 정부와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양국 간 양호한 관계가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칠레 국민 여러분께 이번 사건으로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도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성추행 파문을 일으킨 이 외교관은 현지에서 문화 관련 업무를 담당했으며 현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지난 9월 10대 초중반의 미성년자를 성추행했다고 전해졌다.

피해 여학생은 칠레 현지 시사고발 프로그램인 ‘엔 수 프로피아 트람파’(En Su Propia Trampa‧자신의 덫에 빠지다)에 사건을 제보했다. 이 제보를 받고 프로그램에서는 또다른 또래 여학생을 접근시켰고 외교관이 또래 여학생도 성추행하는 장면을 포착했다. 성추행 현장은 고스란히 지난 18일 현지에 방영됐다.

외교부는 이번 사건 처리에 있어 사건의 심각성과 파장을 고려해 칠레 사법 당국의 수사에 적극 협조할 방침이다. 또 사건에 따른 칠레 측과의 외교관계 악화를 최소화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더불어 외교부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복무기강을 철저히 확립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국정이 어지러운 사이 해외에 파견 중인 외교관이 미성년자 성추행이라는 혐의로 현지 방송에 오르는 등 파장을 일으킨 사건을 보고 일각에서는 이 또한 최순실의 인사권 개입과 연관 있는 것은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편 지난달 베트남 호치민 총영사관의 김재천 영사가 JTBC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 고위외교관 임명에 직급이나 경험이 적은 박노완 씨가 총영사에 임명된 것을 두고 최순실의 입김이 있었다는 정황을 폭로한 바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