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고발] 귀뚜라미 고객, 보일러 고치려다 ‘명예훼손’ 걸린 사연

도 넘은 갑질로 빈축 소비자 의견은 ‘무시’

2016-12-16     오유진 기자

귀뚜라미 측 “해당 문제 모두 인정”

소비자단체 “계절 제품 품질보증 기간 짧아”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본격적인 겨울철을 맞아 보일러와 온수매트의 사용 빈도 및 구입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18년 연속 브랜드 파워 1위에 빛나는 귀뚜라미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소비자들은 귀뚜라미가 ‘도 넘은 갑질을 한다’고 주장한다. 해당 소비자들은 ‘A/S 문제’, ‘교환 문제’ 등에 불만을 제기하며 “소비자 불만은 높아지고 있지만 회사의 대처가 미흡하다”, “고객 불편 처리가 우선이다” 등의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귀뚜라미를 둘러싼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봤다.

귀뚜라미보일러를 사용한다고 밝힌 한 소비자는 지난 9일 “저장식 온수기에 이상이 생겨 A/S를 받았는데 관할지역 A/S 기사가 갑질하듯 말투도 툭툭 던지고, 불친절해 다른 지점의 A/S가 가능하냐고 포털 사이트에 문의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귀뚜라미 측은 답변이 아닌 삭제 요청을 해 해당 글 게시가 중단됐다. 문제는 삭제 요청 사유가 명예훼손(게시물로 인해 피해를 주장하는 업체로부터 게시 중단 요청 접수)이었다는 점이다.

이 소비자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며 “제값 주고 산 보일러 A/S 때문에 몇 번 기분이 상했었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니 정이 떨어진다. 다음에는 무조건 바꿔야겠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타 기업에 비해 귀뚜라미에 대한 부정적인 글이 없어 이상하다”, “귀뚜라미보일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 좋은 글을 올리면 삭제되는 것 같다” 등의 주장을 내놨다.

앞서 법원은 ‘서비스 불만’ 이용 후기를 인터넷에 올려도 명예훼손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형법 310조에 의해 공익을 위한 내용의 경우 명예훼손 적용을 받지 않는다. 법원 판례를 살펴봐도 단순 고객의 사용 후기, 단순 불만 사항에 대해서는 모욕이나 명예훼손으로 보지 않는다. 법원에 따르면 객관적 사실에 바탕해 작성했다면 처벌 대상이 아니며 ‘부당한 목적’의 악의적 게시글까지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피해를 주장한 소비자는 “귀뚜라미 온수매트를 구매했더니 불량 제품이 와 본사에 전화했지만 본사 측에서는 제품 교환은 구매처와 상담하라고 했다. 하지만 구매처에서는 사용한 제품은 교환이 안 된다”는 말에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 구입처에서 결국 교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환제품은 누가 썼던 제품인지, 수리한 제품인지 매트는 더럽고 사용설명서도 없고 비닐도 뜯겨 다시 본사에 전화했더니 또 구매처랑 상담하라고 했다”며 “자사 제품을 딴 나라 제품 보듯 한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본사에서 책임지고 할 일

일요서울은 귀뚜라미 측에 소비자들의 불만 사항 및 사실 여부 확인했다. 이에 귀뚜라미 측은 해당 문제들에 대한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포털 사이트에 게시된 글이 삭제된 경위에 대해 귀뚜라미 측 관계자는 “명예훼손 사유로 삭제 요청을 한 것은 사실이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해 명예훼손 사유가 있을 수 있어 게시 중지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귀뚜라미 측은 “그 글의 내용을 정확하게는 모른다”고 말했다. 귀뚜라미 측이 해당 글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없이 단순 귀뚜라미 측의 ‘서비스 불만족’이라는 글을 적었단 이유만으로 게시문을 삭제한 것이다.

유독 다른 보일러 회사와는 다르게 포털 사이트에 불만 글이 없는 이유에 대해 묻자 이 관계자는 “고객이 글을 올리면 민원 해결이 최우선이라서 답변을 주고 연락을 해, 해결이 된 고객들이 스스로 글을 삭제한다. 다만 연락이 닿지 않으면 기다렸다가 포털 사이트에 요청을 해서 삭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명예훼손’ 명칭은 변경해서 삭제요청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귀뚜라미 온수매트를 구입했지만 불량 제품이 와 본사에 전화했지만 거부된 경위에 대해 이 관계자는 “귀뚜라미에서 책임지고 할 일이지만 처음 구입처와 상담하라고 거부한 것은 사실이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그는 “OEM(주문자가 요구하는 제품과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 제품이더라도 귀뚜라미 상표를 달고 나가기 때문에 본사 제품”이라며 “본사에서 직접 구입처에 가서 교체해줬다”고 해명했다.

이어 귀뚜라미 관계자는 “이런 민원들이 생기면 최고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노력한다. 민원해결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교환해주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던 점은 분명히 있었지만 노력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려워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기업이 명예훼손인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하고 요청을 해야 하는데 그 글 자체를 명예훼손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포털 사이트 측의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계절 제품이다 보니, 품질보증 기간이 짧으면 다음 연도에는 바로 유상수리로 바뀌는 점 등이 있다 품질보증 기간은 쭉 쓴다는 조건 아래 기간을 책정을 하는 건데 계절 제품들은 사용기간과 관계없이 품질보증 기간이 짧다”며 “소비자들이 보호받는 시간이 짧다. 그것들이 조금 더 합리적으로 품질보증 기간 연장을 하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보일러 업계뿐 아니라  A/S 관련 문제가 많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판매 대리점에서 얘기하는 것보다는 본사가 판매 대리점 얘기하는 게 더 편하고 빠르기 때문에 과정을 단일화하는 체계를 분쟁해결 기준에 넣는다면, 소비자들이 편하게 사후관리 등의 소비자 이용 불편들이 많이 해소된다”고 전했다.